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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몸은 과학이 된다 - 죽음 이후 남겨진 몸의 새로운 삶
메리 로치 지음, 권루시안 옮김 / 빌리버튼 / 2025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죽은 몸은 과학이 된다] 에서 시체는 단순히 죽음의 잔해가 아니라 "증거"와"자원"이 될 수 있음을 법의학적으로 설명한다. 그 중에서도 <식인>에 대한 여러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중국의 리스전이 쓴 본초강목에서도 조제법이 쓰여 있다는 이 대목은, 이렇다.
p.293
아라비아에서는 70~80세 정도 되는 노인들이 다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자기 몸을 기꺼이 바치기도 한다. 이들은 다른 음식은 먹지 않고, 목욕하고 꿀만 섭취한다. 한 달이 지나면 그는 꿀만 배설하게 되고(대 소변은 완전히 꿀이다) 그 뒤 사망한다. 동료들은 그를 꿀을 가득 채운 석관에 재워 놓고 봉인한 후, 겉에다 몇 년 몇 월인지를 표시한다. 그 뒤 1백년이 지나 봉인을 떼면 밀과가 만들어져 있는데, 사지가 부러지거나 상처가 났을때 치료약으로 이용한다. 소량을 내복할 시 즉시 병증이 가신다.
[죽은 몸은 과학이 된다]의 저자는 이런 밀화인에 대한 이야기가 사실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16세기 중국에서 사람 무릎의 때, 사람 귀지, 사람의 땀, 돼지 똥에서 짜낸 즙 등이 약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인다. 밀화까지는 아니더라도 16세기에 유럽의 화학 서적에서도 자세히 기록되어 있음을 추가 예시로 들기도 한다.
부패한 인간의 사체를 타박상 치료제나 혈액응고 방지로 쓰는 가 하면, 쥐가 나지 않게 하려고 사체의 피부를 잘게 잘라서 종아리에 둘러 묶는다던지., 당뇨병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 공중변소에서 퍼 온 오줌 한 잔을 마시게 한다는 말<본초강목>은 지금이라면 상상할 수 조차 없다.
물론 현대에 들어와 인분을 의료목적으로 쓰기는 하지만(일명 똥 이식이라 부르는 대변이식술 :건강하나 사람의 대변을 희석 여과해 대장내시경으로 환자의 장에 주입하는 시술) 그것도 희석과 여과해 불순물을 최대한 걸러 이식하는 것이니, 과거의 의학술은 그 시초가 놀랍기는 하나 경악스러움은 금치 못하겠다.
[죽은 몸은 과학이 된다] 에서는 이런 식인섭취에 대한 정보 뿐만 아니라. 사망 후 24시간 이내에는 안구 속의 유리체에 함유된 칼륨 함량이 사망 시간 확인에 도움을 준다던가. 시체에 가장 먼저 당도하는 파리(구더기)는 신체의 입구인 눈과 입, 아물지 않은 상처. 성기 등에 알을 낳아 알의 부화정도를 통해 사체의 사망시기를 유추할 수 있다는 것, 과거의 해부학자들이 인간의 뼈와 지방을 고아서 "경랍 같은 물질" 을 만들어 양초와 비누의 원료로 사용했다는 기록 등, 법의학적인 역사와 현재를 아울러 설명하기도 한다.
특히 해부에 쓸 수 있는 사체가 부족했던 과거에 영국과 초창기 미국의 해부 화교들의 이야기는 지금과 다른 도덕성을 보여준다. 해부학자들은 부모가 죽은 자식의 잘린 다리를 가지고 가면, 맥주 값을 주었다.(1931.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에서 실제 있었던 일화) 이는 시체 기증 프로그램이나 시체 들치기와 함께 지금의 의학이 발전되기 전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시대 사람들은 존중심 따위는 없었던 걸로 보인다.
저자는 직접 해부실습실을 찾아가 인체 부패의 과정을 관찰한 과정과 중국의(죽은 사람의 엉덩이 살을 베어내 만두의 재료로 쓰기도 했다는 로이터 기사) 썰을 확인하기 위해 중국의 하이난 섬까지 여행한다. 흥미롭게 그려지는 소재들이 아주 다양하다.
해부실습실에서 사체의 상당수는 며칠 지난 것이기 쉬운데. 이처럼 냉장육이 으레 건조해 지기 시작하면, 식염수를 주입하면 바로 시체가 싱싱해 진다던지, 옛날에는 절차 없이 병원 내에서 방금 사망한 사람의 시체를 환자 유가족의 동의 없이 죽은 사람을 해부해 연습했다는 것 등. 몰랐던 부분 투성이였다.
죽음과 관련된 과학은 특히나 낮설지만 그럼에도 그만큼 흥미롭다. 결국에는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고, 과학과 떨어질 수 없는 것이 죽은 몸이다. (자동차 충돌 실험도구로 활용된 시체 항공 사고연구에서도 중요한 단서가 되는 시신의 연구) 등.
[죽은 몸은 과학이 된다]를 읽으면서 많이 집중했던 것 같다. 이 책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죽음 이후 시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시체의 민감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일상적 비유를 사용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해주는 저자 메리 의 설명이 너무 재미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