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들 - 동물이 만든 인간의 역사
김일석 외 지음 / 이케이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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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소, 당나귀와 낙타, 순록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에 스며들어온 동물들의 이야기 [가축들] 을 읽다보면 자꾸만 인간의 이야기가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책은 가축의 역사를 다루고, 생활을 이야기하며 동물들의 우화로 끝맺는 구성을 보인다.



가축이 인간의 삶 속에서 어떻게 일꾼이 되고, 가족이 되었는지를, 혹은 희생물이 되었는지를 보여주는데,

내가 주목한 <말>은 올해가 붉은 말의 해이기도 하고, 제주말의 이미지(QR코드)와 말의 품종도 삽화로 그려져 있어서 더 흥미롭게 읽혔다. 고려, 조선의 기록에서 잣성( 말을 체계적으로 기르기 위해 한라산 기슭에 쌓아 올린 기나긴 돌담 경계선 )과 10소장( 조선 세종 때에 제주도에 만든 10개의 국립 말 목장) 같은 제도적 설명이 나오지만, 글의 중심은 말이 실제로 무엇을 했는가에 있었다. 씨앗이 날아가지 않게 흙을 다지고, 돌 많은 밭에서 농사를 가능하게 만들고, 사람을 나르고, 물건을 옮기고, 심지어 4.3 이라는 비극 속에서 사라진 존재가 제주말이다.



*제주 4·3 사건이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 3일 제주도에서 일어난,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에서 일어난 우리 민족 내부의 비극 무력 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제주도민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약 7년 넘게 이어졌으며, 당시 제주도 인구의 10% 정도가 목숨을 잃었다.



그래서 제주마의 이야기는 말의 역사 보다, 제주 사람들의 생존사로 읽힌다. 국가가 관리하던 국마에서 승마와 관광자원을 거쳐 포니나 페라리로 이어지는 말의 상징은 존재가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의 우화 (동물이나 사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인간 세상에 대한 교훈이나 풍자를 담은 이야기) 또한 흥미로웠다.  칼리굴라의 말, 밤색 암말 이야기는 말의 이야기를 빌려 권력과 배신을 이야기하지만, 끝내 남는 것은 인간의 모습이다.



소의 이야기는 노동력으로만 소를 이야기 하지 않는다. 소고기는 늘 귀했고, 그래서 더 집착의 대상이 되는 소는 노동력과 금기 욕망까지 겹쳐진 존재로 묘사된다. 꽃등심과 갈비, 차돌박이로 연결되는 음식 문화는 역사서 같지 않고, 오히려 생활 에세이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내가 지금 먹는 고기의 뿌리를 알게되는 지적 쾌감까지 느껴진다. 소의 우화 또한 명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허영심은 곧 자멸이며, 노동이 결국 생존을 지킨다는 것 등의 교훈도 보여준다. 소의 우화는 현실적으로 읽혔다.



[가축들]은 동물이야기를 표방한 듯 보이나 결국 인간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다. 인류학, 고고학, 에세이 등으로 분류되지만, 역사서, 교양서의 중간지점으로도 보인다. 우화의 경우도 삶의 비유로 읽힌다. [가축들]은 동물들의 이야기를 빌려 인간의 본모습을 투명하게 비춰주는, 날카로운 시선을 가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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