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의 지성을 깨우는 필사 노트
양원근 지음 / 정민미디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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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펜 소리에 집중하는 시간, 그것은 내 마음의 빈칸을 좋은 문장으로 채우는 소중한 시간과도 같은 느낌이다. 이 필사 노트는 글자를 옮겨 적는 것을 넘 어, 작가의 생각 옆에 내 마음을 보태 기록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말처럼, 필사는 우리가 눈에 보이는 성과에만 집착하기보다 일단 시작하는 용기와 끝까지 고쳐 쓰는 끈기를 가르쳐준다.


언젠가 한 책에서 필사의 가장 큰 매력은 속도를 늦춰 문장 사이의 뜻을 깊이 음미하는, 슬로우 리딩에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실제로 펜을 들어보니 그 의미를 알 것 같다. 눈으로만 훑고 지나갈 때는 미처 몰랐던 단어의 뜻과 문장의 구조가, 직접 써보는 과정을 통해 머릿속에 더 또렷하게 남는다. 이렇게 문장이 깊게 들어오는 기분이야말로 필사가 가진 가장 큰 힘이 아닐까 한다. 특히 이 책은 글쓰기를 통해 나를 객관적으로 마주하게 한다. "글은 나의 그림자"라는 말처럼, 필사를 하는 동안 글 속에 비친 나를 확인하며 내 생각들을 이전보다 더 단호하고 선명하게 정리하게 된다.


이렇게 정성껏 채워진 한 페이지는 훗날 이 문장을 다시 읽을 미래의 나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된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펼친 노트 속에서, 지금의 내가 꾹꾹 눌러쓴 문장을 마주할 때면 분명 오늘과는 또 다른 낯설고도 명확한 감정을 느끼게 될 것같다. 마음에 남는 문장들을 하나둘 쌓아가다 보면, 어느새 필사 노트는 과거에 느꼈던 감정 기록장이 되어 있지 않을까. 단 한 페이지의 필사만으로도 복잡했던 생각이 정리되고 사고의 틀이 더 견고해지는 것을 느낀다. 조용한 공간에서 오직 글쓰기에만 몰입하며 보낸 이 시간들이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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