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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맹 - 자전적 이야기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백수린 옮김 / 한겨레출판 / 2018년 5월
평점 :
아고타 크리스토프 자전적 이야기



헝가리의 기차, 전기, 수도, 전화도 없는 작은 마을에 살고 있던 아고타 .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사다. 오빠와 같이 시끄럽게 떠들며 부엌을 난장판으로 만들면,어머니는 벌을 주기 위해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보낸다.아버지는 교실의 가장 끝 책상에서 아고타에게 책을 읽게 한다. 그때부터 어린 나이에 완전히 우연한 방식으로 "독서"라는 치유되지 않는 병에 걸렸다고 작가는 회상한다.
어릴적 부터 자신이 지은 이야기들을 말하는 걸 좋아했다는 아고타. 3살 터울의 남동생은 특히나 아고타가 하는 모든 말을 믿는다. 한국에서만 하는 농담이 헝가리 농담에서 시작된 건지는 알수 없지만,. 작가 아고타는 동생에게 "너는 주어온 아이다"라고 말했고, 놀란 동생은 엄마에게 곧장 달려가 묻는다. 당연하게도 아고타는 벌을 받는다. 그렇게 글을 쓰는 욕망은 어릴적 부터 생겨난다.
아고타는 1953년 헝가리 정부의 무상 기숙사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열악한 처지_ 너무가난해 신발을 빌리고, 그 빌린 신발을 수선하는 돈 조차 외상으로 해야하는 처지에도 기숙사 선생을 흉내내는 어릿광대짓을 하고 즉흥공연으로 기숙사 아이들에게 음식이나 돈을 구별 없이 받는다.
헝가리 안에서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를 가르쳤던 선생들도 다시 러시아어를 배워서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다. 러시아가 학교에서 자신들의 언어를 의무화 시키고 다른 모국어는 금지 시켰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일본이 한국의 언어를 몰살 시키고, 자신들의 언어로 정신적 식민지를 만들게 한 역사적 사실을 생각하게 한다..

헝가리의 시대상황은 불안정하다, 전 국토가 전쟁터로 변했고, 정부에서 무상으로 기숙사를 운영한다는 명목이지만. 사실상 러시아어를 배우게 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1956년 헝가리 혁명의 여파를 피해 아코타는 스위스로 망명하게 되면서 부모님, 남동생과 헤어져 이별하게 된다.
<<아코타가 태어난 나라 헝가리의 시대적 배경이 이해가 되면, 책속의 아고타의 이야기가 더 잘들린다.>>
"1956년은 헝가리 혁명, 프라하의 봄 등으로 이어지는 동유럽 내 반소련운동의 선구자가 되는 사건이 일어난 해다.1956년 10월 23일부터 11월 10일까지 17일간 공산당 독재에 저항해 노동자, 지식인 그리고 시민들이 일으킨 헝가리의 민주화 운동. 냉전시기 동구권에서 벌어진 민주화 운동 중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사건이었다.그러나 소련의 무자비한 진압에 의해 실패로 돌아가고 헝가리는 소련(지금의 러시아)의 몰락이 가시화 되던 1989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공산 독재를 끝내고 민주화운동을 이루어낸다." - 나무위키 출처.


스위스로 망명한 아고타에게 가족과의 이별로 고통을 견디기 위한 해결책이라고는 글쓰는 일 밖에 남지 않았다.
21살의 나이로 스위스에, 그것도 전적으로 프랑스어를 쓰는 도시에 도착한다. 프랑스어로 말한지 30년, 글을 쓴지 20년도 더 되었지만, 언어를 다 알지 못한다는 아고타. 프랑스 언어가 헝가리 언어를 죽이고 있었다.
<문맹>이라는 책의 이름만 언뜻 볼때 무엇을 애기하는 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지식을 쌓아가는 흐름에 있어서 문맹의 언어적 느낌을 말하는 것인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계속해 배우지 않으면 문맹과 다름이 없다는 건지. 처음에는 그런 호기심이었다. 작가의 소개글을 읽자. 다른 나라의 역사적 상황을 일기장 읽듯 읽을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책에서 보이는 어려운 단어와 지식은 알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것이다. 하지만, 읽을 수록 어느 시대의 배경인지 세세하게 알고 싶게 했다.
세계사를 전공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겠지만,헝가리 혁명은 많은 피해자를 낳은 민주주의로 가는 시발점이 된 혁명이다.공산주의에 반대한 혁명으로 이 혁명은 1990년대에 와서야 민주화가 된다.
한국의 1987.6.29선언이 오버랩된다. 그다지 관심이 없던 유럽권 헝가리에 대해서 역사책이 아닌 에세이책으로 알게된 점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그리고 헝가리 혁명에 대해서 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작가 아고타가 헝가리에서 오스트리아로 국경을 넘으면서 숲에서 긁히고 넘어지는 상황에서 북에서 남하한 사람들의 모습이.떠올랐고, 작가가 헝가리에서 비밀 작문 노트와 부모님을 두고 스위스로 망명하게 된 상황에서 남북이산가족이 떠올랐다. 이는 다른 나라의 식민지, 전쟁의 상황이 별반 우리나라의 상황과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문맹은. 작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자서전이다. 그녀가 말하고 싶어했던 건 자신의 언어적 정체성의 흐름과 역사적 사실일 것이다. 그 중 헝가리 혁명,2차세계대전 그쯤의 시대적 상황을 역사책에서 확인하는 것도 좋지만, 그 날을 살다간 사람의 경험을 읽고, 시대상황을 역발상해 역사의 흐름을 찾아보게 하는 에세이의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책은 저마다의 그릇으로 가르침을 준다. 그것이 교훈이 될 수도. 감동이 될 수도 있다. 1950년대를 이야기 하고 그때의 독재정권을 헤쳐나가고, 글로써 항변한 이 책은 역사적인 흐름 중 하나인 혁명적 사상이 있던 그 날을 이야기 한 에세이라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