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심장을 쳐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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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스무 살이 된 마리는, 파리였다면 그 정도로 주목 받지 못했을 것이다. 교외 외곽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금발과 잘 빠진 몸매는 그녀를 충분히 아름답게 했다. 


그러다 그 도시에서 가장 잘 생긴 청년 올리비에와 커플이 된다. 마리는 자신을 바라보는 여자들의 질투에서 오는 쾌감과 시샘들이 너무 좋았고, 그 감정이 너무 행복해서 자신이 올리비에와 사랑에 빠졌다고 믿었다.


그리고 6주 후, 마리는 임신을 한다. 정말 마리를 사랑했던 올리비에는 프로포즈를 하고, 마리는 그렇게 결혼도 아이 생각도 하지 않았던 삶에서 젊은 나이에 아이를 가지고 서둘러 결혼식을 올린다. 



시간이 지나 출산일, 마리는 딸을 낳는다. 까무잡잡한 검은 머리에 마리를 쏙 빼닮은 아이는 너무 아름다웠다. 마리는 딸의 이름을 올리비아로 짓고 싶어하지만, 남편 올리비에는 여신처럼 아름다운 의미의 디안으로 정하자고 말한다.(책을 완독하면 알겠지만, 디안이 존경하게 되는 심장외과 조교수의 이름이 올리비아 이다. 그 이름은 여러 의미로 다가온다.) 이 날은 1972년 1월 15일 마리가 스무살 되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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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단 둘이 남게 되면 마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불편함을 느꼈다. 그녀는 가능한 한 아기를 쳐다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기저귀를 갈아줘야 할 때는 문제될 게 없었다. 그녀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아기의 얼굴이었으니까. [어머! 예쁘기도 해라. 어쩜 이렇게 예쁜 아기가 다 있다니!] 그때 마다 마리는 가슴을 후벼파는 고통을 감추려고 애썼다.



마리는 결혼 전, 비서 일을 하고 있었다. 다인 같이 예쁜 딸을 낳아줘서 올리비에는 너무 고마웠다. 하지만, 마리는 시간이 가면서 삶에 대한 열의가 사라짐을 느낀다.  공부를 그만두어서 비서 일을 할 수도 없다. 회계 공부를 하면서 아기까지 돌볼 수 없다는 사실에 올리비에는 장모를 찾아가  회계일이 아닌 마리가 산후 우울증이 있다는 핑계를 대면서. 아기를 돌봐 달라고 사정한다. 사위가 돌아가자 할머니는 쾌재를 불렀다. 



[우울증은 무슨! 그 아이는 자기 딸을 병적으로 질투하고 있어요, 그래서 힘들어하고 있는 거라고]

[마리가 우리 도시에서 가장 예쁜 아가씨로 자랐고, 결혼도 아주 잘했으니까. 그런데 아니었어요. 그 아이가 자기 딸을 질투하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니까.]



 디안은 네 살이 되었고, 할아버지 할머니에게서 사실, 엄마는 디안을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디안을 질투하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 (네 살 아이가 할아버지 할머니의 말을 듣는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디안은 조숙하고 배려깊은 아이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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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안, 네 엄마는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아이 였단다. 학교에서는 성적이 안 좋았고, 주위가 산만해 여러 차례 지적을 받기도 했지. 그런 애가 반에서 늘 일 등인데
다 항상 웃으며 모두의 사랑을 받는 너에게서 어떻게 자기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겠니?"



