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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어느 늑대 이야기다 - 마을로 찾아온 야생 늑대에 관한 7년의 기록
닉 잰스 지음, 황성원 옮김 / 클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2003년 지은이 닉 잰스는 알래스카 근처 멘덴헬 호수에서 스키를 타다 생긴지 얼마 안된 늑대의 흔적을 발견한다. 엄청난 오지 마을에 사는 알래스카인 대다수가 일생 동안 한 마리도 못 보거나 하울링 소리를 들어보지 못하는데이는 엄청난 뉴스였다.
이틀뒤 데크의 욕조에 몸을 담그고, 뭉친 어깨를 풀던 중 저 멀리 얼음 위에서 움직이는 형체를 발견한다.
늑대임을 직감하고, 황금히 스키 장비를 꿰차고 호수로 나아간다.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블루힐러(오스트레일리안 캐틀도그) 가 뒤를 따른다. 늑대가 풀 숲으로 재빠르게 들어선다. 예의 바른 맹견 출신의 래브라도 리트리버 거스는 그 동물을 향해 목의 털을 세우고 으르렁 댔다.
닉 잰스는 황급히 돌아가 삼각대와 카메라를 챙기고 개들을 집 안에 넣은 뒤 문을 닫는다.
사람이 오는 걸 분명히 보았음에도 기대한 대로 도망가지 않고, 속도를 늦춰 천천히 걸으면서 주위의 냄새를 맡는다. 잰스는 장비를 설치하고 호흡을 진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파르스름하게 사위어가는 빛 속에서 사진을 여러 장 찍는다.
늑대는 호수를 응시하다가 주둥이를 들어올리고 눈 쌓인 나무를 배경으로 하울링을 한다.

알려진 바와 같이 늑대는 수컷 한마리가 암컷 한마리와 쌍을 이루는 부계사회 형태이다. 1부 1처제이며,쌍의 둘 중 한마리가 죽지 않는 한 계속 같이 살아간다.
수컷이 암컷보다 평균 5kg이상 크며, 이 책에서 보이는 검은 늑대는 야생 갯과 동물과 길들여진 갯과 동물이 혼합되었음을 보여준다. 길들여진 개는 인간에게 다가와 개와 번식하게 된 늑대들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도망쳐
야생성을 갖게 된 개들도 가리킨다고 한다.
실제 늑대나 여우 중에서 사람에게 유독 친화적인 온순한 성격을 뽑아, 길들여진 강아지와 교배를 하면
후에 태어난 후손은 좀 더 유순해 진다는 통계가 있다. 이 검은 늑대는 그래서인지 개를 만나면 도망가지 않는다.
냄새를 맡으며 어울린다.
춤을 추는 듯 하다 개가 흥미를 잃고 주인에게 가면, 다시 늑대는 떠난다. 그 모습을 놀라워 하며 저자는 셔터를 누른다. 다른 늑대와 같이 사람을 만나거나 사람과 함께 있는 개를 보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잽싸게 도망가야 정상이거늘 이 검은 늑대는 어울림을 즐기는 듯 하다. 그래서 이 책의 작가는 늑대를 탐색 하면서 늑대에 대한 이야기를 써 내려 갈수 있었을 것이다.
개와 늑대의 어울림은 새로운 느낌을 준다. 마치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지 않는 고양이가 어느새 나에게 와 꾹꾹이를 해줄 때의 그 느낌과 비슷하달까. 책에서는 늑대가 개에게 스스럼 없이 다가오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그리고 개의 선조격인 늑대와 개의 어울림은 가슴까지 따듯하게 만든다. 그저 다른 견종이라 뜯으며 싸울것 같았지만, 처음 만나는 곳에서도 스스럼 없이 친해지는 갯과 동물들, 늑대가 단체 생활을 하는 동물이어서 일지는 모르나, 개와 어울리는 늑대의 모습은 너무 좋아보였다. 사진을 보며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연신 귀엽다는 말이 터져 나온다.
다른 늑대와 달리 검은 늑대가 개에게 친근감을 보이는 것은 개를 기르는 인간들에게도 긍정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자라날 때부터 늑대를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 그런 가르침을 받고 커와서 늑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대다수를 차지하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생각이 틀렸음을 보여준다. 실제 늑대의 천적은 불곰, 회색곰,호랑이, 인간 등 몇개 되지 않는다. 늑대가 인간을 두려워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검은 늑대 로미오는 그렇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닉 잰스 같지 않을 것이고, 사람에 따라 나쁜 사람들은 엄연히 존재한다.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지어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길들여지지 않은 존재인 늑대에 대해 우리의
책임이 어떤건지를 살피게 한다. 감동적인 부분과 안타까움이 공존하는 책이다. 뉴욕타임즈의 평가처럼
사소한 순간도 잊을 수 없는 힘으로 표현한다. 이 책은 늑대와 알래스카의 아름다운 풍경만을 애기하진
않는다. 이기적인 인간의 도덕적 결함이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는 지에 대해서도 애기한다.
많은 질문을 하게 해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