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페이스
치넨 미키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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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반드시 속는다.

자신만만한 문구로 독자에게 도전하는 [리얼 페이스]


리얼 페이스/치넨 미키토 장편소설/소미미디어


그동안 많은 작가들의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즐겨 읽고 영화, 드라마도 즐겨 봤기에 도전장을 호기롭게 받아들였다. 셜록, 푸와로, 미스 마플, 엘러리 퀸, 브라운 신부, 탐정 갈릴레오, 코난, 몽크, 프라이니 피셔, 구경이까지 함께 한 모든 시간들이 나를 진실로 인도하리라 믿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속았다.

 [리얼 페이스] 

성형외과 의사 히이라기 다카유키를 둘러싼 성형미인 연쇄살인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이는 '히이라기 성형클리닉'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마취과 의사 '아사기리 아스카'이다. 그녀는 히이라기 의사가 썩 맘에 들지 않지만, 경제적 이유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첫 수술부터 의견 차이 때문에 갈등을 겪는다.

비싼 의료비를 청구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자신만의 기준이 뚜렷한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히이라기 의사는 아름답지 않은 수술은 집도하지 않는다. 히이라기 의사를 경박하다 생각하지만 그로 인해 행복해진 환자들을 지켜보면서 아스카는 더 고민하게 된다. 그 와중에 그녀에게 접근하는 한 사람-프리랜서 저널리스트 히라사키 신고-이 있다. 그녀는 히이라기 의사에 대한 의문이 깊었기에 저널리스트 히라사키와 만나게 되고 점점 더 사건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현대 외모지상주의로 토대를 다진 성형산업은 이제는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친숙해졌다. 쌍꺼풀, 보톡스, 앞트임, 리프팅 등 다양한 시술을 받는 이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K-성형'이라 불릴 정도로 외국인들에게도 각광받고 있다. 몸, 외모에 대한 관심과 집착은 성형, 얼짱, 다이어트, 몸짱 열풍을 일으켰다. 성인뿐만 아니라 성장기 청소년들에게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사회적 압박은 개인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 수 있다.

 

본디 성형외과학은 전쟁에서 상처 입은 병사들의 치료를 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얼굴의 상처뿐만 아니라 마음 그리고 인생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였다.

성형에 대한 판단은 개인의 가치관에 의해 달라질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이 강하지만, 외모나 상처 때문에 인생 자체가 왜곡되는 현실적인 상황에서 마지막 수단으로 선택하는 이들의 결정을 잘못되었다 쉽게 말할 수는 없다. 히이라기 성형의사 말처럼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신외과'적인 측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타인, 집단, 사회에 의해 형성된 부정적인 인식을 성형을 통해 깰 수 있다면 필요한 의료 행위라고 생각한다. 

 [리얼 페이스] 

 

"당연히 당신을 치료하기 위해서죠. 나는 '아름다움'을 위해 필요하다면 무슨 일이든 합니다. 이를테면 그게 법에 저촉되는 일이라도." _233쪽

 

이 책을 읽으면서 성형보다는 '아름다움'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괴짜인 히이라기 의사의 '아름다움'의 기준에 감동받았기 때문이다. 그에게 아름답다는 것은 외모뿐만 아니라 온전히 자신을 드러낼 수 있고 인정할 수 있는 용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가면과 위선을 벗어던지고 순수한 자신을 보여주는 이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그이기에 사회통념과 윤리에 어긋나는 경우에도 사나에와 아스카는 함께 했을 것이다. 소설이기에 공감하고 감동받았지만, 현실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면 동조하기는 힘들 듯하다. 3번의 전신마취 성형수술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우리나라 정서상 맞지 않는 요소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읽다보면 어느새 히이라기 의사의 선택을 존중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인터넷서점 책소개 이미지

 


"다만 나는 그 선택이 '아름답다'고는 생각하네. 나는 이해할 수 없으나, 신념을 굽히지 않고 우직하게 계속 노력하는 건 어떤 의미에서 보면 '아름다움'이지." _176쪽

 

히이라기 다카유키와 연관 있는 성형미인 연쇄살인에 대한 비밀이 한 꺼풀 한 꺼풀 벗겨지는 과정도 매우 흥미롭다. 범인의 시선을 담아내는 <막간> 꼭지는 긴장감을 배가시켰다. 예상과는 다른 결말에 결국 속고 말았지만, 기분 좋은 결말이다.

