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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로 철학하기 - 에드거 앨런 포에서 정유정까지
백휴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1월
평점 :

모르그가의 살인, 검은고양이 등의 미국 단편 소설의 선구자인 에드거 앨런 포와 최근 살인의 예술, 기나긴 이별 등을 출간한 시나리오 작가이자 소설가인 레이먼드 챈들러, 한국에서 광적인 팬을 보유하고 있는 명실상부 일본 최고의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종의 기원과 완전한 행복을 집필한 간호사 출신의 하드보일드 장르문학을 다루는 정유정 작가 등등 백휴 평론가의 [추리소설로 철학하기]에서 읽히는 작가들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책은 특히 한국에서 인기가 많다. 지난 10년 간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외국 작가에 그가 선정되었으니 말이다. 그의 책이 출간되면 어김없이 서점 도서관 할 것 없이 예약이 되며, [추리소설로 철학하기] 책 속 백휴 작가가 평가한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글은 그래서 먼저 읽게 되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는 유명한데, 작가도 형사 가가 교이치로의 신념에 대해 다룬다. "설명된다는 것과 이해가 된다는 것은 서로 다르다. 형사라는 건 사건의 진상만 해명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냐, 언제 해명할 것인가,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그것도 아주 중요해" 팬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인물로 가가 형사는 정이 많고 겸손하다. 무뚝뚝한 형사라는 직업을 택한 사람답게 남을 돕기 좋아하기에 여러모로 호감 캐릭터이며, 그런 가가 시리즈는 "악의", "희망의 끈", "백야행", "졸업" 등등이 있다. (더 많은데 일단 읽은 책은 그렇다.) 백휴 평론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상당수를 아우르는 주제를 통해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세계관을 전체적으로 조망한다.
백휴 평론가의 [추리소설로 철학하기]는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나온 작가의 평론에 더해 추리소설을 읽고 분석한 오락적 요건을 갖추었다. 철학이라는 명제에 대한 어려움. 난해함 등은 소설의 명쾌한 추리적 답안과 함께 철학과 추리소설을 잘 어울러지게 만든다. 그래서 [추리소설로 철학하기]는 추리소설 광팬들에게 더 재미있게 읽힐 것이다.
물론 철학적 학문적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서, 추리소설로 철학하기가 아닌 철학으로 소설을 추리하기 쯤 되어 보이는 것도 사실인데, 그래서 작가가 사색한 추리 작가들의 작품은 꼭 읽고 이 책을 읽어야 한다. 누군가는 그 추리소설을 상기하기도 하고, 또 다른 이는 철학의 어려움을 추리소설로 풀어 보고 싶을 것이다.
애거사 크리스티와 니체를 비교해 "삶은 가면 놀이다"라고 단언한 부분에서는 추리소설가들이 크게 놀랄 니체의 물음에 대해 묻는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쥐덫"에 대한 평가에서는 그녀의 가치와 신념에 집중해야 한다. 작가는 서구 추리 문학사에서 그녀가 차지하는 위치를 통해 어떻게 이해 될 수 있는 지를 탐구한다. 그녀가 집필한 시대는 세계 1차 대전 때 였고. 보어 전쟁의 패배에 따른 대영제국의 붕괴에 이후 추리 문학계에서는 가부장적 권위가 쇠퇴하게 되면서, 영웅주의에서 여성작가가 대거 등장하게 되는 시대상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여성파워로 무게중심이 움직여가는 시대상황을 함께 설명한다. 그녀의 도시적 전통과 도시적 세련됨을 설명하며 작품을 설명한다. 추리 소설의 평가에서 시대적인 상황과 세계관은 빠질 수 없다. 작가들은 그 시대적 분위기와 자신의 경험에 소설을 녹아내리기 마련이니 말이다.
추리 소설에서 범죄적인 부분을 빠뜨릴 수 없는데, 서매에의 반가운 살인자는 백휴 평론가가 평가했고, 그에 따라 이 작가의 책이 궁금해 지는 건 책의 순리적 장점이 아닌가 한다. "검 붉은 핏방울을 튀겨가며 죽음의 칼을 휘두르는 흉악무도한 인상의 범죄자, 이 강력하면서도 끔찍한 이미지에 저항하는 기어이 살인자를 반기게 만드는 저 매혹적인 힘은 어디서 생겨나는가. " 범죄자를 표현하는 이 문학적인 문장도 책을 궁금하게 만든다.
내가 좋아하는 추리 작가의 소설을 평가하는 평론가라니. 더구나 철학을 전공한 평론가이자 작가인 백휴 작가의 글은 호기심을 부르기에 충분하다. [추리소설로 철학하기] 속 내가 읽지 못했던 다른 작가 황세연, 서미애 작가의 글을 읽고 싶게 만드는 그의 철학수업은 평생 추리 소설로 철학하며 집필해온 글의 정수를 담았기에 특히 지적인 쾌감을 줄 것이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