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스틸
린지 페이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소설 제인 에어를 모티브로 한 이 소설은 원작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제인에어 속 에어는 숙모의 아들 존 리드와 싸웠다는 죄로 붉은 방에 갇히지만, 제인 스틸의 스틸은 숙모 아들 에드윈의 겁탈로,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른다. 제인을 학교에 보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숙모는 제인을 학교로 보내고, 제인은 교활한 교장과 선생님들에게 시달리며 7년을 버티게 된다. 제인에어의 수동적인 주인공이 아니라.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소 강단있고, 독한 면을 보이는 주인공, 제인 스틸로 인해 책을 읽는 내내 통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성폭행의 상황에 처해있어도 자신을 지킬 수 없는 지금의 법망(성폭행범의 낮은 형량)을 보면서 소설 속 피의자에게 복수하게 되는 살인은 잔인함이 아니라. 인과 응보라는 적절한 문구를 연상케 한다. 비록 소설이지만, 마치 속이 시원해지는 청량감까지 느끼게 되는건 주인공이 판결을 내는 재판관이자 여성을 대변해 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숙모의 아들과 교장을 깔끔하게 처리하면서 제인은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남다른 재능을 깨닫는다. 제인 에어의 삶은 피해를 온전히 받는 인물이라면, 각색된 소설 제인스틸의 스틸은 자신을 해하는 자들에 대한 응징과 복수가 함께 한다. 여성을 피해자로 만들고 살인자의 재물로 만들어 버리는 기존의 이야기들로 점철된 책들이 지루하다면, 그리고 뻔한 스토리적 무난함이 싫다면, 제인 스틸이 읽는 내내 통쾌함과 재미를 줄 것이다. 개인적으로 교장의 이중적인 행동, 방관자이자 고발자인 선생들의 행동방식이 어떻게 보면 지금의 사람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읽는 재미를 더 해 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범죄안에서 절대적인 복수를 할 수 없고, 피해를 본 자들이 고통을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지금, 피의자들의 인권을 운운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에게는, 이 책이 더할 나위없는 소설이 되지 않을까 싶다. 책을 덮을 때 쯤엔 제인에어의 원작소설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 혹은 두 이야기의 스토리를 비교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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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스틸은 자신을 교묘한 거짓말쟁이라고 평가한다. 갑작스레 엄마(앤 로르 스틸)의 죽음으로, 제인의 보호자는 숙모가 되어 버린다. 숙모는 평소 엄마와 서로 혐오하기 바뻤다. 유산 때문이었는지 둘은 끊임없이 서로를 견제했다. 제인 스틸에게는 남겨진 유산이 있었는데, 아버지로 부터 상속받게 되는 유산이었다. 하지만, 사유지에 살고 있는 숙모(페이션스 바버리)와 사촌(에드윈 바버리), 상속금에 욕심이 많은 그들로 인해 어려움이 있었다. 이제 아버지(조너선 스틸)와 어머니까지 없는 제인스틸은 고아이다. 제인스틸은 숙모가 준비한 계획(학교에 다니라고 하는 반강제적인 엄포)로 집을 나와 도망치려 한다. 사촌 에드윈은 학교를 가지 않겠다 도망나온 제인을 겁탈 하려다 절벽으로 추락한다. 의도치 않게 사촌을 죽여버리게 된 제인은 살아 남으려면 악마처럼 거짓말을 해야 한단 걸 잘 알고 있었다.숙모는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 제인이 죽었어야 한다며 악담을 늘어놓는다. 제인스틸은 비로소 자신이 이곳에 있을 수 없음을 느낀다. 학교 교장 (베살리우스 먼트)가 있는 학교 기숙사로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이제 나는 더이상 어머니처럼 살 여력이 없었다. 감정을 쉬이 드러낼 수도 없었다. 내 심장을 가슴 속 깊은곳에 숨겨야만 했다. 그래야 완벽한 어둠이 찰흑처럼  새까만 내 심장을 잘 가려줄 테니까." 



