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살인사건 - 약이 독이 되는 위험한 화학의 역사
백승만 지음 / 해나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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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최근,20세 여성 김소영 사건이 떠오른다. 책에서 말하는 의약품 살인사건에 그리 멀지 않은..  향정신성의약품을 숙취해소제에 섞어 남자들에게 건네 잇따라 숨지게 한 사건인데,  현재 재판 중이다.  경찰 조사에서 김소영은 범행 전 수차례 챗 GPT에 약물의 위험성을 질문했고, 첫 범행 후 피해자가 의식을 회복하자 다음 범행부터 투약량을 늘렸다는 걸로 유명하다. 술과 정신과 약을 함께 복용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은 이 기사로 알게된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의약품 살인사건]이라는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내용이 너무 궁금해졌다. 감각적인 표지도 그 궁금증을 더 높인다. 뭔가 자극적인 걸 기대했다기 보다, 독살로 인한 방식이 현재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했는데,. 최근에 정신과 약물과 섞인 약물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사건을 접해서 읽는 내내 재밌게 읽었던 것 같다.. 



첫 파트부터 나온 게 배질 브라운 이야기다. 1974년 영국,  건강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건강식만 먹어왔던,  48세 남자가 죽었다. 사인은 당근 주스 중독. 당근?. 당근 주스? 그게 사람을 죽일수도 있다고? 근데 읽다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열흘 동안 하루에 4리터씩 당근주스를 마셨단다. 거기에 비타민 A를 하루 700만 IU씩 챙겨 먹었다. 하버드에서 제시하는 성인 남성 상한섭취량이 1만 IU라고 한다. 근데 영국인 남성은 700만을 먹었다.  죽기 직전 그의 피부는 밝은 노란색이었다고 한다. 간경화. 비타민 A는 지용성이라 물에 녹지 않고 몸에, 주로 간에 쌓인다고 한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쌓이면 간이 버티지 못한다.




이걸 읽고 처음 든 생각은, 좋은 거라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는 말이다. 진부하지만 떡하니 관련 사건을 읽으니 그럴수 있구나 싶다. 브라운이 왜 저렇게까지 당근 주스에 집착했는지 기록은 없다. 책에서도 추측만 한다. 영국이 2차 세계대전 때 당근을 국가적으로 키웠고, 전쟁 영웅들이 당근을 많이 먹어서 야간 시력이 좋아졌다고 선전했다는 역사가 그 배경이었을 거라고 추측한다. 


근데 그 선전은 거짓말이었다. 레이더를 감추기 위해 영국군이 만들어낸 이야기였다. 진짜 비결은 당근이 아니라 첨단 기술이었는데, 사람들은 그걸 믿고 앞다퉈 당근을 심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뒤에도 당근을 먹어왔다. 브라운이 죽을 때까지 당근 주스를 마신 건, 어쩌면 그 나라가 만들어낸 신화를 몸속에 새긴 결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가 거짓말로 심어놓은 믿음이 수십 년 뒤 한 사람의 간을 망가뜨렸다. 그런데,  제약회사의  과장된 광고 효과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책은 당근 이야기로 시작해서 비타민의 역사로 넘어간다. 19세기 초 유럽에서 뼈를 삶아 젤라틴 수프를 만들어 빈민들에게 먹였던 이야기가 나오는데,  처음엔 좋은 아이디어처럼 보인다. 젤라틴이라 콜라겐을 가공한 단백질이 아닌가. 듣기엔 좋은 성분같다. 그런데 그것만 먹인 빈민들이 영양실조로 죽어나갔다. 미네랄과 단백질만으론 사람이 살 수 없다는 걸 책에서는 알려준다.


 그리고 독일 화학자들이 3대 영양소를 분석해냈는데,  에스토니아 대학원생 루닌이 쥐 실험으로 비타민의 중요성을  증명했다. 3대 영양소와 미네랄만 줬더니 쥐가 제대로 자라지 않았다. 뭔가 빠진 게 있었는데 그게  비타민이었다. 홉킨스가 우유를 먹인 쥐와 분리 영양소만 먹인 쥐를 비교해서 공개 발표했고, 1929년 노벨상을 받았다. 수상 소감에서 루닌은 연구를 언급했다. 동물 실험으로 인해 의학이 발전되는 과정은 여전히 신기하다.




반면에  펜실베이니아 의대 피부과 의사 클리그먼이  인근 홈스버그 교도소를 보면서 "1000평이 넘는 피부조직"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의학에 대한 개인의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느끼게 한다.  재소자를 사람이 아니라 실험 재료로 본 것이다. 1960년대에 제대로 된 동의 절차도 없이, 하루 1달러를 받은 재소자들에게  회사가 권장한 농도보다 다이옥신을 400배 넘게 발랐다. . 이 부분을 읽으면서 독살이나 약물 살인이 꼭 극단적인 악의에서만 나오는 게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성재 사건으로 다시 돌아가면, 그때 의혹이 그토록 오래 남았던 이유 중 하나는 독살이 증명하기 너무 어렵다는 거였다. 자연사처럼 보이게 할 수 있고, 성분을 식별하지 못하면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이런 책이 흥미 위주의 읽을거리로만 그치면 아깝다고 느낀다. 비타민이 어떻게 발견됐는지, 지용성 비타민이 왜 과다 복용하면 독이 되는지, 교도소 재소자들이 어떻게 실험 재료로 쓰였는지. 이걸 알고 모르고의 차이는 생각보다 클 수 있다. 




마지막 챕터에서 인도 복제약 이야기도 나온다. 특허법을 물질 특허 대신 제법 특허로 바꿔서 복제약 천국이 됐던 인도를 설명하는데,.이는  비싼 약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을 먹여 살린 구조였지만, 영세 업체의 저품질 약이 오히려 사람을 죽이기도 했다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우리나라 환자들이 고가 약값을 견디지 못해 인도에서 직접 약을 사오는 경우가 있다는 대목엔 씁쓸했다. 제도가 사람을 못 지키니,  사람들은 검증 안 된 것에 손을 뻗는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다시 약자에게 돌아간다. 




[의약품 살인사건]은 역사와 과학과 범죄가 교차하면서 흘러가는데, 굉장히 재미있게 읽힌다. 그리고 조금은 관련 지식을 탐독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건강하다고 믿는 것들, 검증됐다고 믿는 것들이 많은 속임수로 인해 점철되었다는 사례들이 많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당근 주스로 죽은 남자와, 교도소 재소자의 피부, 인도 빈민들의 약. 거기에 최근의 마약과 약물을 탄 음료가 살인에 이를 수 있다는 사건까지.  무엇이든 그렇지만, 알아야 피할 수 있다. 아니면 최소한, 당하면서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챌 수는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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