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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 불공평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11가지 법칙
체탄 바갓 지음, 이선미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누구는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고 누구는 출발선부터 다른데, 요즘은 그 간격이 좁혀지긴커녕 더 벌어질 것 같다. 그래서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라는 제목이 참 공감이 갔다.
체탄 바갓은 골드만삭스, 크레딧 스위스 같은 은행에서 일했고 소설도 낸 사람이다. 이 책은 저자 집에 매일 점심을 배달하러 오는 배달 기사 비라즈에게, 성공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하나씩 알려주는 형식이다. 비라즈는 헤어진 여자친구를 잊지 못해 뭄바이까지 온 사람이고, 저자는 점심을 받아 먹으면서 <어려운 일을 매일 해라> , < 사람들과 연결돼라> 같은 원칙을 대화로 풀어준다.
비라즈는 헤어진 여자친구한테 수십 번 전화하고 SNS까지 염탐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손이 먼저 움직인다. 저자는 이럴 때 감정이 시키는 <하고 싶은 일> 말고 <해야 할 일> 을 하라고 한다. 비라즈도 그 말대로 인스타그램을 끊고, 퇴근 후 걷기와 아침 조깅을 시작한다. 연애 얘기랑 운동이 무슨 상관인가 싶었는데, 읽다 보니 알 것 같았다. 헤어진 연인한테 연락하고 싶은 마음이 이성적이지 않은 것 처럼, 나한텐 단호하게 하라는 말이 그래서 이해가 간다.
제일 오래 남은 건 바비 이야기였다. 먹고 마시는 게 인생이라던 바비는 몸무게가 120kg까지 나가서 의사가 표준보다 40kg 넘는다고 했는데도 그래도 난 먹을래 하고 웃기만 했다. 고혈압과 당뇨 약을 받아 오면서는 좋은 의사를 만나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집에 와서는 예전처럼 먹고 마신다. 약만 먹으면 문제없다고 생각했던 건가, 그러고 나서 그는 2년 뒤 52살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에서 친구들은 행복하게 살다 갔다고 울었다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다. 나이가 52살이면 아직 살날이 많다. 저자는 어려운 일을 피해도 어려움은 나중에 따라잡는다는 말로 이 사례를 정의했다. 도파민과 자극만을 쫓고 어려움을 회피한다면 나중에 더 큰 짐으로 되돌아온다. 저자가 제일 좋아한다는 격언이 바로 < 인생은 오르막길이다 > 였다.
인맥 얘기는 솔직히 또 성공한 사람이 자기 자랑하네 싶었다. 근데 병아리콩 카레 하나로 옛 상사를 저녁에 초대했더니 두 달 뒤에 이직 제안이 왔고, 헬스장에서 웃으며 인사한 노신사가 영화제작자였다는 얘기를 읽다 보니 다른 방식으로 들린다. 인맥이라고 하면 대단한 사람부터 떠올리는데, 평소 만나는 사람한테 제대로 인사하는 것부터가 시작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반면에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책 속 성공 사례가 은행가나 작가 쪽에 몰려 있어서, 출발선이 다른 사람은 공감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비라즈가 "저는 일개 배달 기사일 뿐"이라고 했을 때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여기서 내 생각을 두 가지 보태면, 하나는 이 책이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해법은 전부 개인에게 맡긴다는 점이다. 맞는 말이긴 한데, 공평하지 않은 걸 알고도 내가 더 뛰어야 한다니.... 다른 하나는 비라즈가 빵을 들고 가는 장면이다. 비라즈는 자기 같은 배달 기사가 무슨 네트워크냐고 했지만, 저자는 취업 알선 기관 직원한테 말 한번 걸어본 적 없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비라즈는 동네 빵집이 저녁마다 안 팔린 빵을 나눠 준다는 게 떠올라서, 그걸 들고 기관에 가보기로 한다. 저자는 그 빵이 비라즈가 줄 수 있는 가치라고 한다. 빵 몇 개가 가치라니 싶었는데, 가진 게 없어도 줄 건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주변에 잘해야. 기회도 찾아온다는 걸까.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는 건 예전부터 알던 얘기다. 근데 책을 덮고 나니 그 말이 조금 다르게 들린다. 포기하라는 말 같기도 하고, 그래도 가보라는 말 같기도 하고. 그러니 역시 개인이 선택하는 길 밖에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