의술 외에는 허당인 히이라기와 그런 그를 엄마처럼 누나처럼 아내처럼 챙기는 사나에 그리고 아스카의 조합은 대성공이었다. 그가 못마땅하면서도 솜씨에 놀라고 결과에 놀라고는 진실을 알기 위해 불도저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아스카를 많이 응원하였다.

재미도 챙기고 시사하는 바도 큰 소설 [리얼 페이스] 매력에 퐁당 빠질 이들이 많을 듯하다.

 

"나는 말이야, 내가 정말 싫어. 아니, 싫다는 말 정도로는 다 표현할 수 없어. 나를…… 증오해. 아마기 마이가 현재의 자신을 증오하는 것 이상으로, 그래서 나는 그녀의 마음을 잘 알지. 나라면 그녀를 고칠 수 있을지 몰라." _221쪽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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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십대를 위한 자존감 수업 4
아웃사이더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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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를 좋아한다. 나의 하루 중 책이나 영화가 빠지는 날을 세기 힘들 정도로. 하지만 음악은 즐겨 찾지 않는다. 어떤 영상, 어떤 책을 통해 알게 되어서 며칠 동안 듣는 경우가 많다. 한 작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작가의 작품을 릴레이 하듯 읽는다. 노래도 마찬가지다. 꽂히면 계속 그 가수의 노래를 듣는다. 하지만 나에게 음악의 영향력이 그렇게 오래가지 않는다. 그래서 음악은 항상 나의 삶에서 주변이다. 특히 힙합은 저 멀리 우주 너머쯤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래퍼 '아웃사이더'를 안다. 그가 책을 냈다는 소식에 어떤 내용일까? 궁금한 마음에 읽게 되었다.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아웃사이더 지음/자음과모음

 


우선 글쓴이 소개와 프롤로그에서 알게 된 '아웃사이더' 신옥철 작가의 이력에 깜짝 놀랐다. 가수, 제작자, 강연자, 키즈카페 사장. 한 사람이 이렇게 다양한 직업을 가지다니, 열정 넘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의 말처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소통하며, 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많은 사랑을 나누는 직업들이다. 그렇게 소통하고 사랑하고 공감하며 살아갔던 그에게 코로나19로 멈춰버린 이 시기는 잠시 멈춤, 변환점이 되었다. 다른 일들로 쉬었던 본업인 가수로 활동을 재개했으며, 청소년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과 경험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엮어 청소년을 위한 진심이 가득 담긴 에세이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를 발간하였다. 꾸준히 삶을 단단하게 다져온 그였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제 그의 글을 통해 불안하고 흔들리는 시기인 청소년들이 온전하게 자신을 마주하는 용기를 낼 시간이다.

 

#가져라, 긍정의 에너지를!

#끊어라, 부정적인 에너지를!

#잡아라, 인연과 기회를!

#바꿔라, 위기를 기회로!

 

