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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보는 식물학자 - 식물의 사계에 새겨진 살인의 마지막 순간
마크 스펜서 지음, 김성훈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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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죽는 순간부터 아주 풍부한 영양 공급원이 된다.
그리고 식물들은 그 영양분을 먹고 자란다."
식물을 관찰하고 연구한 지 45년이 넘어가는 법의 식물 학자, 그는 동성애자이다. 그는 어릴 적부터 야생 식물과 재배 식물이 살아가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다. 좋아하는 것이 직업이 된 것은 굉장한 운이자 복이다. (원래 못 이룬 꿈은 평생 마음에 밟히는 법이니까...) 런던 자연사 박물관에서 식물 표본실(말린 식물의 표본을 모아놓는 곳) 큐레이터를 하고, 법의 식물 학자가 되었다. (법의환경학이라는 폭 넓은 범죄과학 분야에서 파생되는 법의식물학은 범죄과학의 일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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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법의식물학자가 되기가 어려운지 알고 싶어한다. 내가 아는 한 이 세상에 법의식물학 관련 자격증을 발급하는 곳은 없다. 능력있는 법의식물학자로 보이고 싶으면 적어도 식물학 학사학위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야생의 식물을 구경하며 돌아다닌 경험이 많아야 한다는 의미다.
법의 식물학은 범죄 현장 수사에서 법곤충 학자와 법의 인류 학자(사람의 뼈를 관찰)를 비롯해 피해자를 찾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낙엽과 꽃가루의 미생물을 포함해 확인, 시체를 찾아야 하는 현장에서 경찰들이 포크레인이나 지게차로 땅을 쓸어버린다던지. 하는 행동들 말이다. 작가는 이런 부분 때문에 경찰과 범죄학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직업적 특성을 파악하길 바라고 있다.)
범죄 현장 수사관과 함께 강가에 심하게 부패된 남자의 시신을 수사하러 간다. 그 곳에 있던 시신은 식물에 부분적으로 덮여 있었는데 그 식물의 이름은 블랙베리다. 블랙베리 덤불은 영국에서 싫어하는 것을 부를 때 자주 쓰이는데, 반대로 즐거움을 주는 것은 블랙베리 열매라고 부른다고 하니 아이러니하다. 블랙 베리 덤불은 범죄가 저질러지는 곳에 흔할 뿐더러 그렇다고, 이 나무가 사람을 좋아해서는 아니고, 사람이 농업, 하수 운송을 통해 흙과 수로의 영양분을 늘리는 경향이 있어 이런 환경에서 잘 자라는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하수로나 농로에 시체가 유기되는 경우 블랙베리 덤불이 그 영양분을 먹고 자란다는 것이다. 블랙 베리 덤불이 어떻게 자라는 지를 알게 되면 연관된 다른 식물을 이해할 수 있어서 시신이 사망한 시기를 유추하기 쉬워서 서양에서는 블랙베리 덤불을 "식물 달력" 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정말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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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데 시신이 한번 블랙베리 덤불에 둘러싸이면, 머지않아 완전히 덤불로 뒤덮여 발견될 날만 기다리게 될 것이다. 내 역할은 이러한 식물의 구조에 담긴 결정적인 신호를 이용해서 시신이 그 자리에 얼마나 있었는지 추정하는 것이다. 이 조사를 할 때는 뿌리 줄기에서 돋아난 줄기의 위치와 나이를 관찰한다.
#식물달력, #유성생식, #블랙베리덤불, #나무딸기속학자, #원예학, #은자귀나무, #부들레야
*무 수정생식: 수정이 이뤄지지 않아도 씨앗이 만들어짐 (예: 블랙베리덤불)
*은자귀나무: 1970년대~1980년대 초반 멕시코 식물, 전세계 건조한 열대지역 시골의 가난을 줄이는데 도움을 줄 기적의 나무로 여겨졌었다.
작가 마크도 처음 일을 시작한 초짜였을 때, 시체를 확인하고 그 시체의 몸에서 나오는 유기물로 사건의 시간과 흔적을 특정해야 했었는데. 심각할 정도로 부패된 시신에서 나오는 가스와 역한 냄새로 자동적인 구개반사(구역질을 일으키는 신경학적 반응)가 나오려 했다고 회상한다.
