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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 - 지구상 가장 비싼 자산의 미래
마이크 버드 지음, 박세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1월
평점 :


주변을 둘러보면 주식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나 코인으로 한 번에 판을 뒤집었다는 얘기를 어렵지 않게 듣게 된다. 금에 투자해 자산을 지켰다는 사람도 있다. 듣고 있으면 솔깃하지만, 막상 내 상황에 대입해 보면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안전하다고 여겼던 골드바나 실버바도 정작 현금이 급할 때는 제값을 받기 어렵고, 보관 역시 번거롭다. 결국 이런 생각 끝에 다시 떠오르는 건 내 이름으로 된 땅과 집이다. 언제나 옳은 선택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불안한 시기일수록 사람들이 결국 돌아보게 되는 자산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부동산이 왜 늘 자산의 마지막에 남는 선택지로 언급되는지 여러 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저자 마이크 버드는 이 책에서 꽤 직설적인 질문을 던진다. “왜 전 세계의 돈은 결국 땅으로 모여드는가?” 그는 집값이 오르느냐 내리느냐 같은 표면적인 이야기만 반복하지 않는다. 대신 땅이 어떤 과정을 거쳐 경제의 중심이 되었고, 정치 권력이 작동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차분하게 짚어 나간다. 읽다 보면 부동산이 단순한 재산이 아니라 사회 구조 자체와 깊이 얽혀 있다는 사실이 점점 선명해진다.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역사적 사례를 끌어오는 방식이다. 1909년 영국의 재무장관이었던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는 생산에는 기여하지 않으면서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지주 계층을 강하게 비판했다. 산업과 도시가 성장할수록 땅값 상승의 이익이 노동자나 기업가가 아니라 지주에게 집중되는 현실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런 시각은 헨리 조지가 《진보와 빈곤》에서 던졌던 질문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도로와 철도 같은 사회적 인프라는 모두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데, 그 결과인 토지가격 상승을 소수가 독점하는 구조가 과연 공정한가라는 물음이다. 책을 읽다 보면 이 질문이 지금의 현실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러한 구조가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로 홍콩을 소개한다. 1960년대 혼란기 동안 소수의 대형 개발업체가 토지를 대거 확보하면서 시장을 장악했고, 정부가 토지를 직접 소유하며 공급을 제한한 정책은 그 구조를 더욱 굳혀버렸다. 그 결과 집값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았고, 제조업과 일반 기업은 점점 설 자리를 잃었다. 겉으로 보기엔 세금이 낮은 도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집값과 임대료가 시민들에게 세금보다 훨씬 무거운 부담이 되었다는 설명이 인상 깊다. 이 대목을 읽고 나니 집값 문제를 개인의 선택이나 판단 미스로만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단순한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코노미스트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저자의 시선은 자본주의의 이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는 기술 혁신과 성장의 이면에서 지대 추구가 어떻게 부를 왜곡하는지를 설명한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보다 좋은 위치의 땅을 가진 사람이 더 큰 부를 쌓는 구조가 과연 자연스러운가라는 질문은 쉽게 넘길 수가 없다. 책을 덮고 나서도 이 물음이 오래 남는다.
이 책에 대한 반응이 뜨거운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하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올해의 책 후보로 꼽았다는 평가도 이해가 간다. 개인적으로는 재테크 노하우를 기대하고 펼쳤다가, 생각보다 훨씬 큰 그림을 보게 됐다는 느낌이 강하게 남았다. 특히 한국의 아파트 가격 역시 개별 시장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전 세계적인 금융 구조와 정책의 흐름 속에서 만들어진 결과라는 사실을 이 책은 끈질기게 보여준다.
부동산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사회를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 되어 왔다. 그 힘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책은 꽤 묵직한 시선을 제공해 준다. 읽고 나면 부동산을 바라보는 기준 자체가 조금은 달라졌음을 느끼게 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