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은 파란색으로 기억된다 - 예술과 영감 사이의 23가지 단상
이묵돌 지음 / 비에이블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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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에 관하여> 가 원 제목이었던 이 책의 소재는 인물 23인에 대한 기록이다. 유명한 작가들은 물론 음악가, 미술가, 운동선수, 만화가 할 것 없이 저자 본인이 생각했던 천재들에 대한 단상을 그리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한 유명 인물을 찬양하며 길게 아주 길게 설명한 글이 아니었기 때문에 읽는데 특히 더 수월했다. 




엄청나게 두꺼운 분량의 글을 쓰는 작가인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이 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당시 러시아 소설이 단어 개수에 따라 원고료를 책정했기 때문이며, 잠깐의 일탈로 실제 꿈꾸던 배우로서의 길로 가지 못했던 재즈 뮤지션 쳇 베이커는 후에 마약과 여자로 자기의 삶을 망가트렸다는 것 그리고 광복 이후까지 살아남아 월북하지 않았던 윤동주는 사실 어디로든 나서지 않은 채 청춘의 무력감을 느끼게 하는 전형적인 태피스트리였다는 것 등은 모두 유명한 인물들이었음에도 잘 알지 못했던 내면의 사실들을 보여준다. 




 유명인의 이름은 알지만, 그들에게서 특이점이나 관련 지식을 깊게 알지 못했던 나로써는 작가의 평이 그들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해주어 읽는 동안 흥미로웠다. 그간 미술 서적을 보면서 프리다 칼로에 대한 관심으로 여러 작품을 감상했는데, 작가의 설명으로 그녀의 인생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프리다 칼로는 일자 눈썹의 자화상으로 유명하다. 자신을 그리는 대다수의 작품에서 어쩌면 의사의 꿈을 접어야만 했던 아픔을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며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남편이었던 디에고 리베라에 대한 이야기는 "유명한 남편이 아니었다면 프리다 칼로의 작품이 그만큼 유명세를 띄지 못했을 것이다"라는 말에 반박하는 글을 보면서 큰 공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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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는 남편이었던 리베라는 물론, 나중에는 피카소와 칸딘스키 같은 거장들에게도 인정받을 만큼 실력 있는 화가로서 훌륭한 작품들을 남겼다. 그런 그녀를 잘나가는 록스타의 "금발 미녀 애인"격으로 치부해 버린다면, 아무래도 "페미니즘의 상징"이라는 점에 경기를 일으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못할 것이다. 칼로가 그저 여성으로서의 매력으로만 리베라를 홀렸다? 그런 말을 진심으로 할 수 있는가? 왜소한 체구에 일자 눈썹, 하반신 장애까지 있는 여자를?





의학계에서 미술계에서 여성은 유독 저평가 되어 있는 듯 하다.  프리다 칼로도 마찬가지다. 이런 부분은 당시의 시대상을 찾아보게 만든다. 저자는 유명한 인물을 설명하고, 문화적인 판단들이 어땠을지를 추가해 설명한다. 작가 스스로가 느끼고 생각했던 단상이지만, 작가가 말하는 부분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임에도, 그들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간단한 정보를 얻기에도 충분해 보인다. 



한국에서 BTS의 위상으로 다시금 논의되었던 비틀즈의 존 레논이나  일본의 애니메이션에 열광했던 80년대 생들이 기억하는 드래곤볼의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 바둑의 돌부처 이창호 9단 그리고 트럼펫 하나로 재즈라는 음악의 개념을 재정의한 마일스 데이비스 등등  문화 전반으로 작가가 말해주는 단편적인 생각은 창작의 수명인 영감의 원천을 보여준다. 그래서 재미있다. 몇몇 사람이 태어나기에 지구는 너무 파랗다. 작가가 말하듯, 천재들은 파란색이다. 작가가 영감을 받아 꼽은 천재들의 이야기는 어떨지 나에게 천재들은 어떤 색으로 기억될지, 이미 알고 있는 예술가가 있다면 설명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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