직접 가사를 쓰는 래퍼이기에,

한때 작가를 꿈꿨던 문학소년이었기에 그런지 그의 글은 매끄러웠다. 적정한 단어 선택으로 주제를 파악하기 용이했다. 그리고 청소년에게 애정을 가지고 진심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그의 마음이 느껴졌다. 자신의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청소년의 현실적인 고민에 대안과 자세를 제안해 주는 내용들을 공감하며 읽었다.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은 힘들고 부끄럽고 고통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나'를 찾으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설레는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진짜 '나'를 찾기 위해서는 자신을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 남들의 시선에 영향을 받으며 형성된 보여주는 얼굴의 '나'를 걷어내어야 한다. 아웃사이더는 개인의 성향에 대해 살고 있는 나라나 속해 있는 집단에 따라 환경적, 문화적 혹은 또 다른 특성들이 결합하여 판단하기 때문에 가장 좋은 성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환경적, 문화적 특성을 관통하는 '좋은 성향'은 있다. 본질은 외부 환경이나 조건이 바뀌더라도 바뀌지 않는다. 그렇기에 좋은 성향을 지니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자세로 실패와 성공에 연연하지 않고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이런 자세가 습관이 되어 태도가 되고, 태도가 언젠가는 신념이 된다는 그의 말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대단하지 않는 꾸준함 어딘가에서 시작되는 대단한 무언가를 아는 그이다.

 



 

매 순간 다가오는 고난을 게임 한 판이라고 생각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즐겨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감정을 에너지로 전환하여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감정을 기록하며 다시 꺼내서 소화하게 되면 어느 정도 해소되거나 완화된다. 기록하는 방법은 본인에게 편한 방식이면 된다.

 

청소년에게 소중하고 큰 의미인 '친구' 관계에 대해서도 자신의 인연들을 소환하여 현실적이고 따뜻한 조언을 전한다. 경험으로 얻은 지혜와 깨달음은 묵직하게 다가온다. 누구나 아프고 힘든 게 인생이라며 누구가 아닌 자신을 위한 삶을 살라는 위로는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단순한 사실을 쉽게 잊고 산다. 진짜 '나'를 알고 인정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말자.

 



어린이도 어른도 아닌 십 대 청소년의 불확실성을 정확히 가리키면서 공감해 주는 아웃사이더의 에세이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진지하게 자신을 대하고 소중한 이들에게 집중해 온전한 시간을 보내는 하루들이 쌓여 인생이 채워져간다. 목표를 세우고 나아가는 데 있어 목표는 끝이 아니라 인생의 한 지점이라는 유연한 자세가 기억에 남는다. 누구보다 빠른 랩을 구사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로 소통하는 아웃사이더가 준비한 크고 묵직한 선물이 십 대 청소년에게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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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 베니핏 - COST BENEFIT
조영주 외 지음 / 해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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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T BENEFIT

우리말로 하면 '가성비'이다.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며 우리가 소비를 할 때 가성비를 많이 고려한다. 어떻게 하면 가성비를 고려한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이런 합리적인 선택, 합리적인 소비가 옳고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수백 년간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을 하면서 발전해 온 인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가성비, 합리적, 효율적 사고방식, 행동방식은 본연의 의미가 변질된 형태로 우리를 조종하는 경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합리적은 이치에 합당하는 것일 텐데 그 이치가 무엇이냐에 따라 너무나도 다른 결과로 치닫는다. 자본주의 팽창으로 물질적인 가치가 너무 커진 오늘날, 진정한 인생의 가치가 자리를 잃어가는 듯하다. 이런 시선의 연장선상에 있는 소설집을 읽었다. 가성비로 우리 인생 곳곳을 살펴본 작가 5명의 각양각색 이야기가 담긴 앤솔로지 소설집.

<코스트 베니핏 - COST BENEFIT>


 

코스트 베니핏/조영주, 김의경, 이진, 주원규, 정명섭/해냄

 


조영주_절친대행

독특하면서도 다분히 현실적인 설계에 놀라워하면서 읽은 단편이다. 독자의 시선을 잡아끄는 첫 번째 역할을 잘 수행하였다. 대행업은 상견례에서 부모 역할이나 결혼식에서 친구, 가족 역할을 대신해 주는 이들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보여주기 위한 일시적인 역할이 아닌 일상을 나누는 친구 그것도 절친이 되어준다는 설정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으면서도 요즘이라면 가능하겠다는 묘한 인정을 하게 된다.

