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옛날엔 그랬어
비움 지음 / 인디언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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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자 화가이며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비움' 작가의 시화집 『나도 옛날엔 그랬어』

글로 쓰고 그림으로 채워진 이 책은 비움 작가만의 숨결이 가득하다. 시와 그림이 하나의 몸을 가진 존재로 그를 드러내고 있다.

 


나도 옛날엔 그랬어/비움 시집/인디언북



시집을 자주 읽지 않지만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 시를 소화시키는 과정이 어색하다는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낯선 시어들이 만들어내는 서사는 나에게 친절하지만은 않다. 압축되고 정제된 언어들이, 공백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저 멀리 우주 공간에서 전해지는 빛처럼 빠르면서도 느리다. 그래서 나는 매번 시인의 마음을 쫓아가는 데 바쁘다. 시인의 마음과 나의 감정이 맞닿는 순간을 그리며 시를 본다. 그래서 시집을 읽는 시간은 흔치않고 만나는 시집은 소중하다.

이번 시집 <나도 옛날엔 그랬어>는 4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시인은 왜 이렇게 덩어리지었을까? 하는 의문과 호기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게 된다.

 

사랑이 오고 - 손가락을 보여 줄까요? - 나도 옛날엔 그랬어 - 문 열어 주세요

 

사랑이 오고

사랑의 시로 마음이 애틋해져 지금은 아련한 추억이 다시금 떠올랐다. 연결점 없던 나와 네가 '님'이 되어 사랑했던 순간 찰나의 행복과 아픔과 기대 그리고 후회가 되살아나 너의 님이었던 내가 되었다.

 


 

거기는 너처럼 고운 꽃들이

지천일거야 _꽃 中

 

노래 따라 사람은 간다고 했지

그래서 너와 나는

다른 곳에 있나봐 _내 노래 中

 

나는

이유 없이 좋더라 _니가 좋더라 中

 


 

손가락을 보여 줄까요?

비움 작가의 가치관, 인생관을 엿볼 수 있는 챕터였다. 시에 대한 열정과 예술가로서의 고뇌, 삶을 대하는 겸손한 자세는 그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의 양분이 된다.

 

혼자 있어라

눈을 감아라

귀를 닫아라

영혼의 숨을 사랑 하여라 _숨 中

 

말갛게 비워진 뒤에야

뚜렷이 보이는 진실! _미니멀리스트가 되다 中

 

눈도 없고 코도 없고 먹는 것도 없지만

나를 태우고 잘도 달린다 _자전거

 


 

나도 옛날엔 그랬어

상처 입은 이들의 이야기가 가득한 파트였다. 그리움, 두려움, 처연함, 외로움. 고통과 아픔에 눈물 흘리면서도 내일을 노래하는 용기가 느껴졌다. 다시금 힘을 내라고 옛날의 나와 닮은 오늘의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시들이었다. 비움 작가의 진정한 위로가 닿기를 바라며 공감 가는 시구를 적어본다.

 

남극의 모래도 적도의 빙산도 다 너의

잇 사이에 있다 _끝이 없는 사람 中

 

그러면 어느새 귀족이 되고

공주가 되고 왕이 될 거야 _하지 마 中

 

때리고 뒤섞이고 엎어지고

부서진 형체들

아가리로 미끄러지는 파편들

말의 시체들 _세탁 中

 


 

문 열어 주세요

관계에 대한 고민과 사색을 담고 있다. 우리는 홀로 살아갈 수 없기에 끊임없이 관계에 대해 고민한다. 자신에 대해서도 타인에 대해서도 반려동물에 대해서도 허투루 대하지 않고 마주 보고 대할 수 있기를 바라며 고민한다. 관계를 맺는다는 건 무엇일까? 생각에 잠기게 하는 시들이었다.

 

샘이 열리면

생명이 탄생하는 것 _샘 中

 

절박하게 찾아드는 아늑함

어둠아래 누워있는 무위의 마음위로

흰 새가 난다 _낮은 낮이게, 밤은 밤이게 中

 

작은 사이즈의 책이지만,

우리에게 말을 거는 내용은 커다랗다. 너른 마음으로 한 편 한 편 읽어가다 보면 시인이 일으킨 물결에 발을 담글 수 있다. 나에게 닿은 그 물결이 더 퍼져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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