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보낸 것 탐정 히구라시 시리즈 4
야마구치 코자부로 지음, 김예진 옮김 / 디앤씨북스(D&CBooks)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3.9
도서관에서 시간 떼울 일이 생겨 뭘 볼까 하다가 신간이 나온 걸 알고서도 방치해두었던 시리즈를 못 이기는 척 집어들었다.
분명 3권 끝에 다음권이 마지막이라고 쓰여져 있었고 저자 후기에도 이 책이 마지막 권이라는 말이 적혀있는데 5권도 있고 심지어 검색하다보니 6권도 있다.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메인이 되는 주인공의 어릴 적 유괴사건도 마무리되었고 애인과의 로맨스도 정점을 찍었고 쉽게 밝히지 않던 비밀도 드러났다.
마무리라는 느낌이 들긴 한데 모든 시리즈의 끝이라 보기에는 너무 밋밋한 결말이 아닐까 싶다.
매번 나왔던 사건의 결말들과 변함 없는 분위기고 번외편 또한 전의 내용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다.
완결이라는 모양새는 갖춰져있지만 끝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 기운이 빠진다.
아무튼 썩 반갑지 않은 5권은 또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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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오단장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4.1
읽고 싶었던 책을 누군가가 반납일이 지나도 안 돌려주어서 못 빌린 탓에 우울했고 그래서인지 더 읽을 만한 책이 눈에 띄지 않아 큰 기대없이 쭉 훑다가 빌려왔다.
작가가 <부러진 용골>과 <야경>으로 문학상을 수상하기 전 일본에서 2009년에 발매된 책이다.

큰아버지의 고서점에서 머무르며 일을 돕고 있는 요시미츠는 어느 날 카나코의 의뢰로 카노 코쿠뱌쿠라는 이름으로 실린 그녀의 아버지가 쓴 다섯 편의 글을 찾아주기로 한다.
요시미츠는 어디에 실린지조차 모르는 글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한 편씩 글을 발견하면서 그는 이 글들이 쓰여진 이유를 알아간다.

단순하고 단조로운 이야기다.
메인이 되는 ‘앤트워프의 총성‘은 충분히 예상가능한 결말이었고 큰 반전 없이 조용히 마무리된다.
하지만 조연격인 다섯 개의 단장이 워낙 강렬해서 심심하지 않은 이야기가 된다.
루마니아, 인도, 중국, 볼리비아, 스웨덴을 여행하다 들은 이야기로 시작되는 각 이야기들은 그 나라의 설화나 전통을 바탕으로 한 남자가 보고 들은 일을 전개해가는 방식을 띠고 있다.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쓰여진 이야기라서 결국은 그 목적 외의 모든 소재는 그저 양념에 불과한 것이지만 그 양념이 곧 캡사이신 급의 막강함을 지녀서 진작에 주객을 전도시키고도 남을 만큼의 인상을 남긴다.

확실히 후의 작품들과 비교하면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이 든다.
<부러진 용골> 만큼의 임팩트는 아직 다른 작품들에게선 받아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요네자와 호노부의 미스터리는 괜찮은 편이라는 결론이다.
재밌는 것들 얼른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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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죽이기 죽이기 시리즈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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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책을 읽기 전 클라라가 나오는 또 다른 세계의 원작은 무엇인지 생각해봤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소개에서 ‘호두까기 인형‘이라는 글자를 보고서야 글라라와 병정, 크리스마스 조명 같은 게 생각났고 조금 설렜다.

전작 <앨리스 죽이기>에서 아리가 주인공이라면 이 책에서는 도마뱀 빌, 즉 이모리가 주인공인 셈이다.
그걸 증명하듯 처음부터 등장한 이상한 나라의 빌은 길을 잃고 정체 모를 미로에서 헤매다 죽을 고비를 넘기며 구정물을 헤엄쳐 클라라의 세계에 당도한다.
그곳은 지구도 아니고 이상한 나라도 아닌 제 3의 세계이고 그곳에서 만난 클라라와 드로셀마이어와의 대화를 통해 그들도 지구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현실에서 이모리에게 자신이 클라라라고 주장하며 제 3세계, 즉 호프만 우주에서의 모습과 똑같이 생긴 글라라와 드로셀마이어가 나타나고 글라라는 이모리에게 자신을 협박하는 협박범을 잡아달라 부탁한다.
그러던 중 글라라는 함정에 빠져 살해당하고 도와주려던 이모리 역시 죽음을 맞이하는데 본체인 빌이 살아있기에 이모리는 초기화되어 다시 살아났고 드로셀마이어의 지시로 글라라의 살인에 대해 조사하게 된다.