엄마가 그녀에게 사랑을 보여주지 못하게 막는 것은 바로 질투였다. 그리고 마리는 둘째를 임신했다. 몇달 후 디안의 동생 니콜라가 태어났다. 아들이었다. 엄마는 아주 작은 아기를 품에 안고 애정이 듬뿍 담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디안은 그 동생이 남동생일 가능성은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니콜라를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처럼 쳐다보는 엄마의 태도는 디안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디안은 자라면서 자신의 탄생이 엄마에게는 그간 꿈꿔온 이상의 끝, 즉 체념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문제는 마리가 임신한 막내 딸 셀리아의 탄생에 있다. 셀리아는 디안과 다르게 엄마 마리의 사랑을 과할정도로 듬뿍 받는다. 같은 딸인 디안에게는 하지 않았던, 적어도 아들인 니콜라에게도 듬뿍 주지 않던 사랑을 셀리아에게 퍼 붙는다. 마치 성스러운 식탐이라 칭할 정도로 물고 빨고 뽀뽀하고,, 이런 사랑을 하는 마리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디안이 셀리아를 낳은 엄마의 편애적 행동이 아닌 자신의 미래에 집중하기로 한 것은 디안이 트럭에 치일 뻔 했지만, 피하지 않은 것을 확인한 의사의 말 한마디였다.  



[너 살고 싶은 거니? 아니면 죽고 싶은 거니"] 


디안이 감히 자신에게 던지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그리고 그 단 하나의 질문으로 그녀의 운명을 바꿔 놓기 시작한다. 다인은 살기로 결심했고, 마침내 의사의 직업을 갖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열 한 살의 나이에 삶의 목표를 발견하게 되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어린 시절을 잃어버린다 한들 뭐가 그리 대수인가? ( 젊은 날의 학창시절을 잃어버리는 대신, 현재의 성공을 주겠다면 누군들 그 선택을 마다할까.)  


그렇게 디안은 심장외과 학생이 된다. 그러다 오뷔송 부인(올리비아)을 만나는데,  오래도록 조교수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능력없이 정교수 자리에 있는 현재 그들을 혐오한다. 디안과 오뷔송 조교수는 죽이 잘 맞는다. 이야기와 코드가 잘 맞는 그들은 어느새 점심을 함께하는 사이가 되고, 디안은 오뷔송 부인이 정교수가 될 수 있도록 1년간 논문을 함께 작성하기로 한다.



여기서 엄마 마리가 딸 디안의 이름을 올리비아로 정하자고 한 것과 오뷔송 조교수의 이름이 올리비아였다는 것이 의미하는 연결성이 있다. 엄마 마리에게서 실제 자신의 이름이 올리비아가 될 수도 있었다는 것에서 디안은 구역질을 느낀다. 그리고 편애의 잔인함을 보이는 마리와 올리비아는  실제 동일시 되는 인물이다. 


엄마인 마리가 첫째 딸과 막내 딸을 차별하듯, 엄마의 의도적으로 주지 않았던 사랑이, 다른 누군가에게 넘치도록 퍼부어지면, 정말 진정으로 불행해질 사람은 누구일까? 



이 책의 이름이 너의 심장을 쳐라. 인데, 이 것이 의미하는 것은 뭘까?  원 시구는 "너의 가슴을 쳐라" 이다. 그러나 역자는 심장이라 해석했다. 그 이유는 이 책의 마지막 몇 장에서 드러난다. 결국 모든 삶은 한심하고 자잘한 비밀로 환원된다. 그리고 질투가 마음을 지배하는 데에는 이유 따윈 필요없다.  



글 속에서 자신이 존경하는 이가 사실은 자신이 그토록 증오했던 존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느끼는 그 좌절감과 배신감, 그리고 남들 눈을 의식해 질투와 편애를 포장하는 엄마, 부모가 고르지 못한 사랑을 주었을 때,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형성하는 지의 문제점 등은 비단 이 책에서만 깨닫는 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과하지 않은 등장인물의 관계와 가족을 떠나 타인과 관계를 맺게 되면서 느끼는 편애와 질투, 절망의 구렁은 모든 사회에서 느끼는 감정을 대변해 준다. 마리, 디안, 올리비아 세 여성들이 주인공이지만, 가족과 사회 안에서 얼마든지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군더더기 없는 교양 소설을 읽는 듯 했다.



뒤틀린 자기도취의 표현과 스스로에 대한 무지감, 무조건적인 사랑과 고르지 못한 애정의 문제가 어떤 비극을 낳을까. 담담하고 건조한 형식의 글이다. 하지만 진하고 강하게 다가온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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