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볼 건 다 해봤고, 이제 나로 삽니다 - 15인의 여성 작가들이 말하는 특별한 마흔의 이야기
리 우드러프 외 지음, 린지 미드 엮음, 김현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해볼 건 다해봤고 이제 나로 삽니다> 책은 공동 저자 중 한 사람인 수진 림이 쓴 에세이의 이름이다.  15인 여성들이 말하는 특별한 마흔에 대한 이야기는  40을 바라 볼 모든 여성들에게 다른 시각으로 다가온다. (어떤 작가는 마흔을 시로써 표현했다.) 특히 질 카그맨의 "나이 서른 아홉에 배우가 됐다" 는 늦은 나이에도 꿈을 잃지 않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느끼게 하는데, 결론은 이렇다. '하고자 하는 일이 있을 때, 그 계통의 주변에서라도 커리어를 쌓아라, 결국 그 이력이 직업으로 가까이 나를 인도한다.' 라는 것이다.


카그맨의 경우, 배우가 되는 게 꿈이 아니라. 연기를 하고 싶은 것.(연기를 하는 것 자체가 배우나 다음이 없긴 하지만) 이 꿈이라고 했다.  배우라는 거창한 단어라기보다 내가 잘하고 싶은, 혹은 재미를 느끼는 연기를 죽기 전까지 하고 싶다 라는게 아닐까. 싶었다.


카그맨은 <인터뷰>잡지사에 취직해 빵셔틀을 해가면서도 회사를 꾸역꾸역 다닌다. 이게 과연 경력에 쓰이는 일이 될까. 의심을 하면서도.  <인터뷰>잡지에 기사를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흑색종으로 건강을 위협받으면서도

꾸준히 글을 쓰려고 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그녀의 세 아이들 때문이었을거다. 

한편으로 카그맨이 친구 생일 모임에서 나눈 대화가 가슴언저리 저린한 감정을 들게 했다. 아마도 누군가는 이런 생각들을 분명 했었을 것이다.




page.109

"나이 드는게 무서운 건 깔때기 아래쪽이 막히고 있기 때문이야." 나는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냐고 물었고, 그 여자가 말하길, 젊을 때는  원하는 모든 걸 할 수 있고, 선택의 폭이 아주 넓었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우리의 삶이 깔때기를 타고 내려가면서 선택의 폭이 점점   좁아진다는 거다. 예를 들어 길고 긴 의대공부, 병원 레지던트, 전문의 과정 등등을 생각하면 마흔 먹은 사람이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카그맨은 그럼에도 암담한 사실이기도, 현실이기도 한 그 말을 인정하면서 서른 일곱에 광고대행사 카피라이터의 일을 맡는다.   그렇게 그녀의 말 그대로 일이 다른 일을 부른것이다.  그리고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버젓이 등장하는 오드 맘 아웃 시리즈의 배우가 된다.



page. 111

대체로 마흔 쯤의 여자들은 이제 좋은 시절은 다 지나갔다고 한탄하는 게 인지상정인데  갑자기 내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의  산 증인이 됐다. 인생을 달리 살아보는데에 늦은 때란 없으며 그 비결은 내가 해낼 수 있다고 믿어주는 사람들이라는 걸 내가 입증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비결은 바로 "당신"이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대니얼과 팀이 나를 믿어주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도  영원히 용기를 낼 수 없었을 거다. 하지만 왜? 왜냐하면 여자들은 계속 좁아지기만 하는 깔때기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가슴은 쳐지고, 엉덩이는 퍼지고, 세상은 우리에게 너희는 정점을 치고 내려가는 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내가 비밀을 하나 말해주겠다.  마흔쯤 되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나은 사람, 더 생산적인 사람이 된다. 이제는 우리가 누구인지 알기 때문이다.



외국작가 외국여성의 시점으로 탄생한 책이라, 한국의 시스템과 거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하지만, 늦은 나이에 제 2의 직업을 설계하고 성공한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적당한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고, 온전히 나에 대한 꿈을 접어야 하는 것이 마흔이기 이전에,  "나"를 믿고 "믿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포기"가 아닌 "시도"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가지게 된다. 지금 쉰이 가까워 오는 누군가에게 마흔은 되돌아 갈 수 없는 시간이다. 


마흔이 넘은 여성 14인의 이야기는 개인의 주관적 가치에 따라 소재가 다 다르다.  친구 혹은 가족, 꿈, 추억 등 카페에서 수다를 떨며 말할 수 있는 가벼온 소재의 이야기부터 혼자 커피를 마시며 사색에 잠기게도 한다. 마흔을 이야기하는 마흔이 넘은 여성 이야기.  마흔이라는 전성기를 살아가는 여성을 위한 변화를 위한 에세이. 모든 여성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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