변화가 빠르고 욕구도 넘치는 세상 속에서 혼자의 시간을 제대로 채울 수 없는 이들은 더더욱 외로울 수밖에 없다. 소설 속 재연과 명혜처럼. 그들이 절친대행에 빠져들어 서비스와 현실의 경계를 망각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내내 씁쓸하고 비릿했다.

'일수' 메모지에서 시작된 황당한 발상은 작가의 펜에 의해 세계 시장을 휘어잡을 경쟁력을 갖춘 사업으로 탄생했다.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혼자력을 키울 수 있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야 할 시기이다. 외로움, 고독을 건강한 방법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재연과 명혜처럼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든다.

 

"미안해, 재연아. 하지만 난 이게 직업이야. 너도 그건 잘 알잖아."

오대양 육대주,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인간은 없다. 이보다 더 가성비가 좋은 사업은 없을 듯했다.

 

정명섭_그리고 행성에는 아무도 없었다

좋아하는 두 작가를 같이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한 단편이었다. 애정 하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모티브로 삼은 정명섭 작가의 작품이라 좋았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고려하지 않는 이들을 가성비의 관점에서 바라본 작가의 시선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인공지능 리모스의 말 중 나오는 '가성비' 부분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상 탈출 우주선을 타고 한 명만 탈출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가장 쓸모 있는 존재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 비상 탈출을 해서 다른 이들을 구하는 게 가능한 사람이 쓸모 있다는 의미인데 이를 어떻게 결정할지 인공지능도 모른다며 공을 인간들에게 넘긴다. 자신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생각해 보면서 읽는 것도 좋을 듯싶다.

 

두리안의 맛_김의경

블로거 윤지가 고가의 태국 여행을 무상으로 떠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같이 여행을 떠나게 된 이들을 만나고 알아가면서 여행의 의미, 자신의 미래 등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SNS를 통한 타인과의 소통은 통제 가능한 부분이 크다. 윤지가 선별하여 올리는 가공된 사진과 글에 달린 댓글 하나가 그녀를 자극한다. 바로 닉네임 스파이더맨이다. 그의 일상은 일탈을 꿈꾸며 고가의 태국 여행을 떠난 윤지와 대비되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의 삶을 보여준다.

 

코로나 따위 두렵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것은 두렵다.

공짜 여행 별로였어요.

 

가성비 대비 최고일 거라 기대한 여행의 끝이 이리도 떨떠름한 것은 미처 가심비를 챙기지 못한 게 이유지 않을까 싶다.

 

이진_빈집 채우기

신혼부부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읽으면서 결혼 준비하던 시기도 떠올라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다. 가성비를 가장 많이 따지는 가전제품에 대한 남녀의 차이뿐만 아니라 고정화된 성 역할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는 소설이었다.

 

2005년생이 온다_주원규

파이어족, 요즘 40대 초반에는 은퇴하기 위해 경제적 자립을 꾀하는 이들을 칭한다. 몇 권의 책을 통해 접한 그들의 삶은 놀라웠다. 그런데 이 단편에 나오는 2005년생 자유주의 학생은 더 놀라운 계획을 세운다. 스무 살에 학교와 인생을 조기 은퇴하자는 급진적인 의견을 말하면서 가성비 완벽한 삶이라 부르짖는다. <90년생이 온다> 책도 신선하고 세대 간 차이를 느꼈건만 <2005년생이 온다>는 머리가 빙빙 돈다. 17살 고등학생들이 말하는 가성비 완벽한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 17살의 나를 떠올려 보지만 쉽지 않다.

 

이렇듯 <코스트 베니핏 - COST BENEFIT> 주제로 다채로운 단편들을 만나보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성비만으로는 완벽할 수 없다.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가치와 신념으로 살아가기에 가성비의 프레임으로 선택한 결과도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각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정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 추천할 수 있는 가성비 훌륭한 앤솔로지 소설집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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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옛날엔 그랬어
비움 지음 / 인디언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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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자 화가이며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비움' 작가의 시화집 『나도 옛날엔 그랬어』

글로 쓰고 그림으로 채워진 이 책은 비움 작가만의 숨결이 가득하다. 시와 그림이 하나의 몸을 가진 존재로 그를 드러내고 있다.