구성이나 치밀함은 <앨리스 죽이기>보다 떨어지는데 그걸 보완하기 위해 글라라와 클라라라는 이름으로 혼란을 주는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아 트릭을 엮는 기술이 좋은 작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모리가 호프만 우주와 지구의 인물이 동일한 외모를 갖고 존재한다고 믿는 등의 군데 군데 보이는 허점과 잡다한 정보를 일부러 늘어 놓아 독자의 눈을 가리는 듯한 전개는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확실히 상상할 수 없는 반전이긴 해도 약간 작위적인 느낌이 들어 재미가 없는 반전이라 큰 임팩트가 없었는데 그걸 포장하느라 너무 많은 페이지를 쏟고 또 너무 뜸을 들이는 바람에 이야기가 시시해져버렸다.
빌이 호프만 우주로 가게 된 이유나 호프만 우주-이상한 나라 간에 이어진 사람 같은 게 나왔으면 좋았을 걸, <앨리스 죽이기>와 이어지는 마지막 대화라던가 모로보시의 새로운 꿈 등 필요한 이야기가 더 많았을 것 같은데 또 다음의 암시인지 언급되지 않아서 아쉽다.
3이라는 숫자가 2보다 완결로 치면 좋기야 하지만 세 번째 이야기의 기대를 떨어뜨리는 2편이 아니었나 생각되어 없어진 이야기의 행방이 못내 서운하다.

반전을 포함해 호프만 우주는 모르는 내용이 너무 많이 나와서 내가 알던 ‘호두까기 인형‘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했는데 해설을 보니 한 작품이 아닌 작가 호프만의 여러 작품의 인물들을 뒤섞은 이야기였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만큼의 원작은 찾기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책이 원래는 한 권이지 않았을까 유추하게 된다.
두 권의 표지가 너무나도 다른 느낌이라 더더욱.
특색 있는 등장인물도 많고 세계관의 구축도 탄탄하니까 ‘피터 팬‘이 속편의 세계로 좋았을 것 같은데 웬디가 살고 있던 현실까지 섞이면 너무 복잡했을까.
혹은 인물로 보면 ‘백조의 호수‘도 ‘호두까기 인형‘보다는 나았을 듯한데 어쨌거나 작가의 판단이니까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이다.
앞서 읽은 책보다는 아쉬웠지만 이어지는 내용이였고 붉은 왕의 꿈이라는 무한의 상상을 펼칠 그 설정 자체의 매력은 여전해서 그럭저럭 괜찮다 해도 좋을 속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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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죽이기 죽이기 시리즈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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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전에도 분명 첫 장을 펼쳤던 기억이 나는데 읽는 순간 왜 끝까지 읽지 않았는지 깨닫는다.
시작이 시시하고 재미없는 소설은 당연하게도 후반부가 더 낫고 너무나도 재미있는 소재로 초반부터 흥미를 끌어올린 소설은 결말에서 김빠진 콜라만큼 미지근함만 남긴다.
둘 다 내용의 질이 동일하다고 해도 분명 전자의 경우가 후자보다 더 좋게 느껴지는 이유는 내 머릿 속에 시작의 첫 문장보단 결말이 더 크게 남기 때문이다.

제목부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배경에 두고 있는 이야기는 그 이상한 나라에서 도마뱀인 빌이 앨리스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답답한 대화로 시작된다.
꿈 속의 험프티덤프티와 똑같은 방식으로 일어난 죽음으로 인해 꿈이라고 생각했던 이상한 나라와 현실의 지구가 연결되어 있음이 드러나고 ‘스나크는 부점이었다‘는 암호를 주고 받은 이모리와 아리는 서로가 이상한 나라의 빌과 앨리스라는 걸 알게 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흰토끼의 진술로 험프티덤프티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고 이어서 그리핀의 죽음으로 연쇄 살인의 주범으로 몰리게 된다.
범인으로 이상한 나라에서 사형을 당하게 되면 현실에서도 죽음을 맞이할 것이 분명하기에 그 누명을 벗기 위해 앨리스와 빌은 지구에서 이상한 나라의 주민들을 만나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로 한다.
지구에서 흰토끼, 공작부인, 도도새를 차례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추리를 해 나가는 동안 현실과 이상한 나라에서 리오, 빌이 죽음을 맞고 곧 흰토끼와 이모리는 죽게 된다.
늘 바보 같던 빌이 이모리의 지능을 빌려 마지막에 남긴 다잉메시지로 앨리스는 범인을 추리해냈지만 결국 이상한 나라에서 범인에 의해 사고사로 위장해 살해당한다.

