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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하는 미중 패권 전쟁과 대분열의 시대 - 누가 새로운 승자가 될 것인가
닐 시어링 지음, 임경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너무 미국이 잘 빠지게 쓰인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다. 근데 솔직히 나는 원래도 뉴스 볼 때 중국보다 미국 쪽에 더 관대하게 보는 편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우리를 위해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관세 올리고 동맹국한테 부담 지우는 거 보면 우리 입장에서 불편한 것도 분명 있다. 그런데도 미국을 더 믿게 되는 건, 뭐랄까. 미국이 뭔가 요구할 때는 불만이 생겨도 왜 그러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데, 중국이 경제력 앞세워서 압박을 하면, 한국이 그 안에서 얼마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지 걱정이 먼저 든다는 거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이 술술 읽혔던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저자는 달러는 워낙 다들 쓰고 있어서 쉽게 안 무너진다고 계속 강조하는데, 정작 러시아랑 이란은 이미 위안화로 거래하고 있다는 얘기도 책에 나온다. 근데 그 부분은 < 아직 전체 비중은 작으니까>라면서 그냥 넘어가버린다. 나는 그게 좀 이상했다. 진짜 위안화가 안 클 거라고 자신하면 왜 이런 사례를 자세히 안 따져보고 대충 넘기는 걸까 싶었다.
몇 년 전 처음 해외 주식을 처음 시작했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 언론에서는 페트로 달러가 무너진다느니 브릭스 통화가 나온다느니 하는 기사가 도배됐었다. 그때 겁먹어서 달러 비중을 줄이겠다고 매도해야 하나 고민했었다. 근데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허탈하게도 달러 말고는 마땅한 게 없더라는 거였다. 미국 시장의 그 유동성이랑 투명성을 대체할 곳이 어디에도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 기억이 자꾸 겹쳐졌다.
코로나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mRNA 백신 나오던 시기에 주변에서 중국도 곧 따라잡을거라는 말들이 있었다. 정작 동네 병원에는 미국과 유럽 백신만 들어왔다. 그때 기술 패권이라는 게 결국 신뢰와 네트워크 문제구나 싶었다. 그런데 저자가 반도체와 AI 부분에서 미국의 우위를 말하는 것을 읽으면서 그 기억이 겹쳤다.

반도체 얘기 읽다가 문득 든 생각인데, 우리나라가 반도체를 잘 만든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장비랑 소재, 기술이 어느 나라랑 연결돼 있는지까지 같이 봐야 한다. 조선업도 비슷하다. 예전엔 그냥 배 잘 만드는 산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중국이 조선업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고 미국이 한국 조선 능력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요즘은 미국 대통령 말 한마디에 국내 기업 주가가 움직이는 걸 자주 보니까, 주식이 숫자만 보는 일이 아니구나 싶다.
책 속에서 인도를 미국 쪽으로 밀어붙이는 설명은 좀 약하게 느껴졌다. 책 속의 설명 중 국경 분쟁이랑 수출 수치는 맞는데, 실제 모디 정부는 러시아 원유를 왕창 사들이고 브릭스도 안 버리면서 양쪽에서 실속 챙기는 모습이 보인다. 저자도 < 비동맹과 기회주의의 미묘한 차이> 라고 말한다..
근데 좀 다르게 생각해본 것도 있다. 저자는 계속 < 이제 세상이 미국 편, 중국 편으로 딱 갈라진다> 는 식으로 설명하는데, 나는 오히려 그 중간에 낀 나라는 애매한 자리에서 돈 벌 기회가 더 많이 생길 것 같다. 예를 들면 중국 회사가 중국에서 자신들의 공장을 안 짓고 미국 나라에 가서 공장을 짓는 것도, 결국 그 경계가 딱 안 나뉘고 흐릿해서 생긴 일이 아닐까. 편 가르기가 심해질수록 오히려 그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는 국가들만 기회가 더 생길지도 모른다.
미국이 좋고 중국이 싫다는 마음에서 시작해서 읽었는데, 다 읽고 나니 그 감정보다는 국익을 위한 판단으로 책을 읽어야 겠다. 어느 편이냐보다, 그 사이에서 한국이 뭘 챙길 수 있는지가 더 관건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