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죽이기 죽이기 시리즈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7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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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책을 읽기 전 클라라가 나오는 또 다른 세계의 원작은 무엇인지 생각해봤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소개에서 ‘호두까기 인형‘이라는 글자를 보고서야 글라라와 병정, 크리스마스 조명 같은 게 생각났고 조금 설렜다.

전작 <앨리스 죽이기>에서 아리가 주인공이라면 이 책에서는 도마뱀 빌, 즉 이모리가 주인공인 셈이다.
그걸 증명하듯 처음부터 등장한 이상한 나라의 빌은 길을 잃고 정체 모를 미로에서 헤매다 죽을 고비를 넘기며 구정물을 헤엄쳐 클라라의 세계에 당도한다.
그곳은 지구도 아니고 이상한 나라도 아닌 제 3의 세계이고 그곳에서 만난 클라라와 드로셀마이어와의 대화를 통해 그들도 지구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현실에서 이모리에게 자신이 클라라라고 주장하며 제 3세계, 즉 호프만 우주에서의 모습과 똑같이 생긴 글라라와 드로셀마이어가 나타나고 글라라는 이모리에게 자신을 협박하는 협박범을 잡아달라 부탁한다.
그러던 중 글라라는 함정에 빠져 살해당하고 도와주려던 이모리 역시 죽음을 맞이하는데 본체인 빌이 살아있기에 이모리는 초기화되어 다시 살아났고 드로셀마이어의 지시로 글라라의 살인에 대해 조사하게 된다.

구성이나 치밀함은 <앨리스 죽이기>보다 떨어지는데 그걸 보완하기 위해 글라라와 클라라라는 이름으로 혼란을 주는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아 트릭을 엮는 기술이 좋은 작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모리가 호프만 우주와 지구의 인물이 동일한 외모를 갖고 존재한다고 믿는 등의 군데 군데 보이는 허점과 잡다한 정보를 일부러 늘어 놓아 독자의 눈을 가리는 듯한 전개는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확실히 상상할 수 없는 반전이긴 해도 약간 작위적인 느낌이 들어 재미가 없는 반전이라 큰 임팩트가 없었는데 그걸 포장하느라 너무 많은 페이지를 쏟고 또 너무 뜸을 들이는 바람에 이야기가 시시해져버렸다.
빌이 호프만 우주로 가게 된 이유나 호프만 우주-이상한 나라 간에 이어진 사람 같은 게 나왔으면 좋았을 걸, <앨리스 죽이기>와 이어지는 마지막 대화라던가 모로보시의 새로운 꿈 등 필요한 이야기가 더 많았을 것 같은데 또 다음의 암시인지 언급되지 않아서 아쉽다.
3이라는 숫자가 2보다 완결로 치면 좋기야 하지만 세 번째 이야기의 기대를 떨어뜨리는 2편이 아니었나 생각되어 없어진 이야기의 행방이 못내 서운하다.

반전을 포함해 호프만 우주는 모르는 내용이 너무 많이 나와서 내가 알던 ‘호두까기 인형‘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했는데 해설을 보니 한 작품이 아닌 작가 호프만의 여러 작품의 인물들을 뒤섞은 이야기였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만큼의 원작은 찾기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책이 원래는 한 권이지 않았을까 유추하게 된다.
두 권의 표지가 너무나도 다른 느낌이라 더더욱.
특색 있는 등장인물도 많고 세계관의 구축도 탄탄하니까 ‘피터 팬‘이 속편의 세계로 좋았을 것 같은데 웬디가 살고 있던 현실까지 섞이면 너무 복잡했을까.
혹은 인물로 보면 ‘백조의 호수‘도 ‘호두까기 인형‘보다는 나았을 듯한데 어쨌거나 작가의 판단이니까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이다.
앞서 읽은 책보다는 아쉬웠지만 이어지는 내용이였고 붉은 왕의 꿈이라는 무한의 상상을 펼칠 그 설정 자체의 매력은 여전해서 그럭저럭 괜찮다 해도 좋을 속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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