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세상에 대한 공포로 인해 망설임과 함께 태어났던 아유무는 분노로 가득찬 누나 다카코를 이해하지 못한다.
누나로 인해 긴장감이 감도는 집안에서 늘 착한 아이 역할을 맡으며 자라온 아유무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살아가고 변해간다.
아유무, 다카코, 엄마, 아빠, 야곱, 스구, 나쓰에 이모, 야다 아줌마, 고가미.
‘사라바‘는 그 모두로 인해 채워져 이내 완성되는 하나의 책이자 말이다.
그저 시시한 한 사람의 일대기라고 보면 좋은 이 책이 나오키상 수상작이 된 것에 이의 없이 진심으로 동조한다.
이 책은 전혀 다른 모습을 가졌으면서 <천국에서>를 읽었을 때의 충격을 떠올리게 만든다.
파스텔 빛으로 뒤덮여 끝까지 덤덤하게 따뜻한 말들을 펼쳐 놓았음에도 그 강렬했던 책과 맞먹는 날카로움을 담은 이야기다.
요컨대 이 유약하고 도망다니기 바쁜 아유무는 바로 나인 것이다.
언제나 정해진 규율에 반항하지 않고 수동적인 모습이, 또는 골치아픈 형제로 인해 골머리를 썩는 면이, 아니면 주변 사람들에 의해 쉽게 감화되어 영향을 받고 그들을 진심으로 좋아하면서도 유지하지 못하는 게, 후회하고 실망하며 나아가지 못하고 그 같은 죄책감을 하나씩 주어 담고 도태되고 마는 부분이, 혹은 모든 걸 아는 척 하면서도 정작 아무 것도 몰랐던 걸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에게서 깨닫는 것이, 그것도 아니라면 빛나는 이름을 갖고 전혀 반짝이지 못하는 점이.
그 모든 모습의 아유무가 자꾸 내가 가진 같은 색의 비밀을 추궁하는 것만 같다.
나도 저랬었지, 저런 식으로 살아와 이렇게 되었지 같은 마음을 만들어 낸다.
책을 읽는 사람 모두에게 있을 작은 조각들을 건드리면서 말한다.
이란에서 태어나 이집트에서 자란 아유무가 평범한 모두와 다르지 않음을 계속해서 상기시킨다,
나는 이 책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사라바‘에 담긴 믿음처럼 나의 인생에도, 내 책에도 그러한 안정이 찾아들 것을 공감한다.
묘하다.
책의 결말이 구원이라는 건 낯설다.
엄밀히 말하면 말 자체의 구원이 아니지만 자신이 믿고자 하는 것을 믿는 것, 자신만의 삶을 사는 것, 내가 나로서 존재하는 것인 셈이다.
종교이자 신탁이자 점이자 믿음인 것, 좌우명이나 가치관이고 모든 것의 뿌리, 살아가는 이유이며 살아나는 동기.
아주 아주 무겁다.
무디다 생각했던 석궁의 예리함에 무참히 꿰뚫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