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팜
조앤 라모스 지음, 김희용 옮김 / 창비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인 레예스는 혼혈이다. 아기 아말리아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사촌 아테가 병으로 쓰러지자  사촌을 찾아 병원을 방문한다. 아테는 보모 전문가로, 아이의 수면습관을 들이는 능력으로 유명했고, 아이들의 부모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아테를 찾았다. 아테는 제인의 아이 아말리아를 자신이 돌볼테니,  카터 부부의 헨리를 돌봐달라고 부탁한다. 


아테 역시 지금의 보모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필리핀으로 돌아간지 오래된 친구 리타를 통해서였다. 간호사이자 특히 아기 돌보는 일에는 전문가였던, 아테의 보모실력은 여러 사람들을 거쳐 지금의 헨리에 이르기까지 정성을 다해 키워냈다.  아테는 제인에게 헨리를 돌보게 되면 보모의 일당이 두 배 이상이 되며, 일주일만 아테를 대신한다고 해도 몇 천 달러를 벌수 있을 거라 뀌뜸한다. 아말리아를 위해, 집세를 위해 제인은 제안을 수락한다. 아테는 반드시 유니폼을 착용해야 하며, 아이가 잠들 때만 자야 하며, 첫 주 일요일에는 휴일이어도 일을 해야 한다는 등의 게을러 보이지 않기 위해 아기가 낮잠을 자는 시간에도 바쁘게 일해야 하는 주요사항 등을 알려준다.


제인은 헨리를 돌보면서, 케이트의 친구 마거릿 리처즈와 에밀리 밴윅을 알게 된다. 그들은 제인의 의사는  상관없다는 듯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무단으로 제인을 카메라에 담는다거나 인종차별적 언어를 서슴치 않는다. 헨리를 품에 앉으면서 친구들에게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는 케이트의 모습을 보면서 제인은 헨리에게 미리  젖을 먹이지 않아 칭얼댈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급히 케이트에게서 헨리를 건네앉고 방을 나온다.  마거릿 리처즈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촬영한 것을 사과하기 위해 방으로 들어왔고, 그러다 제인이 사용하는 유착기와 함께. 헨리가 제인의 젖꼭지를 빨아버리며 방을 나서는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제인은 그렇게 석달 동안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아테는 여성을 대리모로 고용하는 골든 오크스에 대해 설명해준다. 카터 부인네 집에서 번 돈보다 많은 돈임을 재차 강조하면서..  그리고 옅은 회색명함을 제인의 손에 쥐어준다. 그 명함에는 '메이유' 라는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몇 주 후 제인은 골든 오크스 농장의 전무이사인 '메이 유' 로부터 '경쟁률이 매우 높은' 호스트 선정 과정의 첫  두 단계를 통과했음을 알리는 이메일을 받는다.


page. 116.119
매일 규칙적인 운동은 호스트와 그들이 임신한 아기의 건강에 필수적인 일이에요. 우리는 당신이 스스로 약속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완전히 이해했으면 좋겠어요. 일단 임신을 하고 나면, 그러니까 일단 당신의 몸 안에 또 하나의  인간이 살게 되면, 그건 더이상 당신만의 문제가 아니니까요. 되돌리는 건 불가능하죠."


메이는 골든 오크스에서 배아를 이식받는 대리모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약속 시간에 결코 늦지 않지만, 6시 레이건 매카시와의 약속은 시간을 늦춰야 할 것 같다. 영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중인 상대를 만날 때는 더더욱 지각을 해서는 안되는 법이다. 메이는 돈이 되는 것들을 기가 막히게 찾아냈다.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이자 자수성가의 여성, 덩 여사는 홀러웨이에 투자를 고려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골든 오크스에서 메이가 엄선한 호스트의 몸을 빌려 아기를 낳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딴 "MIT"  덩 생식 건강 연구센터에 보관해둔 열두개의 냉동 배아 중 하나로 말이다. 그리고 분명 의뢰인들은  거의 예외없이 좀 더 하얀 피부의 좀 더 예쁜 필리핀여자나 폴란드아가씨나 날씬한 트리니다드 사람을 선택할 것이었다. 


