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1년 12월
평점 :
품절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3권을 집필한 채사장의 첫 소설이다. 채사장은 에세이와 인문학을 시작으로 다수의 책을 출간했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를 맞아 소설을 출간한 것은 꽤 놀랍다. (겨울과 너무 잘 어울린다!) 책의 한 분야가 아닌, 점점 다양하게 스펙트럼을 넓히는 작가의 [소마]는 기대 심리를 높여준다.



이 책은 어린 "소마"가 어른이 되어가면서 자신의 "자아"를 찾는 일대기를 보여준다. 소마는 어린 남자 아이이다. 배경 지식은 고대 중세를 지나는 시기로  "소마"가 신적 존재에게서 듣는 질문과 "화살"의 연결성을 시작점으로 하여 이야기는 펼쳐진다. 



"소마"의 부모님은 화마에 휩쓸린 사고로 죽는다. 죽은 엄마의 품에서 열병을 앎던 "소마"는 길을 가던 "엘가나"에게 발견된다. "소마"는 말을 할 수 있었지만, 이후 스스로 벙어리가 된다. (하지만 "소마(=사무엘)"의 보모 "모라"와는 대화를 한다.) 



 중세 시대여서 일까.  다소 불편한 부분도 있다. 부부가 아이를 갖지 못하는 것은 여성의 머릿 속 방종과 음란 때문이라는 "바가렐라"의 편지 속 이야기가 그렇다.




page. 56
나는 신실한 너와 네 남편 엘가나에게 왜 이런 고난이 주어 졌는가를 생각한다. 주님께 왜 아이를 허락하지 않으셨냐고 물었다. 물론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죄 때문이다. 한나, 모든 것이 죄 때문이다. 지난 여섯 달 동안 네가 경외와 두려움을 잊지는 않았는가, 머릿속에 음란과 방종을 담지는않았는가, 일말의 더럽고 부정한 것은 없었는가 속죄하고 속죄해야 한다.



이 글은 아이가 없는 "한나"에게  오빠 "바가렐라"가 붙이는 편지다.  한나와 그의 남편 엘가나가 아이가 없는 것을 한나의 불경함이 원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바가렐라"는 자신의 아들"헤렌"을 "한나"와 "엘가나"의 양자로 들일 것을 명한다.(눈치가 빠른 독자라면 이 부분에서 바가렐라의 상속 전략임을 이미 꿰뚫어 봤을 것이다. 그리고 "바가렐라"의 혈육인 "헤렌"과 입양한 아이 "소마"의 대척점도 이어질 거란 추측도 할 수 있다. ) 



중세와 고대의 배경을 더해 유럽의 느낌을 주는 것은 책의 소재 중 하나인 "가문"과 "혈통"에 있다.소마를 데려온 것은 그의 남편 "엘가나"이지만, 젊은 하인들은 한나가 아이를 성적 노리개로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소문은 삽시간에 퍼진다. 이는 사람들의 쓸데없는 입놀림이 한 가족을 파멸에 이끌 수 있다는 원동력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그리고  한 인물의 욕심이 어떤 재앙을 불러 들이는 지도 여실히 보여준다. ( "바가렐라"의 끝도 없는 욕심이 그 시작이며 그의 친아들 "헤렌"의 시기가 이야기의 흐름을 좌우한다.)




page.105
헤렌은 모멸감을 느꼈다. 위장에서부터 일어나는 뜨거운 분노에 구역질을 할 것만 같았다. 불같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 
"그 더러운 유색인이 왜 내 형제야? 왜 내 말은 안 믿는 거지? 한나, 당신이 아이를 못 낳는 게 그 더러운 이단자를 집으로 불러들여서라며? 내가 눈으로 봤다니까! 당장 그 불결한 자식을 불 속에 던지라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엘가나의 억센 손이 헤렌의 뺨을 후려 갈겼다. 헤렌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책은 "소마"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인간의 시기와 질투, 탐욕, 복수와 집착 그리고 사랑을 보여준다. 상속금을 위해 자신의 아들을 이용하는 탐욕(바가렐라)과 자신이 누려야 하는 정당한 대우를 연연하며 특권 의식에 똘똘 뭉쳐있는 인간(헤렌), 내면에서 희미하게 자라나던 스위치를 끄고 의욕을 복수로 만드는 (소마), 끊임없는 사랑과 지지를 보내는 (한나)를 그린다.



어린 "소마"가 청년 "사무엘"이 되어가는 것은 3장부터이다. 벙어리로 지낸 소마에서 다른 인물로 변해가는 사무엘의 이야기는 책의 내용을 본격적으로 재미있게 해준다. 2장의 마지막 장을 넘기자 마자 인간의 자아가 어떻게 흘러가는 지, 유심히 읽게 된다.  



한국 소설보다 북유럽 소설이나 영미권 소설을 더 매력적이라 생각해왔던 내게 "소마"의 한국소설은 생각을 전환 시켜주는 몇 안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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