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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편지
설라리 젠틸 지음, 최주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살인 편지/ 설라리 젠틸 장편소설/ 위즈덤하우스
누군가의 지문이 새빨간 피로 찍힌 새하얀 편지봉투가 도착했다. 500 페이지에 달하는 두터운 편지, 과연 설라리 젠틸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두근거렸다.
21세기 애거서 크리스티, 설라리 젠틸 작가. 드디어 그의 작품을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처음 맛본 그의 매력에 푹 빠져 헤어 나올 수 없다. 워낙 고전적인 플롯의 추리소설을 애정하는 독자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더욱이 액자식 구조로 촘촘히 짜인 이야기와 끝까지 팽팽하게 조여오는 긴장과 불안이 아찔한 공포를 선사해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맵 룸으로 가서 우정을 싹틔우고,
나는 처음으로 살인자와 커피를 마시게 된다."
『살인 편지』는 소설 안에 또다시 소설과 현실이 그려지는, 흥미로운 액자식 구성이 강점이다. 호주의 미스터리 소설가 ‘해나‘는 미국 보스턴에 사는 열성팬 ’리오’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소설을 집필하고 있다. 해나의 ‘소설‘과 리오의 ‘편지’가 교차하면서 극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순조롭던 순환이 어느 순간 리오의 집착으로 소설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게 되면서 기이하고 소름 끼치게 변질되어간다.

어느 날 도서관 열람실에 있던 프레디, 케인, 윗, 마리골드는 갑자기 비명 소리를 듣게 된다. 우연히 살인사건의 관계자가 된 프레디, 케인, 윗, 마리골드는 친밀한 사이로 발전한다. 작가라는 공통분모로 프레디와 케인은 친밀감을 느끼는데……. 도서관에서 들은 여자의 비명 소리가 프레디의 핸드폰에서 울려 퍼진다. 이를 시작으로 네 명은 살인 사건 한복판에 내던져졌다. . 살인사건에 휘말려 여러 가지 사건사고들을 겪으면서 끈끈했던 그들 사이에 균열이 시나브로 생기기 시작한다.
친밀한 관계에서 서로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전개에 흔들리면서도 ‘사랑’이라는 단단하고 깊은 감정을 키워나가는 프레디와 케인 그리고 예상과는 다른 윗과 마리골드, 네 명이 주고받는 감정을 살펴나가는 여정이 이야기 몰입도를 한층 높여주었다.
"만약 내가 살인자라면 내 책이나 글이
다르게 보일까요? 예를 들자면요."
해나는 소설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살인자를 추적해나가야만 한다. 어쩌면 가장 바쁜 사람은 독자일지도 모르겠다. 독자인 우리는 설라리가 제공하는 정보는 물론이고 해나가 제시하는 범인에 대한 단서와 복선을 쫓아야 하니 말이다. 사실이라 믿었던 상황이, 사람이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속임수인지 혼란스럽다. 치밀하게 짜인 플롯은 의심에 의심을 더해주었다.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서사는 사랑, 우정, 신뢰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이야기를 통해 독자는 의미를 찾아가죠.
발견은 독자의 몫이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은
작가가 보여주는 거라 생각해요.
그러니 작가의 도덕성은 작가가 제시하는 길을
독자가 신뢰할 수 있는지에 영향을 끼친다고 봐요."

『살인 편지』 깊이 일기를 하고픈 독자를 위해 숨겨둔(?) 팁을 참고하면서 읽어나간다면 소설의 주제를 더 밀도 있게 탐구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 속을 누가 알겠어요?
마음이 끌리는 대로 따라가는 거잖아요. "
미스터리 추리극의 고전 같으면서도 절묘하게 사람의 심리를 파고드는 필력이 매혹적인 작품이다. 보여주는 대로 혹은 보이는 대로 다 믿으면 안 되는 미심쩍은 상황에서 물어보지 않으면 답하지 않아도 수수께끼 같은 이를 끝까지 믿고 싶은 마음은 단지 사랑일까? 입체적인 인물들의 합이 소설에서 현실에서 두 살인자를 쫓는 위험천만한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의혹의 눈초리가 한곳이 아닌 인물 한 명 한 명에 이를 수 있도록 설정한 설라리 젠틸의 예리함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부디 “나를 조심히 열어봐주세요…….“ 당부하는, 섬뜩한 편지 한 통이 도착하는 행운을 누리기를 바란다. 정말 사람 속을 누가 알겠냐마는 설라리 젠틸의 작품 속은 확실히 알았다. 속히 다음 이야기를 펼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