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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년째 농담 중인 고가티 할머니
레베카 하디먼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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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세 밀리 고가티는 도넬리 씨의 상점에서 과자와 생일카드를 훔친다. 차로 돌아가 엔진에 시동을 걸려는 찰나, 마이클 도넬리 주니어가 소심하게 창문을 두드린다. 마이클은 가게 주인의 아들이다.
"저도 이러고 싶지는 않지만, 고가티 할머니. 가게로 다시 가주셔야 할 것 같아요."
"내가 뭘 두고 왔나?"
"제가 알기로는 거기에 계산을 안 하신 것들이 몇 가지 들어 있는 것 같아서요."
밀리 고가티는 태연한 척 하지만, 아들 케빈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시들해진 채소들이나 가는 우울한 양로원에 처박아 넣을 지도 모른다. 생각만 해도 강렬한 수치심과 불안이 엄습해온다.
"정말 죄송합니다." 마이클이 말한다. "실은 이미 경찰에 신고했어요."
아들 케빈은 전 직장동료이자 제일 가까운 친구 믹과 브래스 벨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다. 믹은 예전에 다니던 잡지사 사장의 사무실에서 야밤에 벌어지는 밀회에 관한 음담패설을 들으며 한참 세부사항을 들으려 하는데, 모르는 번호가 울린다. 모르는 전화가 오면 케빈은 으레 쌍둥이 동생 에이딘과 관련된 일일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고가티 씨? 이 쪽은 던리어리 경찰서의 브라이언 오코너 경사입니다."
"네? 에이딘은 괜찮은가요?"
"에이딘요? 무슨 말씀이신지... 아뇨, 성가시게 해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실은 어머님이 여기 와 계십니다. 좀 오셔서 모셔가실 수 있을까요? 상태가 좀 안 좋으셔서요."
"혹시 낙상하셨나요?? 저희 어머니 괜찮으세요?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놀라게 해드리려던 건 아닌데.... 아뇨 상태는 좋으십니다. 사건이 좀 있었어요. 훔친 물건을 핸드백에 넣어 두신 게 발각돼서요. 유감입니다만."
케빈은 친숙한 감정의 굴곡을 경험한다. 또,,
케빈은 더 없이 행복한 독신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올바른 어른으로 자라도록 기틀을 잡아줘야 하는 아들 둘과 딸 둘, 그거로도 모자라 이번에도 또 구해주러 가야하는, 좀도둑질이나 하는 엄마까지 있다. 케빈은 술잔을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케빈은 오코너 경사에게서 자세한 상황을 듣는다. 도넬리 씨는 여러 번의 절도로 인해(한 달 전 CCTV를 설치했다.) 그리고 밀리 고가티의 좀도둑질은 고스란히 증거로 남았다. 상대방의 합의는 조건이 있었는데, 잘못한 것을 인정하고 도넬리에게 사과할 것, 그리고 문제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있고 성실하게 노력할 마음이 있다는 걸 보여주며, 마지막으로 일주일에 20시간 3개월 보호관찰 기간 동안 도우미를 들일 것, 이 세 가지였다.
에이딘 고가티는 쌍둥이다. 자신과 함께 6분 차이로 먼저 태어난 언니 누알라와 막내인 남동생 키아란 , 그리고 18살 첫째 제라드가 있다. 에이딘은 여느 자매들처럼 치열하게 싸운다. 누알라와는 사이가 좋지 않다. 그 날도 에이딘은 언니의 몸통을 깔고 앉아서 뼈투성이 무릎으로 누알라의 갸냘픈 팔을 짓누르고 있었다. 노트북 사용 때문에 싸움이 일어났지만, 정확하게는 아버지 케빈이 에이딘을 밀번 학교로 보내버리려는 서류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기숙사가 있는 학교로, 자신의 의지 따위는 상관없이 몰래 서류를 등록한 것을 확인하고,, 에이딘은 할머니 밀리 고가티의 집으로 도망간다.
케빈은 밀리를 차로 데려다 주고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왔지만, 문 앞에는 콘플레이크 그릇과 지저분한 신발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고양이 두 마리 베킷과 캣이 반기는 걸 보니 고양이 먹이 주는 것도 잊은 모양이다. 케빈은 아내 그레이스가 두바이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다행이라 여겨야 할 것 같다. 케빈은 집에와서도 일의 연장선이었다. 부엌으로 돌아가 말벡을 따르고 마시려는데, 집 뒤 쪽으로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누알라였다. 문을 열어주자. 누알라가 아빠 품 안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밖에서 추위에 떨며 울고 있던 상황(에이딘과 싸웠던 부분)을 모두 말한다.
"에이딘이 그랬어요!"
집 안의 모든 방들을 하나하나 빠짐없이 확인했지만, 에이딘은 집에 없었다. 그때, 휴대전화가 울린다. 엄마의 전화다. 에이딘이 할머니의 집에 있었지만, 케빈은 더 확실해졌다. 곧장 책상으로 향한다. 밀번 학교 입학 신청서를 찾는다.
....
집안의 골칫덩어리들이 뭉쳤다. 할머니 밀리 고가티과 손녀 딸 에이딘은 아빠의 걱정(?)아래 둘 만의 방식으로 케빈을 돌아버리게 만든다. 엄마 밀리를 요양원에 보내고 싶다는 케빈의 생각은 정확하게 밀리에게 읽히지만, 당연하게도 밀리는 요양원에 갈 생각이 없다. 합의 때문에 겨우 받아들인 도우미 가정부 실비아가 꾸준한 시간에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도 풋, 하는 웃음을 짓게 하는데, 역시 주인공 밀리 고가티는 책의 배경처럼 유괘하면서 재미있다. 그런데 이게 왠걸? 아들 케빈에게도 새롭게 벌어지는 일은 또 다른 사건을 만든다. 책의 단 60페이지를 넘겼는데. 잔잔한 미소와 함께 "풋" 하는 웃음까지 나는 걸 보니, 마지막 장을 넘기면 잔잔한 감동까지 일지 않을까 싶다. 83년 째 농담 중인 고가티 할머니는 인생 자체가 유머다. 마지막은 어떻게 끝이 날까? 이 소설은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과 비슷하다. 따듯하면서 유쾌한 소설을 쓰는 작가 목록에 레베카 하디먼도 추가해야 겠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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