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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피벗 - AI 시대, 개인과 기업의 생존 공식을 바꾸는 법
최연성 지음 / 터닝페이지 / 2026년 6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그냥 가볍게 읽고 넘길 생각이었는데, 자꾸만 내 커리어가 떠오른다. 요즘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뒤집히는지 실감한다. 한 분야만 파고들다가는 금세 뒤처진다는 불안이 점점 커지던 차에,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저자의 책 [전략적 피벗]. 피벗은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호흡법이라고 한다. 저자는 성공의 정점에서도 끊임없이 준비해야 하는 것이라고 본다.
책은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그 중, 요코이 군페이 이야기는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다. 닌텐도 공장에서 기계나 점검하던 사람이 게임보이를 만든다는 게, 말로만 들으면 가능할까 싶다. 그런데 그는 최첨단 기술을 쫓지 않았다. 남들이 구식이라고 버린 흑백 LCD 화면을 가져다가, 아이들이 버스 안에서 몇 시간이고 게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를 가지고 결국 이 게임보이는 테트리스 하나 품고 4300만 대를 팔았다. 배터리 오래 가는 흑백 화면을 고집한 선택이 결국 시장을 장악한 것이다. 이걸 보면 화려한 게 답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나도 지금 하는 일이 맞는지 싶다. 다른 곳으로 옮기기 전에 지금 최대한, 하고 있는 분야에서 내 것으로 만들고 나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보다는 다른 회사에서도 분명 쓰임이 있을 거라 생각해야 겠다.
필 나이트와 팀 페리스 사례도 있다. 달리기 선수이면서 MBA 출신인 필 나이트는 나이키를 만들었다. 팀 페리스는 동아시아학에 영업에 창업에 번아웃까지, 따로 보면 뭐 하나 대단할 게 없는 경험들을 한데 묶어서 아무도 쓰지 않았던 책을 써냈다. 수학으로 따지면 이렇다. 한 분야에서 상위 10%가 되는 건 노력하면 된다. 근데 서로 다른 두 분야에서 각각 상위 10%가 되면, 그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진 사람은 100명 중 1명밖에 없다. 세 가지면 1000명 중 1명이다. 천재가 될 필요가 없다는 거, 그럴 수 있겠다 싶다. 각 분야에서 그냥 꽤 잘하는 수준이면 충분하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들이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았는데, 그걸 어떻게 이어가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SAP 시스템 다루는 법, 부장님 보고 스타일에 맞추는 법. 문밖을 나서는 순간 휴지 조각이 된다고 저자는 잘라 말한다. 그게 틀린 말이 아니라는 걸, 실제 회사 생활하면서 느낀다. 회사마다 추구하는 점이 다르고, 원하는 스킬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책에서 제일 와닿은 건 역량을 동사로 정의하라는 부분이었다. "저는 개발자입니다" 대신 "복잡한 문제를 논리적으로 쪼개 자동화하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내가 설 수 있는 무대가 확 넓어진다고 한다. 직함이 사라지면 나는 뭐가 남는가. 회사 로고가 없어지면 나한테 남는 게 뭔가. 그걸 생각하게 만든다.
구조화 능력, 연결 능력, 학습 민첩성. 저자가 말하는 이 세 가지 부분은 마치 인사, 전략팀에서 팀장이 강의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읽는 내내 커리어를 검진받는 느낌이었다.
읽고 나니 불안함이 좀 가신다. 대신에 전략적 피벗을 활용해 이직을 모색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한 분야에 갇혀 답답함을 느끼거나 커리어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이 특히 좋을 것 같다. 나처럼 내가 가진 게 별로 없나 싶을 때 읽으면, 오히려 이미 충분한 재료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