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 왕PD의 토크멘터리, 태조부터 세조까지 조선왕조실록 1
왕현철 지음 / 스마트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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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죽으면 그 주검을 대궐에 5개월 간 모신다고 한다. 그 이유는 왕릉을 만드는 산릉 도감이 설치되고, 터를 잡고 능을 만드는 시간이 그 정도 걸리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드라마를 보면 왕이 서거하는 경우, 바로 왕세자 책봉이 되거나 왕대비 혹은 그 측근이 섭정하는 영상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왕이 죽은 후는 자세히 알 수 없었다. 5개월 간 죽은 왕을 임시로 모시는 관(찬궁)도 역사서에서는 많이 다루지 않았던 것 같다. 


또한 왕에게 상소를 올리거나 절을 올릴 때의 신하들의 자세가 있는데, 자세와 행동이 사뭇 궁금했다. 그 행동과 비슷한 의식을 이끄는 자세가 책에서 소개되는데,  왕의 즉위식에서 모든 신하들이 교서를 반포하기 바로 전 그 자세다. 책에서는 본 이야기와 함께 남은 이야기라는 구성으로 설명하고 있다.   






드라마에서처럼 모든 왕들은 화려한 즉위식을 하지 않았다. 특히 태조 이성계의 즉위식은 매우 단촐함을 알 수 있었는데, 어좌에 앉지도 않고, 신하들에게 하던 일을 계속하라고 지시했다는 점에서 시대 상황을 유추하기 쉽다. 고려 왕조 500년이 무너지고, 조선이라는 나라를 세우는 것에 반대 세력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대하 사극을 보면 왕과 그 신하들을 주 조연으로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하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저자는 다큐멘터리 PD로 모든 방송에 정확한 사실만을 보도해야 하는 직업적 특성 때문에 역사 또한 왜곡되거나 각색된 것이 아닌 정확한 근거와 해석이 필요한 조선왕조실록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조선을 세운 정도전을 찬양하는 책들이 많은 반면에, 그가 한편으로는 개인적인 감정으로 조선의 젊은 인재들을 죽였으며, 도랑이 좁고, 시기가 많았다는 사관의 기록을 소개한 것으로 보아, 저자는 현재 인식과 다소 다른 역사적 인물을 보도하는 불편함을 조금은 감수하고 있는 듯 하다.  역시 역사는 승자의 기록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




page. 81
태조 6년, 정도전은 명나라에 보낸 외교문서 때문에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명나라 황제가 외교문서에 경박하고 모멸을 주는 '문자'가 있었다며 그 문서를 작성한 정도전의 송환을 요구했다. 명나라의 송환은 죽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정도전은 병을 핑계 삼아서 가지 않았다. 조선은 명의 요구를 거절할 수도 없었고, 그를 명으로 보낼 수도 없었다. 이 어려움을 해결한 것은 권근이다. 권근은 자신도 그 외교문서 작성에 참여했으니 명으로 보내달라고 청했다. 태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은 노모를 모시고 있는데다가, 황제의 명령이 없기에 차마 보낼 수 없다."
권근이 왕을 거듭 설득해서 허락을 받아냈더니, 정도전은 오히려 황제가 의심할 수 있으니 보내지 말라고 했다. 결국 권근은 명에 가서 외교문서 문제를 잘 해결하고 돌아왔지만, 정도전은 오히려 그를 의심하고 탄핵했다. 명으로 간 사신 중에 오직 권근만 살아돌아왔고, 황제에게서 황금을 받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황제가 진노를 풀었고, 경을 다시 부르지 않으니, 권근은 나라에 공이 있고, 경은 은혜를 입었다. 나는 권근에게 상을 주려하는데, 경은 오히려 죄를 주려 하는가."
왕이 말하자, 정도전은 감히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조선을 설계했던 정도전에게 너무 어울리지(?)않는 배포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저자는 이 글을 책에 실을까 망설였다고 한다. 왕은 자신의 말을 사관에게 모두 기록하게 했으므로, 이 글은 빠질 수 없는 사실이다. 더구나 조회에 입시(대궐에 들어가 왕을 뵙던 일)하는 사관을 두 명으로 늘려 빠트리지 않고 말을 기록하라 했다.







작가가 쓰는 글과 pd가 쓰는 글에는 차이점이 있는 것 같다. 작가는 자신의 생각이 들어갈 수 밖에 없는 반면에,  pd는 직업적 특성 때문에 생각을 최대한 배제하고 정확한 사실 만을 근거로 쓰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물론 작가는 글에 따라 개인의 생각을 배제하기도 한다.)  그리고 pd 또한 자신도 공부를 하며 글을 썼기 때문에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잘 짚어내지 않았나 싶다. 책을 읽다가 어려운 용어가 있을 때면 어김없이 바로 다음 줄에 설명을 해준다. 예를 들어 도성수축도감, OO 도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설치하는 임시 기구를 도감이라고 한다." 라는 설명을 하며 다음 글을 이어가는 것이다. 




책의 표지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태조부터 세조까지의 기록을 역사 1편으로 구성했다. 다음 역사 2편으로 세조 이후의 왕의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다. 지리와 인사, 인물, 사건을 고루 빼놓지 않고 여러 방향으로 살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다음 책도 출간되면 읽어볼 참이다.


 








스마트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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