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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강아지
케르스틴 에크만 지음, 함연진 옮김 / 열아홉 / 2021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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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은 강아지는 작가 케르스틴 에크만이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1986년 작이 2021년 한국어판으로 탄생되기까지
이 책이 그녀의 첫 발판이 될 것 같다.
길 잃은 강아지는 3인칭 관찰자 시점이자 강아지 관점으로 쓰인 책이다.
습지와 숲, 오두막, 새벽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까마귀..
자연에서 어쩔 수 없이 적응해 가야 하는 엄마 잃은 강아지는 한편으로 사람을 닮았다.
아이에서 성인이 되고, 끓임 없이 선택해야 하고, 자신에게 맞는 길을 헤쳐나가야 하는 삶 .
그래서 이 책이 어른을 위한 동화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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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개는 주인 사내를 따라 힘을 다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사내가 사냥을 가는 줄 알았던 것이다. 새끼 한 마리가 어미 개의 뒤를 쫓는다. 사내는 얼음 위에 드릴로 낚시 구멍을 낸다. 입질은 커녕, 눈보라가 잿빛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낫겠어"
사내는 어미 개가 따라 잡을 수 있을 만큼 천천히 눈썰매 차를 몰았다. 집으로 돌아오자, 폭설과 강한 서풍이 불어온다. 문제를 직시한 것은 그의 아내였다. 아내는 새끼 강아지 중 한 마리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짙은 잿빛 털을 가진 강아지였다. 강아지가 길을 잃었다. 눈바람과 쌓인 눈 속에서 부부는 강아지를 찾지만, 이미 영영 찾을 수 없을 거라고 단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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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강아지의 이름을 지정하지 않았다. 그냥 강아지다. 덤덤하게 강아지가 집을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엄마 잃은 강아지는 비록 남은 것 이라고는 갈비뼈 위에서 썩어가는 가죽과 흩어진 뼈다귀를 먹고, 토끼 똥 몇 알을 먹을 뿐이지만, 배고픔으로 온통 가득 찬 허기를 달래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한다. (마치 오늘 하루 길을 잃어버린 우리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강아지는 부부의 생각과 달리 자연에서 꿋꿋이 생명을 이어간다. 자연에서 먹을 것과 자는 것을 해결한다. 어리고 어리디 어린 작은 생명은 삶을 터득한다. 여우를 발견하고 여우가 남긴 고기 한 점을 얻어가는 것이나 까마귀들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이빨을 드러내는 것, 익숙한 그 곳(집)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것이다.
이 처럼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표방하는 것은 문체(비유와 상징)에 있다. 또한 자연을 표현하고 설명하는 글들이 동화 속에 있는 느낌이 드는데, 대자연을 표현하는 문장들이 그렇다. 이런 문장은 자연을 아름답고, 정적이며, 평화롭다.
『 어미 개를 대신해 태양이 따스한 온기로 품어준다.
개미들은 서로에게 달라붙어 느릿느릿 움직인다.
식물의 잎맥과 줄기 그리고 작은 뿌리 마디마디에도 물과 빛이 차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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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일, 연인 등 모든 상황에서 스트레스는 따라온다. 그럴 때마다 숲이나 자연을 찾는다. 관련 영상을 찾거나 동물을 찾는 것은 실제 과학적으로도 고통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도움이 된다.
어릴 적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이유는 시간이 흐르며 책임져야 하는 모든 것들에서 자유롭기 때문이 아닐까.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그리는 이 작품은 스웨덴의 여류 작가로 학문과 예술에 뛰어난 그녀의 글체를 확인함과 동시에 험난한 세상에서 희망과 성장 이란 의미를 생각하게 해 줄 것이다. 순간 강아지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가 멀리서 강아지를 지켜보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자연(사회)에서 집(성공)을 향해 가는 그 길(경험)들은, 길을 잃은 강아지가 말해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잔잔한 울림으로 전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