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고등학생 도무라는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체육관 피아노로 조율사를 안내하는 일을 맡는다.조율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도무라는 조율사 이타도리가 피아노 건반을 조율하는 장면을 보면서 숲을 떠올린다.걸어가기엔 겁나는 밤에 가까운 시간, 가문비나무가 줄지어 서있는 정결한 숲, 고요하지만 숲속의 모든 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풍경.그 소리가 내는 경치를 본 후 도무라는 이타도리를 따라 조율사가 되기로 한다.<꿀벌과 천둥>을 볼 때도 느꼈지만 소리를 아름답다고 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게 애통하다.<꿀벌과 천둥> 속 피아노 연주가 이끄는 곳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총 천연의 빛이 있었다.그 압도적인 기량으로 자신이 도달한 곳의 다채로운 빛을 음악을 꺼내어 생생하게 재연하는 것이었다.그리고 <양과 강철의 숲>의 피아노 소리가 다다를 곳은 마치 어둠 속의 오로라처럼 정적 속에서 홀로 빛을 발하는 숲이다.전자가 하늘과 같다면 후자는 물과 같다.둘다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운 것이다.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음악은 아름다운 체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아름다워서 좋다.조율에 대해 전혀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이 또한 아름다움의 경지와 맞닿아 있는 일이라는 것이 새삼스럽다.마음이 평온해진다.<꿀벌과 천둥>이 ‘4월은 너의 거짓말‘을 떠올리게 한다면 <양과 강철의 숲>은 단연 ‘피아노의 숲’이다.꼭 하나의 세트같은 두 작품을 큰 차이 없이 잇달아 만나 다행이다.양털 해머로 강철의 현을 두드렸을 때 음악이 이끄는 세계로 향하게 된다.마음이 평온해진다.소소하지만 따뜻하고 고요하고 아름다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