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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 베니핏 - COST BENEFIT
조영주 외 지음 / 해냄 / 2022년 3월
평점 :
COST BENEFIT
우리말로 하면 '가성비'이다.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며 우리가 소비를 할 때 가성비를 많이 고려한다. 어떻게 하면 가성비를 고려한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이런 합리적인 선택, 합리적인 소비가 옳고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수백 년간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을 하면서 발전해 온 인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가성비, 합리적, 효율적 사고방식, 행동방식은 본연의 의미가 변질된 형태로 우리를 조종하는 경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합리적은 이치에 합당하는 것일 텐데 그 이치가 무엇이냐에 따라 너무나도 다른 결과로 치닫는다. 자본주의 팽창으로 물질적인 가치가 너무 커진 오늘날, 진정한 인생의 가치가 자리를 잃어가는 듯하다. 이런 시선의 연장선상에 있는 소설집을 읽었다. 가성비로 우리 인생 곳곳을 살펴본 작가 5명의 각양각색 이야기가 담긴 앤솔로지 소설집.
<코스트 베니핏 - COST BENEFIT>
코스트 베니핏/조영주, 김의경, 이진, 주원규, 정명섭/해냄
조영주_절친대행
독특하면서도 다분히 현실적인 설계에 놀라워하면서 읽은 단편이다. 독자의 시선을 잡아끄는 첫 번째 역할을 잘 수행하였다. 대행업은 상견례에서 부모 역할이나 결혼식에서 친구, 가족 역할을 대신해 주는 이들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보여주기 위한 일시적인 역할이 아닌 일상을 나누는 친구 그것도 절친이 되어준다는 설정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으면서도 요즘이라면 가능하겠다는 묘한 인정을 하게 된다.
변화가 빠르고 욕구도 넘치는 세상 속에서 혼자의 시간을 제대로 채울 수 없는 이들은 더더욱 외로울 수밖에 없다. 소설 속 재연과 명혜처럼. 그들이 절친대행에 빠져들어 서비스와 현실의 경계를 망각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내내 씁쓸하고 비릿했다.
'일수' 메모지에서 시작된 황당한 발상은 작가의 펜에 의해 세계 시장을 휘어잡을 경쟁력을 갖춘 사업으로 탄생했다.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혼자력을 키울 수 있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야 할 시기이다. 외로움, 고독을 건강한 방법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재연과 명혜처럼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든다.
"미안해, 재연아. 하지만 난 이게 직업이야. 너도 그건 잘 알잖아."
오대양 육대주,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인간은 없다. 이보다 더 가성비가 좋은 사업은 없을 듯했다.
정명섭_그리고 행성에는 아무도 없었다
좋아하는 두 작가를 같이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한 단편이었다. 애정 하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모티브로 삼은 정명섭 작가의 작품이라 좋았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고려하지 않는 이들을 가성비의 관점에서 바라본 작가의 시선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인공지능 리모스의 말 중 나오는 '가성비' 부분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상 탈출 우주선을 타고 한 명만 탈출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가장 쓸모 있는 존재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 비상 탈출을 해서 다른 이들을 구하는 게 가능한 사람이 쓸모 있다는 의미인데 이를 어떻게 결정할지 인공지능도 모른다며 공을 인간들에게 넘긴다. 자신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생각해 보면서 읽는 것도 좋을 듯싶다.
두리안의 맛_김의경
블로거 윤지가 고가의 태국 여행을 무상으로 떠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같이 여행을 떠나게 된 이들을 만나고 알아가면서 여행의 의미, 자신의 미래 등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SNS를 통한 타인과의 소통은 통제 가능한 부분이 크다. 윤지가 선별하여 올리는 가공된 사진과 글에 달린 댓글 하나가 그녀를 자극한다. 바로 닉네임 스파이더맨이다. 그의 일상은 일탈을 꿈꾸며 고가의 태국 여행을 떠난 윤지와 대비되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의 삶을 보여준다.
코로나 따위 두렵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것은 두렵다.
공짜 여행 별로였어요.
가성비 대비 최고일 거라 기대한 여행의 끝이 이리도 떨떠름한 것은 미처 가심비를 챙기지 못한 게 이유지 않을까 싶다.
이진_빈집 채우기
신혼부부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읽으면서 결혼 준비하던 시기도 떠올라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다. 가성비를 가장 많이 따지는 가전제품에 대한 남녀의 차이뿐만 아니라 고정화된 성 역할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는 소설이었다.
2005년생이 온다_주원규
파이어족, 요즘 40대 초반에는 은퇴하기 위해 경제적 자립을 꾀하는 이들을 칭한다. 몇 권의 책을 통해 접한 그들의 삶은 놀라웠다. 그런데 이 단편에 나오는 2005년생 자유주의 학생은 더 놀라운 계획을 세운다. 스무 살에 학교와 인생을 조기 은퇴하자는 급진적인 의견을 말하면서 가성비 완벽한 삶이라 부르짖는다. <90년생이 온다> 책도 신선하고 세대 간 차이를 느꼈건만 <2005년생이 온다>는 머리가 빙빙 돈다. 17살 고등학생들이 말하는 가성비 완벽한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 17살의 나를 떠올려 보지만 쉽지 않다.
이렇듯 <코스트 베니핏 - COST BENEFIT> 주제로 다채로운 단편들을 만나보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성비만으로는 완벽할 수 없다.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가치와 신념으로 살아가기에 가성비의 프레임으로 선택한 결과도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각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정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 추천할 수 있는 가성비 훌륭한 앤솔로지 소설집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