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 같은 사람 또 있을까
새벽 세시 지음 / FIKA(피카) / 2019년 12월
평점 :

page 53
아무런 의미 없이 흘러가는 시간은 없다고 했다. 한번 무언가에 도전해 끝없이 노력해본 사람은 다른 것을 시도하더라도 이루어낼 수 있는 충분한 원동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왜 보이는 것만 보고 살까.
심오한 글들이 아니어도, 다른이들이 쓴 글은 힘이 있다. 짤막한 글이지만, 몇 줄에서 감동을 받기도 하고, 공감을 얻기도 한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읽을 땐, 특히나 그런것 같다. 나만 이럴까? 나 같은 사람 또 있을까. 하는 생각들. 그래서 특히나 감성적인 담담한 글을 원하게 되는 것 같다. 스스로 암울했던 감정이 담담한 타인의 글로 위로를 받기도 하니까.. 과거의 일들이 생각나고 지나간 시간의 감정이 되살아난다. 그게 나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 아래부터 느껴지는 동질감과 공감은 그렇게 깊게 느껴질 수가 없다.
외로움, 고독, 인생 ,, 우울한 주제들로 되돌아 가면, 감정은 점점 무거워진다. 그런데, 또 무거운데 가볍다. 방법에 정답은 없다. 세벽 세시의 작가는 생각이 너무 많았고, 새벽에 들던 그 생각들이 답이 된 것 같았다. 이 책속의 많은 글들이 그 많은 생각들을 풀어놓은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는다. 너무 고요해 생각이 잘 드는 새벽,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현실에서 과거로 회기하는 동안, 눈꺼풀은 더 뚜렷해진다. 과거의 후회스러웠던 그날이 다시금 생각나 이불킥을 부른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 결국 다음 날이면 정해진 시간보다 더 늦게 일어나게 된다.
그럼에도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에게 생각을 멈추라고 말하진 않는다. 자연스러운 생각의 흐름대로 새벽을 보내다 보면, 과거의 후회를 넘어 현재를 더 직시하게 되는 것 같다.
작가의 글에 치유와 관련한 문장들이 보인다. 작가의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나도 겪었던 일이 될수 있다. 그래서 작가의 글은 다른 이들에게 공감과 의지하게 하는 힘을 주기도 한다. 에세이의 힘이 그런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낮보다 밤을 사랑한 작가의 글은 새벽 3시의 느낌도 있지만, 태양이 가장 강한 3시 같기도 하다.
누구나 다 그런거겠지 하면서도 나의 아픔은 그 보다 더 한 아픔인 것 같을 때, 나와 같은 느낌의 책을 읽고 싶어질 때 이 책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이 책은 새벽 세시의 감성만큼, 고요하며 담담한 공감을 주는 책이니 말이다.
page88
그래도 누가 뭐라 한들 그렇게 살기는 싫다. 내가 조금 더 상처받는 쪽이 되어도 괜찮으니까, 내 인생은 항상 누군가를 한 번 더 보듬어 주고 안아주는 쪽으로 흘러가기를. 훗날 매 순간을 후회하게 되더라도 누군가를 울리는 사람보다는 차라리 한번 더 우는 사람이 되기를. 한순간 누가 나를 미워하게 되어도 아주 나중이 되어서라도 "그 사람 그래도 꽤 괜찮은 사람이었어" 하고 기억되기를. 아무 감정없이 무디게 살아가기 보다는 차라리 누구보다 더 많이 아파본 사람이 되어서, 나랑 똑같이 아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사람이 되기를. 그렇게 나를 아프게 하세요, 하는 속없는 기도를 늘어놓는 밤. 나는 당신이 나보다 조금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