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수업 - 예일대 감정 과학자 마크 브래킷 교수의 마음 관리법
마크 브래킷 지음, 정지현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6년 5월
평점 :
예약주문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마크 브래킷의 [감정수업]을 읽으면서 솔직히 처음에는 공감가는 부분이 많이 있을까? 하는 의심이 생겼다. 심리학 책을 꽤 읽어온 편인데, 외국 저자의 책은 보편적으로 외국 정서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서와 문화는 아무래도 미국과는 다를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식 심리학 서적에서 자주 나오는 “명확하게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라”는 조언은 감정 표현을 미덕으로 여기는 문화에서는 자연스럽지만, 가족 간에도 직선적인 말은 한국에서 상처가 될 때가 많다. 그래서 국내 저자의 책이 피부에 더 잘 닿을 때가 많았는데.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건 공동 조절이라는 개념이다. 쉽게 말하면, 내 감정을 나 혼자서만 어떻게든 버티는 게 아니라, 관계 속에서 서로의 감정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조율해가는 거다. 저자는 이 공동 조절이 그냥 좋은 의도로 위로만 해주는 게 아니라, 상대가 지금 어떤 상태를 원하는지 제대로 알아차리는 데서 시작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하는 건 물어보는 거라고 강조한다. 상대가 힘들어 보이면 무작정 “괜찮아?” “힘들지?” 하면서 위로를 쏟아내거나 해결책을 막 던지지 말고, “지금 뭐가 제일 도움이 될까?” “내가 어떻게 해주면 좋겠어?”라고 진심으로 물어보라는 거다. 생각보다 이 단순한 질문이 관계를 많이 바꾼다고 한다.



또 하나 강렬하게 다가온 건 감정이 전염된다는 부분이다. 자기 조절을 잘하는 사람 곁에 있으면 그 차분함이 자연스럽게 나에게도 스며든다는 거다. 반대로 부정적인 사람 곁에 오래 있으면 나도 모르게 그 기운에 물든다. 회사에서 하루에 30분씩 상사 욕을 하는 언니 이야기를 한참 들어줬던 적이 있다. 처음엔 공감해주려고 했는데, 한 달쯤 지나니 나까지 부정적인 마음이 점점 커지더라. 결국 손절했지만, 감정 쓰레기통이 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그리고 분출에 대한 이야기도 꽤 생각하게 만들었다. 친구한테 전화해서 고민을 한참 털어놓고 끊었는데, 왜 기분이 그대로인지 이해가 안 됐던 적이 많았다. 책에서는 그 이유를 명확히 짚어준다. 감정을 그냥 쏟아내는 건 후련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 부정적인 감정을 한 번 더 반복해서 새기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뒷담화나 하소연을 자주 해봤다면 공감할 부분이다.



자기 대화 방식도 인상적이었다. 나 자신에게 말할 때 “나” 대신 “너”나 이름을 불러가며 말하면 심리적 거리가 생겨서 더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자신을 볼 수 있게 된다고 한다.



호흡 파트도 흥미로웠다. 호흡이 미주신경에 직접 영향을 주고, 그게 다시 감정 조절과 연결된다는 과학적 설명이 나왔다. 명상이나 호흡법 얘기가 나오면 늘 “그게 정말 쉽나?” 싶었는데, 뇌와 신경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니 좀 더 믿음이 갔다.



반면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저자는 감정 분출이 효과가 없다고 하면서, 분출 후에 바로 상황을 다른 시각으로 재해석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닌데, 상대가 완전히 무너진 순간에 그 자리에서 “다른 관점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하는 게 정말 도움이 될까 싶다. 그때는 그냥 조용히 들어주고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많지 않을까.



전체적으로 브래킷의 접근은 좀 기술 중심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공동 조절의 다른 부분들은 공감이 가지만, 감정은 때로는 그냥 시간이 필요한 것도 있으니까.



이 책은 저자 자신의 경험이 곳곳에 담겨 있어서 읽는 내내 편하게 읽혔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먼저 전화해주길 바랐다는 부분이나,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이야기 같은 개인적인 에피소드들이 심리학 책 특유의 딱딱함을 많이 줄여줬다. 아이들과 부모의 감정 조절도 다루고 있어서 여러 각도로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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