다른 남성들에 비해 외소한 체격 때문에 전문가적인 면모를 보여줘야 했고, 그럴 때마다 아무렇지 않게 옆 경찰수사관과 대화를 했다고 한다. 시체는 사체농장(기증받은 시신을 살인현장이나 재난현장과 비슷한 시나리오에 맞춰 연구하는 야외 연구시설)에서 가져와 연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현장이 연구와 관찰에 가장 중요한 공부현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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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흉곽 , 척추, 팔 그리고 살점이 일부 떨어져 나간 머리뼈만큼은 분명하게 보였다. 치아도ㅠ 드러나 있었다. 치아를 덮어줄 입술이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술은 그 남성의 시신을 먹고 사는 다양한 유기체들 때문에 사라지고 없었다. 부패가 워낙 심하다보니 몸에 남은 색은 목탄처럼 짙은 회색빛이나 잿빛밖에 없었다.
#사체농장, #법곤충학자, #외과용비누, #법의식물학자, #썩는냄새,
#한해살이식물, #애기장대, #구개반사, #히말라야물봉선,
부들레야 식물과 애기장대 그리고 히말라야물봉선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식물들을 읽으면, 이미지를 검색하게 된다. 어떤 식물일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식물의 설명만큼이나 사진이나 일러스트가 한 장도 없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일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식물이 목가적( 농촌처럼 소박하고, 평화로우며 서정적인 것) 인 곳에 많이 분포하기 때문에 재배식물 뿐 아니라 야생 식물들도 많은 듯하다.
하지만 이 책으로 흥미진진한 사건에 대해 알 수 없을 까 하는 생각으로 읽지는 않길 바란다. 작가가 스스로 서두에 열거했듯 말이다. (이 책은 그 보다는 식물의 특성과 미생물과 균류, 그리고 범죄학에서 연결되는 직업적 특성에 대해 설명한다고 봐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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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에서 봤던 흥미진진한 사건에 관해 알 수 없을 까 해서 이 책을 읽고 있다면, 인터넷을 검색해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 책은 내가 조사했던 사건을 활용하고, 부분적으로는 그 중 일부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지만, 핵심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실제 증거를 온전히 다 설명하지 않았다. 그렇게 했다가는 내 직업적 명성을 해치고 수사 결과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한 작가는 식물보다는 균류와 더 가까운 법의식물학자는 식물의 학명 표기법을 관습적으로 이탤릭체로 표기한다고 한다. 전문서적을 보거나 식물문헌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옆으로 기울어진 글자체 말이다. 이는 이름이 종이 위에서 두드러져 보이게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시체에 있는 식물과 생명체를 확인할 뿐만 아니라 "미제사건"을 맡기도 하는 등 , 이는 미세증거 : 섬유, 흙, 곤충을 발견해 사건과 연결시키는 등등의 주로 하는 일을 서두에 설명하고 시작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식물학자가 쓴 책이라 몰랐던 세세한 부분들이 눈에 띄는 책이다. )
그 중에서도 미생물이 내뿝는 유기화합물의 강도에 따라 냄새가 달라진다는 부분은 매우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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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과 거기에 붙어 있는 미생물 공동체는 수백가지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내뿝는다. 그 중, 잘 알려진 것은 푸트레신, 카다베린, 스카툴, 인돌이다. 스카톨과 인돌은 낮은 농도에서는 기분 좋은 꽃향기를 낸다. (고농도에서는 대변냄새를 낸다. 사실 대변 냄새의 주 성분이다.) 합성된 스카톨은 시빗(사향고향이에게서 얻는 사향액)의 대용품으로 또는 백단향과 결합해 향수의 제조에 사용되기도 한다. 아이스크림과 같은 음식에 풍미를 더할 때도 사용되고, 담배에 첨가하기도 한다.
물론 살인사건에서 발견되는 식물로 시간과 살해단서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알려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런던을 비롯한 서양에서는 90년이라는 세월이 있었다.) 프로파일러가 심리를 다룬다면 법의식물학자가 다루는 균류와 식물에 대해 더 많이 양성할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마치 이 책은 예를 들어 프로파일러가 경험을 바탕으로 범죄 에세이를 쓴 듯 한 느낌이었다. 법의학자의 일지, 나름 일기장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초기 서두에서처럼 흥미진진한 사건이 있지는 않다. (물론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범죄사건은 다룬다.) 마크의 직업적 소명과 함께 범죄현장의 용의자들이 어쩌면 읽어볼 지 모르는 저자의 책이 너무 세세하게 쓰여졌을 때 오는 문제점도 무시할 수 없으며, 살인사건을 다룰 때의 피해자의 가족들이 받을 심리적 고통도 배려했다.
범죄학에 식물분석과 균류설명까지 통솔해 설명해 주는 책이다. 그러나 "사건"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흥미 진진하다기 보다는 몰랐던 부분들이나 식물학적 지식을 알아간다 생각하고 보는 게 맞다. 수 많은 범죄 사건보다 사건 테두리(증거)에서 수사하는 식물학자의 소견과 정의를 알 수 있는 책이라 한 분야를 확실히 알고 싶다면 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