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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 안개, 절벽, 그리고 내면의 불꽃
짐 콜린스 지음, 고영훈.윤영호 옮김 / 필름(Feelm) / 2026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또 하나의 자기계발서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를 말하는 책은 워낙 많고, 대부분은 열심히 살아라,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이야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도 비슷한 내용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은 누군가를 응원하거나 동기부여를 하는 책이기보다,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고 비교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저자는 비슷한 상황을 겪은 사람들을 짝지어 삶의 흐름을 분석한다. 같은 절벽을 만났는데도 누구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고, 누구는 예상하지 못한 길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간다.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실제 삶을 따라가며 저자가 느낀 바를 담담하게 적어내려간 책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설득력이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건 <유능함의 저주(둠 루프)> 다. 잘하지 못하는 일을 억지로 하는 것도 힘들지만, 사실 더 무서운 건 잘하면서도 좋아하지 않는 일을 계속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실력도 쌓이고, 월급도 오르고, 경력도 생긴다. 그러다 보니 그 일을 계속하게 되고, 어느 순간에는 그만 둘 용기조차 없어지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이게 꼭 직장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익숙해질수록 현재를 유지하려는 마음이 커지고, 그 익숙함이 오히려 자신을 붙잡기도 한다. 더구나 나이가 들수록 모험보다는 안정적인 걸 원하게 된다.
그런데 반면에 의문도 들었다. 저자는 돈보다 내면의 불꽃을 먼저 찾으라고 말한다. 돈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로버트 플랜트나 지미 페이지처럼 평생 음악을 사랑했고, 돈이 생긴 뒤에도 계속 새로운 음악을 찾아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는 분명 인상 깊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순서를 바꾸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에게 <좋아하는 일을 먼저 하라.>는 말은 조금은 현실적이지 않다. (물론 나이가 어린 20대에는 가능할 것도 같지만 말이다.) 저자도 삶은 누구에게나 같은 조건을 주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이 부분 만큼은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격이 꽤 큰 것 같다.
책에서는 <절벽> 이라는 개념을 든다. 처음에는 그 단어 자체에서 풍기는 실패나 사고를 생각하게 되는데, 책에서는 성공이나 승진, 은퇴, 자녀의 독립처럼 삶의 방향을 크게 바꾸는 모든 사건을 절벽이라고 말한다. 이 <절벽> 이 누구에게나 언젠가는, 찾아오는 삶의 전환점이라는 것이다.

특히 남편을 잃은 뒤 뜻하지 않게 정치에 들어가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카디스 콜린스와, 같은 상황을 겪었지만 정치가 아닌 오래된 웨딩드레스를 복원하는 일에서 삶의 의미를 찾은 메리언 피트먼 앨런의 이야기는 상반되는 삶을 보는 것 같아 오래 기억에 남았다. 같은 절벽을 만났다고 해서 모두 같은 방향으로 회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오히려 사람마다 자기에게 맞는 자리가 따로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 경험도 떠올랐다. 살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일 때문에 계획이 틀어지고, 한동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헤맸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에는 그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고,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지 원망하기도 했다. 그런데 책에서는 그 시간을 < 안개> 라고 표현한다. 절벽을 지난 뒤 바로 길을 찾는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은 한동안 방향을 잃고 헤맨다는 것이다.(긴 터널을 지나야 빛을 볼 수 있다.) 그 설명을 읽는데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빨리 회복하지 못했다고 해서 내가 부족했던 것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사례가 대부분 미국 정치인이나 세계적인 운동선수, 유명 음악가처럼 규모가 큰 인물들이다 보니,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현실적인 고민과는 다소 거리가 느껴질 것 같았다. 또 비슷한 구조의 사례를 계속 비교하다 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 반복된다는 인상도 받았다. 연구 결과를 충분히 설명하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조금만 압축했더라면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든 건 사람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었다. < 절벽을 만난 사람에게 왜 아직도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했느냐고 묻는 것은 그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무지> 라는 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사람마다 회복의 속도는 다르고, 어떤 사람은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을 안개 속에서 보낸다. 책은 그 시간을 실패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이 점이 책의 특징이다.

나는 지금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지를 고민하며 살아왔지, 무엇을 오래 하고 싶은 사람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얼마나 있었을까. 저자의 주장에 모두 동의한 것은 아니나, 현실에서는 돈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는 사람도 많고,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 또한 많지 않다. 그럼에도 < 삶은 언제든 예상하지 못한 절벽을 만나고, 그 이후의 선택이 또 다른 인생을 만든다> 는 점 만큼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앞으로 어떤 절벽이 찾아오더라도 나는 그 이후의 삶을 어떻게 다시 만들어갈 것인가.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의미는 충분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