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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는 사람을 위한 실행의 기술 - 노력과 의지 없이도 바로 행동하는 뇌 만들기
토야마 미키 지음, 정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3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미루는 사람을 위한 실행의 기술]의 내용 중 일부는 자제력을 다룬다. 자제력은 쓰면 닳는 건지, 아니면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쓸 수 있는 건지에 따라 심리학으로 사람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눈다. 마음의 에너지가 쓰면 쓸수록 닳는다고 믿는 유한형이랑, 써도 써도 안 줄어든다고 믿는 무한형. 그리고 이 믿음 자체가 실제 자제력 발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핵심이다.
실험도 꽤 흥미롭다. 배고픈 대학생들한테 초콜릿이랑 래디시를 같이 놓고, 한 그룹에는 래디시(무) 만 먹으라고 시킨다. 당연히 옆에 초콜릿을 보면서 참아야 하니, 자제력을 이미 소모한 셈이다. 이후에 일부러 풀 수 없게 설계된 퍼즐을 주면, 래디시 그룹이 훨씬 빨리 포기한다. 이게 바로 자아 고갈이다. 초콜릿을 참는 행위 (감정 조절) 과 행동지속 (퍼즐) 을 쓰면 의사결정 에너지를 소모시킨다는 것이다. 자제력도 쓰면 닳는다는 얘기다. 생각해보면 아침부터 크고 작은 결정들을 수도 없이 내리면서 살아가는 우리한테, 저녁쯤 되면 의지력이 바닥나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마시멜로 실험은 아마 들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4살 아이한테 마시멜로 하나를 주고, 15분 기다리면 하나 더 준다고 했을 때 기다리는 아이가 나중에 더 성공한다는 그 유명한 실험이다. 근데 여기서 반전이 있다. 이 실험 대상이 스탠퍼드대 교수 자녀들, 그러니까 애초에 경제적으로 풍족한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다. 나중에 일반 가정을 포함해서 900명 넘게 다시 실험했더니 결과가 똑같지 않았다. 가난한 집 아이들은 자제력이 없는 게 아니라, "지금 안 먹으면 나중에 없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으로 바로 먹은 것이었다. 자제력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의 문제였던 것이다. 어릴 때부터 내일을 믿을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를 같은 잣대로 평가했다는 게, 돌이켜보면 꽤 허술한 실험이었다.

마지막으로 무의식 얘기가 나온다. 의식이 처리하는 정보는 물 한 잔이고 무의식은 태평양만큼이라는 비유가 인상적이다. 우리가 목표를 향해 행동할 때도 결국 무의식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의지로 밀어붙이는 것보다 무의식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판을 짜는 게 더 영리한 방법일 수 있다는 거다.
읽으면서 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오늘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는데" 하면서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유튜브만 보다 잠든 날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게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자제력 자원이 이미 다른 데서 소모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으론 위로가 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론 막막한 기분도 든다.
그리고 마시멜로 실험의 반전은 꽤 충격적이었는데, 우리가 철석같이 믿어온 실험들이 사실 편향된 집단에서 나온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 실험만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상식들 전반을 한 번쯤 의심해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누군가의 실패를 의지 탓으로만 돌려온 시선들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