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죽이기 죽이기 시리즈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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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전에도 분명 첫 장을 펼쳤던 기억이 나는데 읽는 순간 왜 끝까지 읽지 않았는지 깨닫는다.
시작이 시시하고 재미없는 소설은 당연하게도 후반부가 더 낫고 너무나도 재미있는 소재로 초반부터 흥미를 끌어올린 소설은 결말에서 김빠진 콜라만큼 미지근함만 남긴다.
둘 다 내용의 질이 동일하다고 해도 분명 전자의 경우가 후자보다 더 좋게 느껴지는 이유는 내 머릿 속에 시작의 첫 문장보단 결말이 더 크게 남기 때문이다.

제목부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배경에 두고 있는 이야기는 그 이상한 나라에서 도마뱀인 빌이 앨리스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답답한 대화로 시작된다.
꿈 속의 험프티덤프티와 똑같은 방식으로 일어난 죽음으로 인해 꿈이라고 생각했던 이상한 나라와 현실의 지구가 연결되어 있음이 드러나고 ‘스나크는 부점이었다‘는 암호를 주고 받은 이모리와 아리는 서로가 이상한 나라의 빌과 앨리스라는 걸 알게 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흰토끼의 진술로 험프티덤프티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고 이어서 그리핀의 죽음으로 연쇄 살인의 주범으로 몰리게 된다.
범인으로 이상한 나라에서 사형을 당하게 되면 현실에서도 죽음을 맞이할 것이 분명하기에 그 누명을 벗기 위해 앨리스와 빌은 지구에서 이상한 나라의 주민들을 만나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로 한다.
지구에서 흰토끼, 공작부인, 도도새를 차례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추리를 해 나가는 동안 현실과 이상한 나라에서 리오, 빌이 죽음을 맞고 곧 흰토끼와 이모리는 죽게 된다.
늘 바보 같던 빌이 이모리의 지능을 빌려 마지막에 남긴 다잉메시지로 앨리스는 범인을 추리해냈지만 결국 이상한 나라에서 범인에 의해 사고사로 위장해 살해당한다.

사실 책에서 범인의 정체 같은 건 크게 흐름을 비껴나가지 않아서 중반 쯤에서 범인이 누구인지 충분히 유추가 가능하기에 이 소설의 포인트는 그게 아닌 듯하다.
싸이코패스의 면모를 보여주는 범인의 처참한 말로가 명백히 잔인하게 그려지는 걸 보면 권선징악과 인과응보, 사필귀정의 교훈이 존재하고 또한 현실이 꿈이고 새로운 지구에서 다시 만나자는 끝은 호접지몽과 몽중몽의 철학을 나타낸 걸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내용들은 덧붙임일 뿐 살인 사건의 추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어쨌거나 괜찮은 결말로 가기 위한 꽤 좋은 소재였던 것 같다.
분명 중간 중간 노림수들이 선히 보이고 뻔한 느낌도 줄곧 따라 붙지만 원작이 존재하고 그 세계를 바탕으로 그려진 이야기임을 감안하면 읽을 만하다.
후속편이 나올 만큼 괜찮은 추리소설이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기존 동화와는 확실히 다른 이야기였고 그로 인해 수많은 작가들에게서 여러 이야기로 재탄생되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어린 아이를 대상으로 한 이야기라 칭하기에는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너무 많은 것들을 담고 있고 그것은 때로 아주 잔혹하고 거침 없다.
그렇게 많은 이야기들에 사용되었지만 원작의 상징성은 전혀 훼손되지 않은 채 오히려 더욱 강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실로 마법 같은 이야기이고 그렇기에 명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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