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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그렇게 연애하는 까닭 (출간 15주년 기념 개정판) - 사랑에 대한 낭만적 오해를 뒤엎는 애착의 심리학
아미르 레빈.레이첼 헬러 지음, 이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책 [그들이 그렇게 연애하는 까닭] 을 읽기 전에는 솔직히 조금 걱정이 있었다. 외국 저자가 쓴 연애 심리 책이라 한국 사람들의 연애 정서와는 어딘가 어긋나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을 읽어 가면서,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안정형, 불안형, 회피형의 사례들을 읽다 보니 특정 문화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 세계 연인들에게서 반복되는 연애 패턴을 설명하는 책이었기 때문이다.특히 각 유형의 연애 방식과 갈등 장면을 읽다 보니 예전에 했던 연애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도 했다. 상황은 조금씩 달라도 관계에서 반복되는 감정이나 행동은 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활성화된 애착 체계를 열정적인 사랑으로 착각하지 말라.”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예전에 했던 연애가 잠깐 떠올랐다. 누군가를 많이 생각하고, 그 사람의 반응에 하루 기분이 흔들리는 걸 우리는 흔히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감정이 반드시 건강한 사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한다.

책을 읽다 보니 애착 이론을 설명하는 방식도 눈에 들어왔다. 이론을 길게 설명하기보다는 실제 연인 사이에서 벌어질 법한 장면들을 먼저 보여준다. 그래서 심리학 책을 읽는 것 보다, 연애 이야기의 패턴을 하나씩 발견하는 느낌에 가깝다. 읽다 보면 “아, 그래서 그때 그런 반응이 나왔던 건가” 싶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기도 한다.
또 공감이 됐던 부분은 불안형이 자신의 욕구를 잘 말하지 못한다는 설명이었다. 사실 원하는 건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다. 연락이 너무 오래 끊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거나, 관계가 어느 정도인지 조금은 분명했으면 좋겠다는 정도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말을 꺼내려 하면 괜히 망설여진다. 괜히 집착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그래서 괜찮은 척을 하게 된다.
읽다 보니 씁쓸한 부분도 있었다. 불안형이 회피형과 만날 확률이 높다는 설명이다. 특히 회피형이 이별을 비교적 빨리 정리하는 경향이 있다는 부분에서 괜히 현실적인 장면들이 떠올랐다. 어떤 사람은 관계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그 감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데, 어떤 사람은 생각보다 빨리 다음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그 차이가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애착 유형과 관련 있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 꽤 납득이 갔다.
물론 책의 모든 주장에 완전히 동의한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처음부터 회피형은 제외하라는 조언은 조금 단순하게 느껴졌다. 현실에서 사람은 그렇게 깔끔하게 나눠지지 않는다. 어떤 순간에는 안정적인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거리를 두기도 한다. 그래서 누군가를 만나기 전에 유형부터 판단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조금 딱딱하게 느껴졌다.

‘어장 관리’라는 방식도 흥미롭긴 했다.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관계를 천천히 판단하라는 조언이다. 불안형에게는 확실히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에게 모든 기대를 걸지 않게 되니까 말이다. 다만 감정이 이미 깊어지면 이런 방식이 실제로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마음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사람은 생각보다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못한다.
연애를 감정이 아니라 패턴으로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왜 비슷한 사람에게 반복해서 끌리는지 혹은 비슷한 방식으로 상처받는지 등의 이유를 실제 연애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읽다보면 전에 했던 연애가 자연스럽게 떠올려진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연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졌다. 예전에는 누군가에게 강하게 끌리는 감정이 있으면 그걸 긍정적으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 감정이 어디에서 오는지 한 번쯤 생각해 봐야겠다고 느낀다. 그게 설렘인지, 아니면 불안이 만들어낸 긴장인지 말이다.
생각해 보면 좋은 관계라는 건 생각보다 조용한 쪽에 가까운 것 같다. 극적인 감정이 계속 이어지는 관계가 아니라, 같이 있을 때 괜히 마음이 편해지는 관계 말이다. 책이 결국 말하려는 것도 그 부분 같다. 읽고 나면 생각이 조금 남는다. 누군가에게 강하게 끌린다고 해서 그 감정을 무조건 운명이라고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때로는 그 끌림이 익숙한 패턴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걸 알아차리는 순간부터 연애를 바라보는 방식이 조금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