 


나도 옛날엔 그랬어/비움 시집/인디언북



시집을 자주 읽지 않지만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 시를 소화시키는 과정이 어색하다는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낯선 시어들이 만들어내는 서사는 나에게 친절하지만은 않다. 압축되고 정제된 언어들이, 공백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저 멀리 우주 공간에서 전해지는 빛처럼 빠르면서도 느리다. 그래서 나는 매번 시인의 마음을 쫓아가는 데 바쁘다. 시인의 마음과 나의 감정이 맞닿는 순간을 그리며 시를 본다. 그래서 시집을 읽는 시간은 흔치않고 만나는 시집은 소중하다.

이번 시집 <나도 옛날엔 그랬어>는 4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시인은 왜 이렇게 덩어리지었을까? 하는 의문과 호기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게 된다.

 

사랑이 오고 - 손가락을 보여 줄까요? - 나도 옛날엔 그랬어 - 문 열어 주세요

 

사랑이 오고

사랑의 시로 마음이 애틋해져 지금은 아련한 추억이 다시금 떠올랐다. 연결점 없던 나와 네가 '님'이 되어 사랑했던 순간 찰나의 행복과 아픔과 기대 그리고 후회가 되살아나 너의 님이었던 내가 되었다.

 


 

거기는 너처럼 고운 꽃들이

지천일거야 _꽃 中

 

노래 따라 사람은 간다고 했지

그래서 너와 나는

다른 곳에 있나봐 _내 노래 中

 

나는

이유 없이 좋더라 _니가 좋더라 中

 


 

손가락을 보여 줄까요?

비움 작가의 가치관, 인생관을 엿볼 수 있는 챕터였다. 시에 대한 열정과 예술가로서의 고뇌, 삶을 대하는 겸손한 자세는 그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의 양분이 된다.

 

혼자 있어라

눈을 감아라

귀를 닫아라

영혼의 숨을 사랑 하여라 _숨 中

 

말갛게 비워진 뒤에야

뚜렷이 보이는 진실! _미니멀리스트가 되다 中

 

눈도 없고 코도 없고 먹는 것도 없지만

나를 태우고 잘도 달린다 _자전거

 


 

나도 옛날엔 그랬어

상처 입은 이들의 이야기가 가득한 파트였다. 그리움, 두려움, 처연함, 외로움. 고통과 아픔에 눈물 흘리면서도 내일을 노래하는 용기가 느껴졌다. 다시금 힘을 내라고 옛날의 나와 닮은 오늘의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시들이었다. 비움 작가의 진정한 위로가 닿기를 바라며 공감 가는 시구를 적어본다.

 

남극의 모래도 적도의 빙산도 다 너의

잇 사이에 있다 _끝이 없는 사람 中

 

그러면 어느새 귀족이 되고

공주가 되고 왕이 될 거야 _하지 마 中

 

때리고 뒤섞이고 엎어지고

부서진 형체들

아가리로 미끄러지는 파편들

말의 시체들 _세탁 中

 


 

문 열어 주세요

관계에 대한 고민과 사색을 담고 있다. 우리는 홀로 살아갈 수 없기에 끊임없이 관계에 대해 고민한다. 자신에 대해서도 타인에 대해서도 반려동물에 대해서도 허투루 대하지 않고 마주 보고 대할 수 있기를 바라며 고민한다. 관계를 맺는다는 건 무엇일까? 생각에 잠기게 하는 시들이었다.

