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트
에르난 디아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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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는 20세기 초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한 금융가와 그의 아내의 삶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 4개의 서로 다른 문서 형식으로 서사적 구성을 보이는 소설이다.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시각에서 보게 하는 것은 작가의 필력을 느끼게 하는데. 간단히 말하면 복잡한 구조 속에서 진실을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메타픽션 형식의 소설이다.



이 소설은 끊임없이 진실이 어떻게 조작되고 묻치는지를 보여준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해럴드 바너트>라는 가상의 작가가 쓴 소설로 시작한다. 주인공은 뉴욕 금융계의 전설적 인물 <벤저민 러스크> 그는 금융 투자의 귀재로 막대한 부를 쌓는다. 그의 아내 <헬렌>은 지적이고 조용한 인물이지만, 사회적 삶에서는 은둔형이다. 러스크는 주식 시장을 조종해 대공황 속에서도 이익을 얻는다.  그러나 그들의 부와 성공 뒤에는 어딘가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헬렌은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적으로 무너진다. 결국 요양원에 들어가 죽음을 맞이한다. 소설은 마치 러스크의 천재성과 냉정한 계산 그리고 아내의 몰락을 드라마틱하게 그린다. (작가가 말하듯. 이 소설은 실화처럼 보이지만. 픽션이다. 그럼에도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한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 




두 번째 파트는 전설적인 금융가 <앤드루 빌런>이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직접 쓴 미완성된 자서전이다. 그는 [채권]이라는 소설이 자신과 아내를 왜곡했다고 주장한다. 자신이야말로 대공황 직전의 미국 금융을 지탱한 진짜 인물이라고 강조한다. 

앤드루는 자신의 부와 성공이 윤리적이며, 미국 자본주의의 전형이자 보호자였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 자서전은 뭔가 사건의 맥락도 불분명하고. 공백이 많다. 그는 <헬렌>을 사랑했지만. 그녀에게 접근하지 않는다. 권위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앤드루 빌런>을 중점으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파트 2이다. 



세 번째 파트는 빌런의 자서전을 대필했던 젊은 여성 <아이다 파트렐>의 회고록을 다룬다. 그녀는 이탈리아계 이민자의 딸이다. 좌파 지식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여성임에도 글솜씨가 뛰어났다. 아이다는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빌런의 비서이자 대필가로 일하게 된다. 아이다는 점차 빌런이 진실보다는 이미지 관리에 집착한다는 걸 깨닫는다. [채권]이라는 소설에 집중하고 의식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빌런은 자신의 이야기를 왜곡한 소설에 반격을 하려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 빌런은 아내 <밀드레드>가 정신 질환을 앓았다고 말하지만, 아이다는 그것이 억압의 결과였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빌런의 죽음 이후 아이다는 빌런과 밀드레드의 삶에 대한 진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마지막 파트는 아이다가 우연히 발견한 밀드레드의 일기이다. 밀드레드의 시점으로 쓰여진 이 파트에서 남편 빌런과 금융 시스템을 설계하고 주식 투자 전략의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 그러나 남편의 그림자에 있어야 했던 그녀의 환경적 배경에 주목한다. 여기서도 소설 [채권]이 등장한다. 



[트러스트], 뭔가를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트러스트는 신뢰 믿음이라는 단어로 쓰이지만 에르난 디아스의 소설에서는  의도적인 <복수>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걸 알수 있다. 트러스트는 부를 다루는 기업의 형태를 말할 수 있고, 자본 권력의 구조를 뜻하는 카르텔을 뜻하기도 한다. 소설은 이처럼 여러 부분으로 의미를 번역할 수 있어서 더 새롭다. 개인적으로 [트러스트]에서 다루는 사람 간의 신뢰와 배반이 읽히고, 자본의 은밀한 통제. 그리고 [트러스트] 소설 속 또다른 책 [채권]에서 모아지는 핵심 퍼즐 조각이 풀렸을 때는 권력까지 느낄 수 있도록 만든다. 

모두를 자극하고 연결하는 텍스트 [채권] 반전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책을 잡아야지만 알 수 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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