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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낙 ㅣ 형사 카낙 시리즈 1
모 말로 지음, 이수진 옮김 / 도도(도서출판)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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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북미 대륙 사이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섬.
그린란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 범죄소설.
북극의 어느날 밤 야만적인 짐승의 허기에 미나의 아버지는 내장이 파헤쳐진다. 어머니 또한 다음 차례로 목덜미부터 허리로 할켜진다. 미나는 땅에 꿰맨 투펙의 가장자리 틈으로 미끄러져 통과해 탈출한다. 두 눈에 넘쳐 흐르는 눈물은 곧바로 얼어 붙었다.
*투펙 : 투피그 라고도하며, 물개 혹은 순록 피부로 만든 전통 이누이트 족 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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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코펜하겐에서 그린란드 : 뉴크 로 살인사건의 공조를 위해 현장으로 향하는 카낙, 세 명의 희생자는 그들보다 훨씬 거대한 무언가에 의해 살해당한 듯 보인다.너덜너덜하게 찢긴 세 구의 시체. 사진에서 본 것은 기이한 살육현장이었다. 후두가 잘리고, 복부가 파헤쳐 있다. 그린란드의 경찰서에서 모두가 모여 살인 사건에 대한 회의가 한참일 때, 카낙은 곰의 소행이 아닐까 의심한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숙소의 잠금장치는 부셔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풀어져 있었다. 더구나 문에는 피해자의 것 외에 흙이나 발자국 등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린란드 경찰서장 리케는 곰의 소행이라 볼 수 없다고 단정지었다. 카낙은 북극곰이 사람을 공격하도록 훈련이 되었을 경우나, 이미 피해자들의 숙소의 문이 열리고 누군가 침입했을 경우 등의 가능성을 거론하지만, 완강한 그린란드의 경찰서장의 압박에 경사와 경위 모두 개인적인 의견을 내 놓지 않고 있다. 코펜하겐의 분위기와 그린란드 경찰서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카낙은 크리스 검시관을 따라 시체 안치소로 향한다. 피해자 3명 중 (닐스 율리안슨)의 시체는 곤죽이 되어 있다. 카낙은 짐승의 짓이 분명한 시체를 보고 검시관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한다. 크리스는 피해자 율리안슨이 평소 담석증을 앓고 있었을 것 같다는 소견을 덧붙인다. 쓸개가 너무 딱딱하고, 부풀어 있어 간이 뜯겨 나갈 때 함께 뜯기지 않았다는 점. 쓸개 속에서 곰의 송곳니가 박힌 채로 발견되었다는 점 등이 율리안슨의 담석증의 여부를 증명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율리안슨의 쓸개에서 송곳니를 뽑아 낼 당시에 그 이빨 주인은 죽은 상태였을 거라고 말했다. 즉, 율리안슨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곰' 이 그의 간을 먹어치웠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카낙은 그린란드 경찰서 소속, 자신의 조수이자 가이드인 아푸티쿠의 정보원 동물학자 에바트 올슨을 만난다. 에바트 올슨은 아무리 썩은 이빨이라도 북극곰의 송곳니가 먹잇감의 몸에 뽑힌 채 남아있을 확률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북극곰은 크로커다일 다음으로 지상에서 가장 강력한 턱을 가졌다. 핏불테리어 보다 다섯배나 강해서 인간의 사지 중 어느 곳이든 단숨에 뽑아 벌릴 수 있었다. 그리고 곰은 자신의 영역을 보호해야 할 때만 사람을 공격하며, 누크지역을 볼 때 곰의 자연적 서식지라고 볼 수 없다고 한다. 북극곰은 빙산 위에서 사냥하는데 누크 지역은 빙산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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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은 모두 목 주위부터 배까지 내장이 들어나 있었다. 그리고 가해자를 곰이라고 단정하기에 시 근처 곰의 것이라 보이는 어떤 이물질도 나오지 않았다. 북극곰이 사냥할 때 타액을 굉장히 많이 분비해 소화를 돕기 때문에 시체에서는 어떤 타액이나 흙, 털이라도 확인되어야 했다. 그런데 시체의 쓸개에서 나온 곰의 송곳니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저자 모 말로는 프랑스 사람이다. 그린란드를 제 2의 고향이라 생각하는 작가는 그 배경을 중심으로 형사 카낙 시리즈를 선보인다. 이 책은 형사 카낙 시리즈의 첫번 째이다. 책에서는 시리즈 2편의 제목이 그린란드 지역 <디스코>가 될 거라는 팁을 남겨 놓기도 한다. 살인자는 사람일까. 짐승일까. 어느 스릴러에서도 보기 힘든 스토리로 독자의 시선을 꽉 붙잡는다. 단시간에 책의 중반을 읽고 있는 자신을 볼 때 소위 속도감이 쩌는(?) 책이라는 걸 알게 되는데, 지루하지 않도록 여러 곳에서 연결되는 이야기는 저자의 필력을 감탄하게 한다. 경제(석유) 와 정치 그리고 살인 이라는 여러가지 부제가 얽히고 설켜 지적인 소설을 만든다. 그래서 다음 카낙 시리즈를 기다리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