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는 불안을 감염시키고 있는가 - 다미주 세계로 연결된 우리는, 서로의 세계가 된다
스티븐 W. 포지스.세스 포지스 지음, 서주희 옮김 / 하나의학사 / 2025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별 일 아닌 일에도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타인의 말투 하나, 표정 하나에도 불안이 덮쳐오는 등. 이런 감정은 "나의 잘못"이 아니라 "몸의 언어" 때문이다. [우리는 불안을 감염시키고 있는가]에서는 이런 인간의 신경이 들려주는< 안전의 언어>에 대해 말한다.
핵심어 중에 하나가 <다미주 이론>이다. 이 다미주 이론은 인간이 "사회적 존재로 진화"하면서 생존의 방식이 공격이 아닌, 연결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대 파충류는 위협 앞에서 죽는 척하며 생존했지만, 포유류는 협력과 유대를 통해 살아남았다. 인간의 몸은 여전히 이 진화의 흔적을 지니고 있는데, 안전하다고 느낄 때만 사회적으로 연결되고 위협을 느낄 때는 본능적으로 차단한다. 그래서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은 실제 위협이 없어도, 교통체증이나 알림 소리만으로도 몸이 위협신호를 보낸다던가. 어두운 복도나 비슷한 장소, 혹은 가해자와 닮은 사람. 트라우마 당시의 냄새 등으로 인해 긴장을 하고 위협이라 느낀다. 책은 이런 상황을 나약함이 아니라 신경계의 학습된 반응이라 말한다. 그리고 몸이 다시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게 만드는 회복의 과정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불안을 감염시키고 있는가] 공감의 문장들.
* 몸이 진정되지 않으면, 사회적 체계는 하향 조절되고, 타인의 안전 신호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저하된다."
-> 전에 사람들 사이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대화가 끝난 뒤 혼자 후회와 자책에 빠졌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건 내가 사회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 몸이 위험하다고 착각했기 때문이었다.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미주신경은 활성화된다.
-> 이 구절은 너무 단순할 수 있지만. 복잡한 해결책이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저 누군가의 따듯한 목소리, 부드러운 표정이 신경계를 다시 조율한다는 걸 책은 알려준다.
[우리는 불안을 감염시키고 있는가]에서는 트라우마를 단지 과거 사건의 제거 혹은 원천(가해자. 상황)의 제거로만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트라우마는 우리의 신경계를 재조율해 실제로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도 위험 신호를 포착하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치료 접근에 대해 왜?에서 어떻게? 라는 전환이 필요한데, 그러니까 가해 대상이 사라진다고 트라우마의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의 본문에 따르면 트라우마 치료는 신경계의 상태, 안전감의 회복, 사회적 상호작용 등의 신경생리적 관점이 중심이라고 한다. 다소 복잡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 반면에 안전 자체를 불편하게 느끼는 역설적 반응(트라우마나 만성 스트레스를 겪은 사람에게 평온이 불안하게 느껴지는 역설이 자주 일어난다.) 도 놀랍다. 예를 들면 안전된 환경이나 친절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오히려 긴장을 하거나 의심을 하는 경우가 그렇다. 이는 신경학적으로 지속적 경계 상태에 적응이 되어 평온이 오히려 낯설고 불안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몸은 이 평화가 곧 깨질 것이다. 라는 예측적 불안을 생성하게 된다. 그러니까 마음의 착각이 아니라. 신경계가 긴장상태를 기본값으로 학습한 결과다.
[우리는 불안을 감염시키고 있는가]는 트라우마와 다미주 이론에 대해 자세히 다룬다. 트라우마와 다미주 이론은 뗄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가해자가 사라지면 트라우마 자체는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지금 안전하다 라고 느낄 수 있는 생리적 조건 마련이 중요한데. 책에서는 특히 다미주 이론와 자율신경계 조절에 관해 많이 다루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다미주 이론(폴리베이거 이론) : 트라우마, 불안, 인간관계, 감정조절을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한 신경생리학적 개념으로 우리의 몸은 안전, 위협, 생존 상태를 미주신경을 통해 자동으로 감지하고 반응한다는 이론.
미주신경은 뇌에서 심장 폐 장으로 뻗어 있는 자율신경계의 핵심 신경인데 [우리는 불안을 감염시키고 있는가]의 저자 포지스는 이 미주신경이 단순히 하나의 "신경선"이 아니라. 세가지 경로로 나뉘어 서로 다른 생존 반응을 조절한다고 봤다. 그래서 다 미주라고 부른다. 따라서 미주신경성 문제나 자율신경계 과민 반응을 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신체반응과 불안, 경계 상태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책은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에게는 단순히 기억이나 사건에만 국한되지 않고, 신체와 신경계 반응으로도 남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트라우마 후 나타나는 과민반응과 경계, 회피 행동은 아주 자연스러운 생리적 반응이다. 만약 트라우마로 힘든 사람이라면 회복과 안전감을 회복하는 실마리를 찾아주는 책이라 이 책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