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고 기억하는가 - 지구 끝에서도 살아남는 작고 여린 잎에 숨은 강인함에 대하여
곽준명 지음 / 현대지성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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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앱시스산이라는 용어는 책에서 처음 읽은 용어였다. 스트레스 호르몬으로도 불린다니. 뭔가 화학물질 이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식물이 가뭄처럼 급한 상황에서 만들어내는 비상 호르몬이라고 한다. 이게 나오면 잎에 있는 작은 숨구멍, 기공을 닫으라는 신호가 떨어지는데, 문제는 이 호르몬을 새로 만드는 데 십 분 남짓 걸린다고 한다. 급한 가뭄 앞에서는 그 십 분도 치명적일 수 있다. 근데 식물은 그걸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쓰고 남은 앱시스산에 포도당을 붙여서 비활성 상태로 몸속에 저장해둔다. 위기가 오면 그 포도당만 떼어내서, 마치 안전핀을 뽑듯 곧바로 활성화시켜 쓴다.


물이 부족한데 그 구멍이 계속 열려 있으면 남은 수분마저 다 빠져나가서 말라 죽을 수도 있는데, 식물이 스스로 저장한 양분을 쓴다는 게 놀라웠다. 마치 새로 요리하지 않고, 전날 밤 미리 싸둔 도시락을 꺼내 먹는 것 같다. 


포항공대 연구팀이 이걸 밝혀낸 게 2006년이라는데, 곽준명 교수가 당시 메릴랜드 대에서 이 연구에 직접 참여했다는 걸 알고 나니 저자의 이력이 책에 그대로 담겨있는 것 같아 굉장히 전문적으로도 읽힌다.




 글루탐산은 어디서 들어본듯 했다.  글루탐산이라고 하면 조미료 MSG가 먼저 떠오르는데, 원래는 사람 뇌에서 신경세포들이 신호를 주고받을 때 쓰는 물질이라고 한다. 처음 알았다.



학습이나 기억을 담당하는, 말하자면 뇌 속 대화의 언어 같은 것이라고 한다. 뇌도 신경계도 없는 식물한테서 이 물질을 감지하는 단백질이 발견됐다는 게, 식물도 뭔가를 느끼고 있다는 뜻일까.




벌레가 잎을 갉아먹어서 상처가 나면 그 부위에서 칼슘 신호가 발생한다. 그리고 순식간에 식물 전체로 위험하다는 신호를 퍼트리는데, 여기에 글루탐산이 관여한다고 한다. 사람은 신경계로 통증을 전달하는데, 식물은 신경계도 없이 화학물질로 이 반응을 한다니. 이 부분을 읽으면서 창가의 가지나무를 봤다. 갑자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식물에게 긍정적으로 말을 걸면 잘 자란다는 얘기를 들어봤는데, 나도 이 얘기를 믿는 편이다. 부모님이 고추랑 방울토마토를 키우는데 아침마다 물을 주시면서, 사랑한다고 몇 마디 하고 물을 주신다. 그래서인지 확실히 옆집 화분보다 크는 속도가 빨랐다. 뭐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사무실 책상에 스킨답서스를 두고 매일 아침 인사를 하는 동료가 있다.  다른 동료들 화분은 몇 달 만에 시들시들해졌어도 걔 화분만 새순이 계속 났다. 어떻게 보면 미신 같기도 하지만, GABA 수용체 얘기를 읽고 나니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닐 수도 있겠다 싶다.



식물이 위기를 버티는 걸 넘어서, 아예 사람을 살리는 공장 역할까지 한다는 건 신기하다. 담뱃잎에서 코로나 백신 항원을 만들어냈다는 황인환 교수 이야기를 읽으면서, 몸에 좋을 것이 없는 담백가 이렇게 긍정적인 쓰임이 있다니, 담배 한 그루가 갑자기 다르게 보였다. 


책에서는 볍씨에서 인간 혈청 알부민을 뽑아내고, 동물 유래 콜라겐의 면역 거부 문제를 식물 콜라겐으로 넘어서려는 시도까지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식물을 그냥 배경으로 보던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 역시 책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될수록 더 재밌게 읽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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