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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센티 인문학 - 매일 1cm씩 생각의 틈을 채우는 100편의 교양 수업
조이엘 지음 / 언폴드 / 2020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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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장을 읽고 드는 생각은. 재밌다. 였다. 작가가 읽었던 그동안의 책들을 현대 버전으로 번역했는데, 범죄의 경우, 지금의 상황과 과거가 크게 변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다소 씁쓸하기도 했지만, 그런 상황에 대한 표현의 방식이 참 재밌었다. ( 책 전체 내용이 현대 버전으로 번역한 것은 아니다.)
지금 강남과 강북의 암울한 정도의 차이가 과거 신라 시대 에서도 나타난다. 자본주의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번역한 신라사람 최치원이 지은 시의 <강남녀>로 말이다. 강남녀는 실제 최치원이 신라 말기에 지은 한시이다. (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강남녀라는 시가 있다니!)
page.16
강남 풍속은 방탕해서 노동을 멸시한다.
명품 옷과 화려한 화장에 힘쓰고 저급한 노래만 부른다.
젊은 날이 영원하리라 믿고 스스로를 꽃다운 미모라 부른다.
세입자야, 네가 온종일 일해도
내가 멘 명품백 끈 하나 살 수 없단다.
실력은 노력이 아니라 계층이거든.
이 시를 읽고 여러 사건들이 생각난다. 말(경마) 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모녀 부터, 무전 유죄 유전 무죄로 범죄도 돈으로 사버린 한 국회의원의 아들 까지. 신라시대 그 이전의 시대까지. 계급의 사회는 있어 왔고, 계급을 넘어 자본주의로 향한 한국에서, 작가는 세습 자본주의를 평가하기 위해 신라 시대로 갔다. 그리고 강남녀로 풍자했다.
한국의 법, 형량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공감할 사항이 있다. 성범죄자, 살인자. 사기절도, 모두 세계의 평균에도 못 미친다. 한국의 사법체계의 비리도 무시 못한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서울대의 똑똑한 학생들을 예로 든다.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지만, 인문학과 관련된 인간성과 존재에 대한 교육보다. 서울대 동문을 챙기고, 경쟁에서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교육의 문제점을 제시한다. 인간에 대해, 인문소양, 인문학의 결핍이 낳은 결과. 그게 무엇일까?
page.156
1.라면 한 봉지를 훔친 상습 절도범
2.아동 성 착취물 22만 개를 사이트에 올린 범죄자.
3.횡단보도를 건너던 10대 여고생을 치어 죽인 만취 운전자.
기본적으로 3번에서 1번 순서로 형량이 높아야 당연한 결과임에도.
1.징역 3년6개월(2014)
2.징역 1년 6개월( 2018)
3.징역 3년(2020)
실제로 나온 형량이 이렇다.
저자의 말처럼 평생 공부만 해 온 아이들이 인문 서적 하나 읽을 시간 없이 사법 시험에만 올인 하면,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이 된다. 이들은 돈이 없이 분유를 훔쳐야 했던 엄마를 판단해야 한다.( 이 부분은 일부 법조인의 이야기이고, 지금은 판사 임용 시 법조인 경력을 요구하도록 바뀌었다고 한다.)
위의 이야기가 전혀 없는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 것은 많은 곳에서 위와 같은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문학 적 소양이 없는 판단. 책은 100편의 이야기들로 여성, 역사, 고전, 범죄,헌법, 정치,세계사, 종교, 문학, 철학 등을 다룬다. 부제에서 가끔 씩 고민해봤던 주제들이 나오면 내 생각과 비교해 읽게 된다. 그것이 인문학의 장점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매일 1센티 씩 채워지는 인문학에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주는 책이라 교양 수업이라는 부제가 썩 잘 어울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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