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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흑역사 - 세계 최고 지성인도 피해 갈 수 없는 삽질의 기록들 ㅣ 테마로 읽는 역사 6
양젠예 지음, 강초아 옮김, 이정모 감수 / 현대지성 / 2021년 9월
평점 :

주기율표를 예언했다는 멘델레예프는 당시의 화학자들에게 감탄을 불러들인다. 그의 예언은 그가 한 모든 말들이 사실로 발켜졌기 때문인데, 에카 붕소와 에카 규소, 그리고 주기율표에 빈칸이 있을 수 있다는 예언들은 그 밀도와 원자량까지도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등 완벽했다.
반면에 그의 천재성은 한편으로 이미 위대한 과학 법칙이 발견될 시기에 맞아 떨어진 상황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미 모든 원소가 어떤 규칙적인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는 대략적인 사실과 다른 화학자들도 비슷한 시기에 주기율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멘델레예프가 10년만 늦게 태어났어도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가 아닌 마이어쿡의 주기율표가 되었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런 천재성의 화학자의 흑역사는 어땠을까? 역시나 원소 주기율표에 있었다.
page.278~279
멘델레예프는 왜 원소의 성질이 원자량이 증가하는 순서에 따라 주기성을 띤 변화를 보이는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귀납법은 그에게 더 깊은 차원의 본질적 원인은 알려주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멘델레예프는 원자량 순서가 원소 성질에 주는 영향을 심하게 강조하는 바람에 원자량 순서가 원소 주기율에서 절대 바뀌지 않는 유일한 원칙이라고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
현대에 와서 원소의 성질은 양성자의 수나 핵외전자의 수에 따라 결정된다는 답을 알지만, 당시(1890년대)는 원자의 구조를 잘 알지 못했다고 한다. 사실상 멘델레예프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세 쌍의 원소 원자량(아르곤과 칼륨, 코발트와 니켈, 텔루륨과 아이오딘) 이 측정 실수라고 생각했다고 하니, 멘델레예프의 가설이 완벽하지만은 않다는 걸 의미한다.
어찌되었던 멘델레예프의 과학 사상이 가진 한계가 있었지만, 그가 만든 주기율표는 잘 다듬고 증명되어져 현재의 주기율표로 쓰인다. 흑역사는 누구에게나 있는 과거이나, 그 이상으로 주기율표에 그의 이름이 대대로 불려지고 있으니, 그는 특별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책의 이야기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누구나 이름을 알고 있는 물리학자 천문학자 화학자의 이야기였다. 아인슈타인은 가장 멍청한 실수를 저질렀다.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그에게도 전통적인 관념에 사로잡혀 자신이 발견한 가능성을 포기했다. 그의 이런 멍청한 실수는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일까? 노벨상 수상자 세 명의 개인적 이익 문제로 불거진 불명예 스러운 이야기와 함께 자신의 딸을 인정하지 않은 현대 화학의 아버지 조지프 프리스틀리의 이야기, 그리고 갈릴레이의 실수에서 탄생한 악보에 담긴 사상은 그의 인생 최대의 실수를 만든다.
단순하게 세계석학의 유명한 이야기와 이론을 넘어 과학자들의 흑역사는 누구나 실수를 하고, 그 안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식을 말하고 있어 유괘하다. 한편으로는 모든 일화에 물리학 이야기와 전문 용어들이 만발해 조금 어려운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과학 실험의 연구 성과 그리고 천재 과학자들의 역사는 과학의 진보와 함께 인간의 어리석음과 욕심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여러 의미로 읽힐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