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 범죄 실화, 살인자의 얼굴을 읽는 법
박진규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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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나는 살인사건을 다룬 책을 볼 때마다 사형제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강간살인이나 특수살인, 폭행살인, 스토킹으로 인한 살인, 마약과 관련된 살인처럼 누가 봐도 범행이 명확하고 증거까지 확실한 사건이라면 사형을 실제로 집행해야 한다고 강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사형제도가 법적으로 존재하면서도 실제 집행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런 사건을 읽을 때마다 피해자와 유가족의 입장에서 더 생각하게 되는것 같다. 예전에는 범죄자가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을 무마하는 서사 중심이었다면 요즘은 정말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보고 있어서 다행인 것 같다. (그럼에도 법의 형량은 여전이 약하다) 물론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어떤 처벌이 내려지는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피해자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했는지 사회와 법 테두리의 모순을 더 찾아 봐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사건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를 만났다.




< BJ의 살인초대방>은 수원의 한 인터넷 방송 BJ 이야기이다. 라이브 노래방송을 하던 B씨 집에는 가출 청소년들이 모여 아지트처럼 지내고 있었는데, 그 방송을 즐겨보던 20대 초반 남성 A씨가 초대를 받아 그 집을 드나들기 시작한다. 처음엔 친절했다는 B씨는 A씨가 집에 눌러앉으면서부터 태도를 바꿨다. A씨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하고 인터넷 결합상품을 신청하는 걸로 착취를 시작하더니, 나중엔 야구방망이와 샤워기로 폭행하는 지경까지 갔다. 밥은 일주일에 두 번밖에 안 줬다고 한다. 그러다 A씨가 사망하자 부부는 핑크색 캐리어에 시신을 담아 늦은 밤 공사장 공터로 향했다. 형사가 CCTV로 그 뒷모습을, 갈 때는 무겁게 걷다가 올 때는 가벼운 걸음이었다는 걸 보고 분노했다고 하는데, 나도 그 부분을 읽으면서 어의가 없었다. 모두가 범죄자들에게 인권은 없다는 말을 한다. 그러면서도 인권이 없는 짐승이 사람을 유린하는 현장을 보면서도, 나서서 바꾸려 하지 않는다. 법이 그 이상을 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희안한건 분명 도망칠 수도 있었다는 거다. 실제로 집 밖으로 나간 적도 있었는데, 어디로 가든 쫓아가겠다는 위협 하나에 스스로 그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가스라이팅이라는 말로 설명하기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사람이 사람을 저렇게까지 길들일 수 있다는 게, 그리고 그걸 옆에서 지켜본 10대 청소년들까지 폭행에 가담했다는 게 학습이 무서운 것 같다.







두 번째, 묘지옆 그소년 이야기는 읽는 내내 마음이 더 복잡했다. 벌초하던 사람이 우연히 발견한 백골 사체 하나로 수사가 시작되는데, 신원 확인만 몇 달이 걸린다. 15세 소년이었다는 게 밝혀지기까지 3만 8천 명이 넘는 대상자를 하나하나 추려야 했고, 결국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 속 반지 하나로 신원이 드러났다. 소년은 가출팸에서 살다가 경찰 조사에서 우두머리들 이름을 말했다는 이유로 미움을 샀고, 좋아하던 여자아이가 보낸 문자 한 통에 신나서 나갔다가 목이 졸려 죽었다. 범인 셋 중 한 명은 조사받으면서 실실 웃었다고 하고, 하루 뒤에야 울면서 자백했다는데, 나는 그 눈물이 반성이 아니라 그냥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걸 깨달아 흘린 눈물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악어의 눈물과 자신의 안위가 더이상 보장 받을 수 없다는 걱정에서 나온 자기 위안 말이다.




이 두 사건을 보면서 계속 든 생각은, 이 사람들이 노리고 죽인 게 다 사회에서 제일 약한 사람이었다는 거다. 가출 청소년, 경계선 지능, 외로운 사람들. 누구도 실종신고를 서두르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만 골라서 착취하고 죽였다. 그런데 이 정도로 증거가 명백하고, 심지어 자백까지 다 나온 사건들인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사형이 선고된다 해도 집행은 안 될 거라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그게 진짜 답답하다. 피해자 가족들은 평생 그 핑크색 캐리어 장면과 백골 사진을 안고 살아야 하는데, 가해자들은 지금도 교도소 안에서 밥 먹고 잠자고 있을 거라 생각하면.... 사건은 끝났지만, 그 사람의 시간은 그날에 멈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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