학교의 아이들은 모두 상황이 가지각색이었다. 부유하지만 작위가 없는 가문출신인 (세라 테일러)와 부모가 모든 능력은 되는데 굳이 학교에 보낸 (레베카 클라크), 가난하지만 작위가 있는 가문출신의 (폭스). 등등. 제인은 그곳에서 자신보다 3살이 어리지만. 가장 친한 친구가 되는 레베카(생쥐같이 허약하고 앙상한 체구로 음식을 훔쳐 먹다 4일 동안 물과 유황만 먹어야 했던 아이) 등 여러 친구들을 만난다. (그 밖의 친구들. 데이비드, 이니드 로빈슨, 하퍼, 앨런, 피딕) 그리고 학교 안에는 체벌자체를 교장에게 떠넘기는 라틴어 선생(워릭)과 체벌이 그자리에서 이루어지는, 선생(아캠볼트) 그리고 교장이 흠모하는 듯해 보이는 음악선생(릴리 베일)등 여러 선생과 함께 가장 교활하고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교장(베살리우스 먼트)이 있다.



교장은 친구끼리 싸움을 붙이는 교활한 놈이다. 따라서 기숙사에서는 절대 친구를 만들면 안된다. 학교에서 남은 음식은 6킬로미터 떨어진 곳 농장의 노동자들에게 할인가에 팔고, 남은 음식은 무료 급식소에 주고 있다. 동네 근교까지 교장은 숭배받는 존재였지만, 학교내 에서는 음식을 훔쳐먹은 클라크가 다른 친구의 허물을 고자질 해야 점심을 허락 하는 등, 다른 친구의 허물을 보고해야 자신의 죄를 구원했다는 식의 심판을 했다. 심판이라는 명목하래 아이들을 옮아매고 있었다.그리고 모두를 공범으로 만들면서 흡족해한다. 아이들이 서로를 학대하게 만들면서 그걸 즐기고 있는 것이다. 교장의 말에 반항을 하게 되면, 교장실로 불려가 교장과 단둘이 2시간 동안 함께 있어야 한다. 그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불려간 아이들은 하나같이 그 안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제인은 학교 교장의 행실을 보면서 죽은 사촌(에드윈)의 얼굴을 떠올린다. 제인은 깊은 역겨움을 느낀다. 분명 에드윈이 멍청하지만 않았으면 먼트와 아주 판박이었을 것이다.



page 101

슬픔은 괴상한 손님과 같다. 수호천사처럼 사람의 어깨에 소리없이 

내려앉아 있다가 불현듯 쇄골에 날카로운 발톱을 박는다.




 

내가 제인스틸 속의 제인이었다면 어땠을까. 갑자기 사망한 엄마의 부고를 알고 장례식장에 갈 수 없도록 만든 숙모를 원망만 하고 있을까? 숙모의 아들의 겁탈로 우발적 살인, 어떻게 보면 정당방위로 인한 살인이었던 부분을 거짓말로 잘 포장 할 수 있었을까? 당시는 마차가 다녔던 시대이다. 책속의 시대적 상황은 마차를 끌며, 하녀를 두던 시대였기 때문에 감히 9살의 여자아이가 살인을 저지를 것이라는 생각 조차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법적 증거물인 DNA 나 상황 증거물 자체도 수집되지 않았을 것이다. 제인은 학교에서 친구라는 호칭을 붙이지 않아도 우정을 나눌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몰래 몰래 서로를 챙겨가며 살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삭막한 가운데 따듯함도 느껴진다. 잔인한 소설적 표현은 없다. 다만 행동을 연상하게 하면서 사람의 악함 그리고 복수를 느끼게 하기 때문에 충분히 스릴러적인 느낌이 든다. 제인스틸의 주변인들, 교활함과 사이코패스적인 인간 그리고 그 안에 살아남은 제인 스틸의 행동과 비상한 머리는 살인자임에도 제인 스틸을 응원하게 한다. 잔인한 복수극이 아니라 정당한 복수극이다. 그리고 여성이 피해자가 아닌 심판자가 된다. 그것만 해도 읽는 내내 짜릿하다. 중반부로 가면 제인 스틸이 사랑하게 된 인물과 함께 다른 이야기도 펼쳐진다. 로맨틱하고 스릴있다. 제인 스틸은 로맨틱 서스펜스를 원하는 여성 독자에게 정말 딱 제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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