사실 책에서 범인의 정체 같은 건 크게 흐름을 비껴나가지 않아서 중반 쯤에서 범인이 누구인지 충분히 유추가 가능하기에 이 소설의 포인트는 그게 아닌 듯하다.
싸이코패스의 면모를 보여주는 범인의 처참한 말로가 명백히 잔인하게 그려지는 걸 보면 권선징악과 인과응보, 사필귀정의 교훈이 존재하고 또한 현실이 꿈이고 새로운 지구에서 다시 만나자는 끝은 호접지몽과 몽중몽의 철학을 나타낸 걸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내용들은 덧붙임일 뿐 살인 사건의 추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어쨌거나 괜찮은 결말로 가기 위한 꽤 좋은 소재였던 것 같다.
분명 중간 중간 노림수들이 선히 보이고 뻔한 느낌도 줄곧 따라 붙지만 원작이 존재하고 그 세계를 바탕으로 그려진 이야기임을 감안하면 읽을 만하다.
후속편이 나올 만큼 괜찮은 추리소설이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기존 동화와는 확실히 다른 이야기였고 그로 인해 수많은 작가들에게서 여러 이야기로 재탄생되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어린 아이를 대상으로 한 이야기라 칭하기에는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너무 많은 것들을 담고 있고 그것은 때로 아주 잔혹하고 거침 없다.
그렇게 많은 이야기들에 사용되었지만 원작의 상징성은 전혀 훼손되지 않은 채 오히려 더욱 강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실로 마법 같은 이야기이고 그렇기에 명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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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저널 - 제3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혼조 마사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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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4.4
기자와 언론, 그 사명과 책임에 대한 이야기다.
7년 전 여아 연쇄 살인사건의 마지막 피해자 신변을 쫒던 고타로, 유리, 히로후미는 취재한 기사에 무심코 시신 발견이라는 제목을 달게 되고 피해자가 산 채로 구출되면서 오보로 인해 큰 타격을 입는다.
7년 후 지방으로 좌천된 신세인 고타로는 여아 유괴 사건을 접하고 7년 전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생존자를 사망으로 표기한 오보로 인해 묻혀버린 2인조 범인설이 다시 대두되며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취재를 시작한다.

사건이 있었고 놓쳐버린 범인이 존재했다.
살인과 유괴라는 범죄가 있지만 수사물이 아니므로 사건을 더듬어가는 추리나 현장의 긴박감은 없다.
그럼에도 그들의 조용한 전쟁은 고독하면서도 충분히 치열하다.
언론사라는 큰 구조 안에서의 알력 같은 것도 드러나고 경쟁사와의 특종 싸움도 심하다.
그러면서도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본질 또한 잊지 않는다.

꽤 괜찮은 소설이고 분명 좋은 결말인데 어쩌면 이렇게 씁쓸한지 모르겠다.
기자와 언론이 과연 사명이라는 걸 기억이나 하는지 알 수 없는 나라에서는 대입하기에 너무나도 사치스러운 이야기인 듯 싶다.
중대한 오보로 7년이 지난 시간을 승진도 못하고 지방에서 도는 인물들이 당연한 것이고 그것이 언론의 중요함일진데 스스로 깎아내린 그 가치를 누구에게 돌려 달라 하는지 알지 못한다.
고타로의 말을 빌리면 저널이 아니다.
책임지는 사람 없이 마구잡이로 쓰인 기사들, 추락해버린 이름을 달고 자극적인 제목에 집착하는 기자들, 그들의 언론, 낚시와 선동과 정치, 사회 그 모든 것들.
신문 안에 있는 게 누구인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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