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의 품격 - 판단의 품격을 높여주는 아홉 번의 생각 수업
투리 문테 지음, 이영래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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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부드러운 땅콩버터가 최고라고? 이 책 저자 쪽에서 운영하는 의견 투표 사이트 (팔리아) 에는 영화 취향부터 국방 정책, 유령이 있다고 믿는지까지 온갖 질문이 올라온다. 사이트 팔리아의 방문자는 자기 나이, 성별, 정치 성향 같은 걸 먼저 밝히고 투표한다. 그러다 <알갱이 없는 부드러운 땅콩버터가 최고다> 라는 의견을 정치 성향별로 정리해봤더니, 반대하는 사람의 비율이 극좌 44퍼센트, 중도좌파 41, 중도 37, 중도우파 30, 극우 16퍼센트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계단처럼 내려갔다고 한다. 땅콩버터 취향이 정치랑 이어져 있다니.이게 맞는 말인가 싶은게,. 저자도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추측만 몇 개 늘어놓는다. 이 수치를 답이 아니라 그냥 참고할 수치로 여겨야 할 것 같다.




[사고의 품격] 이 책은 정치 성향이 생각이 아니라 몸에서 먼저 시작된 걸 수도 있다고 예측하는 것 같다. 얼굴만 보고 정치 성향을 72퍼센트 맞힌 알고리즘 얘기로 시작해서 편도체, 전측 대상회 피질, 혐오 민감성으로 넘어간다. 그 중에서도 거미 사진이랑 딸기 사진 실험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위협적인 사진에 1초 가까이 더 오래 머무는 사람이 있고, 좋은 사진으로 자꾸 돌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건데, 나라면 어디에 오래 있었을까 상상해봤다. 둘 다 비슷하게 봤을 것 같은데, 그럼 나는 중도인건가..




외모를 말하는 저자의 설명은, 잘생기고 예쁜 사람은 세상이 친절하게 대해주니 불평등을 겪을 일이 적고, 그래서 능력주의를 믿고 정부의 재분배에는 시큰둥해진다고 한다. 외모 프리미엄 자체는 나도 말이 된다고 본다. 외모가 좋은 사람은 연봉이 10~15퍼센트 차이 난다거나 선생님이 점수를 더 후하게 준다는 건 책에 나온 연구이기도 하고, 살면서 봐도 대충 그렇다.








그런데 < 그래서 보수가 된다> 까지 가면 더 희안해진다,. 중간 단계인 < 불평등을 덜 느낀다> 는 건 증명이라기 보다 저자의 설명 같고, 1950년대랑 1970년대 미국에서 한 설문이라는 점도 이 부분을 신뢰하지 못하게 한다. 외모랑 돈이 같이 가는 경우도 많지 않나? 잘생겨서 보수가 된 건지, 여유가 있어서 꾸밀 수 있었고 그 여유 때문에 보수가 된 건지 이 설명만으론 부족한 듯 싶다. (저자도 그 파티에서 "이 사람들은 그냥 부유할 뿐이다" 하고 스스로를 설득하려 했다고 쓴다). 일단 나는 이 설명을 반만 믿어보기로 했다. 대접이 달라진다는 건 믿겠는데 그게 정치까지 간다는 건 글쎄, 아직은 모르겠다.




 저자가 먼저 털어놓는 얘기가 있는데, 이 분야 연구가 거의 다 보수 쪽만 판 거라고 한다. 미국 학계에 진보가 6대 1로 많아서라나. 이런 건 슬쩍 넘어가는 책도 많을 텐데 뭐 어쨌든 그 부분은 미리 알려주는 게 좋았다. 참고해야 할 부분이었다.




책에 대해 아쉬운 건 두 가지였다. 편도체가 커서 보수가 된 건지, 보수로 살다 보니 커진 건지 헷깔린다. 책에서 꾸준히 상관관계 얘기를 넣는데 그게 많아서 더 난해했다. 그리고 구피에서 침팬지, 보노보, 이로쿼이족, 벌집까지 비유가 너무 매끄럽게 이어진다. 요리 프로에서 맛 설명이 지나치게 완벽하면 오히려 의심이 가는 것처럼, 구피 얘기가 사람 정치랑 너무 딱 맞아 떨어져,. 읽다가 의심이 생겼다. 구피가 투표를 하는 것도 아닌데.. 재밌는 건 재밌는데 증명이라기보다는 그럴듯한 이야기에 가까운 것 같다. 제목은 [사고의 품격]인데 읽고 나니, 품격보다는 재밌는 발상을 던져본 사고의 배경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사고)가 생각이라면, 이 책은 내 생각이 어디서 오는지부터 의심해보라고 한다. 얼굴, 편도체, 환경이 밀어준 방향이 내 신념일 수 있다. 그걸 알고 나면 내 생각이 맞다고 밀어붙이던 태도가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내가 읽은 부분 끝쪽에도 신념을 지키되 필요하면 바꿀 수 있는 열린 마음이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니 (품격)은 똑똑하게 생각하라는 뜻이라기보다, 반대편을 틀렸다고 몰아세우지 않고 생각하는 자세를 가리키는 것 같다.




. 거미 사진이랑 딸기 사진처럼 뇌가 다르면 같은 걸 봐도 다르게 느낀다는데, 그럼 나랑 정치 의견이 다른 사람도 같은 뉴스를 보고 나랑 다르게 느끼고 있을 수 있다. 내가 아무리 설명해도 안 통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이해는 된다. 이해만 되고 답답한 건 그대로겠지만.. 뭐 어쨌든 나와 다른 사람 얘기가 나오면 이 책이 먼저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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