* 호스트 :   골든 오크스에서 배아를 이식받는 대리모를 지칭하는 용어


page.80
마치 태아가 포도당, 단백질, 산소, 비타민 뿐 아니라 값비싼 교육을 통해 획득한 지식과 하늘을 찌를 듯 높은 SAT 점수를 흡수하기라도 하는 양, 프리스턴이나 스텐퍼드나 UVA를 졸업한 여자의 자궁에 엄청난 프리미엄을  기꺼이 지불하려 한다니 말이다. 하지만 정말 그렇다. 메이는 해마다 그야말로 일류대학의 학위를 가진 호스트가 아니면 만족하지 않을 소수의 의뢰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메이는 프리미엄 호스트 중에서도 성스러운 레이건 매카시가 골든 오크스에서 일하도록 설득해 덩 여사와 연결될 수 만 있다면, 하고 바라고 있다. 메이는 레이건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특권층 사람들이 돈을 원하는데 무언가 수치스러운 면이 있다고 고집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설득을 멈추지 않는다. 호스트가 되면, 예술가의 꿈을 이룸과 동시 많은 돈을 받고 꿈을 이룸과 동시에 아이를 간절히 바라는 한 여성의 꿈도 이뤄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레이건 매카시는 대리모 사업을 수락한다. 


page 91.
만약 우리로써는운 좋게도 당신이 골든 오크스에 합류한다면 당신을 위해 생각해 둔 의뢰인이 한 분 있어요. 극도로 가난한 환경에서 태어난 나이 많은 여성분이에요. 사회적으로는 엄청난 경력을 쌓았지만, 그 대가로  불임이 되었죠. 너무 나이가 들어 직접 아이를 낳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메이가 알기로 조사팀은 호스트들이 기밀 유지 협약을 잘 지키는 지 확인하기 위해 출산 후에 그들의 뒤를 캔다. 그러므로 골든 오크스를 떠난 이후 어떤 호스크가 자신의 삶을 눈에 띄게 개선했는지 알아내기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메이유 또한 혼혈이다. 


page.129
제인은 아말리아를 가졌을 때도 입덧을 했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르고, 더 무섭다. 아마도 지금  품고 있는 아기가 모르는 사람의 아기, 그러니까 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사람이나 제인이 앞으로 평생 살면서  볼 수 있는 것보다도 더 많은 돈을 기부하는 사람의 아이이기 때문일 것이다. 






베이비 팜. 아기 농장이라 이름 지은 이 책에서 과연 미래는, 아니 현재에서도 아기를 공장처럼 찍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하는데. 불임 혹은 아기를 낳을 수 없거나  장애아를 낳을 가능성이 높은 부부에게 호스트라고 말하는 대리모 사업은 뜨거운 이슈 거리를 만든다. 얼마 전 일본인 방송인 사유리의 자발적 비혼모의 삶은 다소 충격적이었으나 이해가  안되는 일 만도 아니었다.  자신의 인생을 본인이 선택해 결정하는 것을 누가 뭐라 하겠는가, 다만 사회의 인식과 흐름은 많이 달라졌고, 변화해왔다. 아기 공장, 소설이나 전부를 픽션이라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소설은 가까운 미래의 일 일지도 모른다. 

  
호스트와 그들이 사는 수용소는 오크스에서 임산부 코디네이터 일을 하는 칼라와 건강 코디네이터 해나 키 크고 깡마른 몸의 타샤, 작지만 풍채가 당당한 폴란드인 아냐, 그리고 배우처럼 이쁜얼굴의 리사.  주인공 제인의 룸 메이트 레이건 매카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결국, 아기를 염원하는 이들을 위해 호스트로 일하며 돈을 위해 일하는 메이유까지. 그들 모두 돈과 미래(미래의 자본인 아이들)  때문에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다.  좀 더 스마트하고 예쁜 외모의 아기를 낳으려하는 의뢰인들의 욕심과 호스트들의 가난이 만나 계약은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들을 중매하는 대리자까지. 그들의 계약내용은 한편으로 인종 차별과 여성 문제 등을 제시한다. 소설이지만, 결코 소설같지 않은 이야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