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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치매에 걸리면 이렇게 해 주렴 - 20년 경력 요양보호사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
하라카와 다이스케 지음, 서희경 옮김, 카치 데루히코 감수 / 소보랩 / 2026년 10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외할머니를 파킨슨병으로 보내드린 뒤로 치매라는 단어가 남 얘기 같지 않다. 유전이 되나 싶어서 자꾸 마음이 쓰이고, 엄마 나이를 한번 세어 보게 되고.. 그런 상태에서 <아빠가 치매에 걸리면 이렇게 해주렴>이라는 책을 만났다. 이 책을 읽으면 마치 부모님이 치매에 걸릴 것만 같아서, 말도 안되는 이유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선택하게 된 것은, 작가가 딸에게 자신의 치매에 대한 걱정, 그리고 보살핌을 하게 된다면 당부하고 싶은 말이라 간접적으로나마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히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더 고민하게 되는 내용이다.
일본 작가가 쓴 책이고 200쪽 남짓에 글자도 큰 편이라 금방 읽는다. 근데 금방 읽히는 거랑 가볍게 읽히는 건 달랐다. 아빠가 딸에게 쓰는 편지 형식이라 읽다 보면 어느새 내가 그 딸 자리에 앉아 있다.

치매에 걸리기 전 증상이 거짓말이 늘고, 상대방을 의심한다고 한다. 이미 알고 있었던 부분이기도 하고, 책에서는 이 부분, <거짓말>에 대한 내용도 빠지지 않고 다룬다. 없는 일을 있다고 우겨도 부정하지 말고 "아빠의 세계에 잠시나마 머물러 주면 어떨까?" 하고 아빠가 부탁한다. 이유가 담담하게 아픔을 얘기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과거를 회상하게 한다. 어릴 때 그네 시합에서 져놓고 하늘에서 빙글빙글 돌아봤다고 우기던 어린 딸에게, 아빠가 "우리 딸 대단한데" 하고 맞장구쳐 줬던 기억을 꺼내 놓는다. 설거지를 맡겨 달라는 부탁도 있다. 엉망으로 해놔도 고맙다고 말해 달라고 한다. 이건 지시가 아니라, 병들어 버린 미래의 아빠가 지금의 딸에게 미리 구하는 양해 같아서 읽는 내내 좀 슬펐다.
마치 어릴 적 아이때로 돌아가는 부모와 어른이 되어버린 딸의 역할이 바뀌어가는 뭐랄까. 좀 삶의 유한함, 그리고 마지막에는 가족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이 편지를 정말 딸이 읽는다면 어떤 마음일까. 울컥하는 건 당연하고, 한 줄 한 줄 조심해서 읽게 될 것 같다. 나중에 진짜 닥쳤을 때 이 문장들이 하나씩 떠오를 테니까. (나라면 끝까지 소리 내서 읽을 수 있을까, 모르겠다.) 약이나 시설 얘기에서는 너부터 편해지라고 한다. 죄책감 덜어 주려고 쓴 말인 줄 알면서도 읽는 쪽은 오히려 더 미안해진다.

아쉬운 점도 있다. 시설 장면에 나오는 사람들이 다 너무 좋은 사람들이다. 신입 요양보호사가 어르신을 회전초밥집에 모시고 가는 식이라, 읽다가 우리는 어떨까 싶어졌다. 찾아보니 현실은 좀 달랐다. KDI 보고서로는 요양보호사가 2023년 약 71만 명에서 2034년 80만 6천 명쯤을 정점으로 줄어든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을 더 나이 든 분이 돌보는 구조가 맞는 말이었다.
엄마가 이 책을 읽는다면 어떤 얼굴일까, 그 생각만 계속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