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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의 다이어리
리처드 폴 에번스 지음, 이현숙 옮김 / 씨큐브 / 202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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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을 빌려보자면, 이 소설의 배경은 초정통파 기독교인 신자들이 모여 사는 곳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의 이름 "처처" 또한 교회를 뜻하는 Chrch와 비슷한 발음으로, 이러한 점을 연상시키기 위한 일종의 언어유희다. 처처의 연인이 될 레이첼 또한 성경에 나오는 이름으로 "암양"을 뜻한다.
"왜 저를 그 집에 남겨두고 떠나셨어요?
레이첼과 처처가 부모에게 질문한다면 똑같이 이렇게 묻지 않을까? 처처 크리스천은 네 살 형 찰스와 엄마 루스 그리고 아빠 스콧, 4식구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날 형 찰스가 감전사고로 죽자, 가정은 파탄에 이른다. 엄마 루스는 찰스의 죽음에 대해 언제나 남편 스콧을 비난했고, 스콧 또한 자책했다. 루스는 비난의 대상이 필요했고, 그렇게 스콧은 집을 떠났다. 처처 또한 어머니의 분노에 집을 떠난다. 성인이 된 이후, 처처는 베스트 셀러 작가로 명성을 얻는다. 어느 날, 처처는 변호사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는데, 어머니 루스 캐롤의 죽음으로 유언에 남긴 집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그렇게 솔트레이크로 떠난 처처는 어릴 적 자신이 살던 집을 방문한다. 그렇게 자신을 학대한 엄마였지만, 처처는 엄마의 유품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방치한 집에선 온갖 잡동사니가 쓰레기 산처럼 쌓여있고, 엄마 루스가 호더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호더 : 저장 강박증을 앓고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용어, 낡고 필요없는 물건이나 쓰레기를 집 안에 가득 쌓아 놓는 특징이 있다.) 한참 집을 정리하던 그 때, 자신의 집에 레이첼이라는 젋은 여성이 찾아온다. 레이첼은 자신의 엄마(노엘)이 이 집에서 살았다고 말하며, 처처에게 소식을 묻는다.
이 소설은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이다. 형식은 가족을 향한 연민과 학대를 말하는 듯 하지만, 결국은 인연과 우연, 그리고 필연을 이야기함으로써 가족 관계에서의 용서, 그리고 과거를 찾아가는 한 남녀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10대의 임신으로 인해 사실을 숨겨야 했던 엄마의 현실과 자식을 잃게 되면서 자신을 놓아버린 엄마의 감정이 이어지면서, 두 남녀의 고통이 연민과 공감, 그리고 애틋함이 되어간다. 레이첼이 어머니를 찾고, 처처가 아버지를 찾아가는 과정은 우리 모두가, 자기자신에 대해 알고 싶은 정체성이 있으며, 자식은 결국 부모의 일부이기 때문에, 이 소설은 로맨스 외 가족 소설이라는 측면에서도 새롭게 읽힌다.
[노엘의 다이어리]는 두 연인의 인연이 연결되는 시작점이다. 달달하고, 감동적인 소설이 그립다면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노엘의 다이어리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