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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
요시무라 마사카즈 지음, 김진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5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사실 연금술사라는 단어를 들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뭔가 신비로운 분위기에서 수정구슬 들여다보며 미래를 예언하는 사람이었다. 사주나 점술 같은 것과 비슷한 영역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해왔다. 연금술사는 점쟁이 같은 느낌? 그냥 그 정도였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오히려 연금술사는 실험실에 틀어박혀서 유독 가스 마시고, 도가니 폭발로 다치면서도 뭔가를 만들어내려고 한 사람들이었다. 가열하고, 증류하고, 다시 섞고 하는 자체는 지금의 연구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보이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이게 단순히 화학 실험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화로 얘기가 특히 그랬는데, 아타노르라는 화로는 급격하게 가열하지 않고 천천히, 일정한 온도로 재료를 데운다. 며칠씩, 때로는 몇 주씩. 그런데 당시 사람들은 대체 뭘 만들려고 이걸 계속했을까? 중간에 용기가 깨지고, 다칠수 있음에도 계속 반복한 이유가. 악착같이 안풀리는데도 계속 끝까지 붙들고 있는 사람들의 끈기도 보인다. 아타노르 화로가 그렇듯. 사람도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확 달궈지면 깨지고 폭발한다. 유리 용기처럼, 근데 사람은 때로 빨리 뭔가를 바꾸려고 한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닐거다. 아타노르처럼 천천히 일정하게 꾸준히 그게 제일 어렵고, 제일 중요한 거라는 걸 연금술사들이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연금술사들은 유독 가스에 시달리고, 낯빛이 무서울 정도로 나빠진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계속했다. 뭔가를 변환시키려는 집착이 그 정도였다는 거다. 읽으면서 이 사람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떤 목표 하나에 그렇게 매달릴 수 있다는 게 부럽기도 했다. 요즘은 뭔가 조금 안 되면 바로 포기하거나 방향을 바꾸지 않나. 물론 나도 그랬지만,, 책에서 말하듯, 황금을 찾으러 갔다가 진짜 과학을 건져 올린 셈이라는 게 결국 그 집착이 만들어낸 결과 아니었을까 싶다.
책을 보면서 알게 된 부분이, 연금술 기호는 물리학 공식처럼 하나의 정답에 도달하는 구조가 아니라고 한다.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지만 공통된 의미에 도달하지 못한다고 한다. 시나 만다라의 해석과 비슷하다는 말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연금술이 왜 오랫동안 신비주의랑 엮여서 이해됐는지 알 것 같았다. 정답이 없는데다 각자가 다르게 이해할 수도 있었을 거다. 내가 연금술사를 사주나 점술과 비슷하게 느꼈던 것도 어쩌면 그 모호함 때문이지 않았을까. 뭔가 명확하지 않고, 해석하는 사람마다 다르고, 그래서 신비롭게 느껴지는 것 그래서 연금술이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비단 화학적인 부분 말고도 예술과 연금술의 역사를 읽는 것만으로도 꽤 유익한 시간이었다. 연금술이 왜 이렇게 넓은 범위안에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는지, 그리고 연금술이 현대에서 어떻게 변화가 되었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책의 가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