 

샘이 열리면

생명이 탄생하는 것 _샘 中

 

절박하게 찾아드는 아늑함

어둠아래 누워있는 무위의 마음위로

흰 새가 난다 _낮은 낮이게, 밤은 밤이게 中

 

작은 사이즈의 책이지만,

우리에게 말을 거는 내용은 커다랗다. 너른 마음으로 한 편 한 편 읽어가다 보면 시인이 일으킨 물결에 발을 담글 수 있다. 나에게 닿은 그 물결이 더 퍼져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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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만나다 사계절 1318 문고 132
이경주 지음 / 사계절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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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를 만나다』 


우리를 만나다/이경주 글/변영근 그림/사계절



퍼즐을 맞춰가듯 읽어나갔다.

<나와 그 애>가 기억을 잃은 채 책장을 넘기듯 나도 아무것도 모른 채 책장을 넘겼다.

그 애들이 읽으면 나타나는 글자들이 모여 진실을 이야기한다. 자신이 누군지 잊어버린 채 자신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설정이 인상적이다.

이야기를 읽으면 객관적으로 캐릭터들의 입장을 받아들이게 된다. 자신의 인생일지라도 이야기로 들여다보면 자신의 상황,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나와 그 애>는 기억은 잃었지만 자신에 대한 책이라는 사실을 알고 읽기 시작하고 하나씩 드러나는 진실에 힘들어하고 혼란스러워한다. 혼자였으면 포기했을지도 모르는 힘든 여정은 둘이 함께 하기에 가능하였다.

<우리를 만나다> 서로가 엮어있는 줄 몰랐지만, '로비오 - 사람이 죽어야 오는 곳'에 있는 도서관에서 잃어버린 기억 속 소중한 이를 공유하면서 그들은 아프고 슬픈 조각을 받아들이고 상처를 치유하려 한다. 다시 시작하려는 선택을 한 그 애들은 힘겹지만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우리 꼭 다시 만나."


로비오에 있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 희미해져가는 자신의 인생을 읽고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책장에 가득한 수많은 책들처럼 제각기 다른 인생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 인생은 그들이 읽고 있는 한 계속되는 것이리라.


동호, 이수 - 제로, 밴쿠버

이제 고등학생인 이 아이들은 모두 상처가 있다. 가장 가까운 어른에게 받은 상처, 그래서 더 쉽게 털어놓지 못하고 상처는 곪아간다. 그 곪은 상처를 서로 치유해 주는 이야기는 가슴아리게 아름답고 슬프다. 서로를 바라보며 활짝 웃던 아이들이 낯선 감정에 당황하면서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한다. 단순히 성장통이라 하기에는 함께 한 시간과 위로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그 애들에게는 오히려 큰 고통이었다. 흔들리는 그 애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하지만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그 애들을 몰아붙였다. 현실처럼 자비롭지 않은 그 애들의 관계는 막다른 길에 이르렀다. 감정은 어쩔 수 없기에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한번 엉켜버린 실타래는 풀 수 없을 만큼 꼬여버렸다. 그래서 기억이 지워진 상태로 소설이 시작하는 게 아닌가 싶다. 살다 보면 한 번씩 되감기를 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물론 되감기 해 돌아간다고 해서 정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좋아서 기억하고 싶어서 싫어서 지워버리고 싶어서 다양한 이유로 되감기 하고 싶어진다. 되감아서 출생부터 다시 시작한 그들은 그들의 인생을 받아들이고 다시 시작하는 선택을 했다. 용감한 그들은 다시 환하게 웃었다.

"너를 처음 만난 날"


색깔을 읽는 소녀 제로와 소중한 친구를 위해 싸울 수 있는 소년 동호 그리고 그들에게 소중한 친구이자 그들을 사랑한 이수이자 밴쿠버. 그들의 이야기가 따뜻한 파란색 수첩을 통해 나에게 닿았다. 다시 책장이 넘겨지고 글자들이 나타날 것이다. 부디 그 애들이 기억하기를…

"시간이 지나도 괜찮아지지 않는 게 있어. 아픈데 안 아프다고 할 수 없잖아. 그래도 우리가 더 나이가 들면 지금보다 덜 아프지 않을까. 괜찮아, 제로."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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