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전에도 분명 첫 장을 펼쳤던 기억이 나는데 읽는 순간 왜 끝까지 읽지 않았는지 깨닫는다.시작이 시시하고 재미없는 소설은 당연하게도 후반부가 더 낫고 너무나도 재미있는 소재로 초반부터 흥미를 끌어올린 소설은 결말에서 김빠진 콜라만큼 미지근함만 남긴다.둘 다 내용의 질이 동일하다고 해도 분명 전자의 경우가 후자보다 더 좋게 느껴지는 이유는 내 머릿 속에 시작의 첫 문장보단 결말이 더 크게 남기 때문이다.제목부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배경에 두고 있는 이야기는 그 이상한 나라에서 도마뱀인 빌이 앨리스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답답한 대화로 시작된다.꿈 속의 험프티덤프티와 똑같은 방식으로 일어난 죽음으로 인해 꿈이라고 생각했던 이상한 나라와 현실의 지구가 연결되어 있음이 드러나고 ‘스나크는 부점이었다‘는 암호를 주고 받은 이모리와 아리는 서로가 이상한 나라의 빌과 앨리스라는 걸 알게 된다.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흰토끼의 진술로 험프티덤프티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고 이어서 그리핀의 죽음으로 연쇄 살인의 주범으로 몰리게 된다.범인으로 이상한 나라에서 사형을 당하게 되면 현실에서도 죽음을 맞이할 것이 분명하기에 그 누명을 벗기 위해 앨리스와 빌은 지구에서 이상한 나라의 주민들을 만나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로 한다.지구에서 흰토끼, 공작부인, 도도새를 차례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추리를 해 나가는 동안 현실과 이상한 나라에서 리오, 빌이 죽음을 맞고 곧 흰토끼와 이모리는 죽게 된다.늘 바보 같던 빌이 이모리의 지능을 빌려 마지막에 남긴 다잉메시지로 앨리스는 범인을 추리해냈지만 결국 이상한 나라에서 범인에 의해 사고사로 위장해 살해당한다.사실 책에서 범인의 정체 같은 건 크게 흐름을 비껴나가지 않아서 중반 쯤에서 범인이 누구인지 충분히 유추가 가능하기에 이 소설의 포인트는 그게 아닌 듯하다.싸이코패스의 면모를 보여주는 범인의 처참한 말로가 명백히 잔인하게 그려지는 걸 보면 권선징악과 인과응보, 사필귀정의 교훈이 존재하고 또한 현실이 꿈이고 새로운 지구에서 다시 만나자는 끝은 호접지몽과 몽중몽의 철학을 나타낸 걸지도 모른다.물론 그런 내용들은 덧붙임일 뿐 살인 사건의 추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어쨌거나 괜찮은 결말로 가기 위한 꽤 좋은 소재였던 것 같다.분명 중간 중간 노림수들이 선히 보이고 뻔한 느낌도 줄곧 따라 붙지만 원작이 존재하고 그 세계를 바탕으로 그려진 이야기임을 감안하면 읽을 만하다.후속편이 나올 만큼 괜찮은 추리소설이었다.<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기존 동화와는 확실히 다른 이야기였고 그로 인해 수많은 작가들에게서 여러 이야기로 재탄생되었다.<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어린 아이를 대상으로 한 이야기라 칭하기에는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너무 많은 것들을 담고 있고 그것은 때로 아주 잔혹하고 거침 없다.그렇게 많은 이야기들에 사용되었지만 원작의 상징성은 전혀 훼손되지 않은 채 오히려 더욱 강한 존재감을 발산한다.실로 마법 같은 이야기이고 그렇기에 명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