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상황은 반대로 돌아갔다.
기진맥진한 과학자는 침대에 누웠지만
갑작스런 소리에 놀라서 일어났다.
"그의 침대 옆에 무시무시한 존재가 서있는 모습을 보았고,
커튼을 열어젖히고는 누렇고 축축한
그러나 생각에 잠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메리는 꿈속의 환영에 전율을 느꼈고, 밤새 그 장면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사람들에게
‘귀신 이야기‘ 주제가 떠올랐다고 말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때 메리의 나이는 열여덟이었다.
퍼시 셸리의 격려로부터 용기를 얻은 메리가
단편 작품으로 구상했던 이야기는 1년이 흘러 소설로
완성됐다. 그리고 그 제목을 <프랑켄슈타인, 또는 천대의 프로메테우스(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라고 붙였다.
메리 셸리의 대표작인 이 소설은 자연을 통제하기 위한
과학적 시도에 대한 심오한 탐구다.
그리고 그러한 시도를 추구하는 영웅, 즉 인류를 위해
무모하게도 신의 권력을 넘봤던 고독한 과학자에 대한
냉혹한 비판이기도 하다.
다양한 각색과 개작을 통해 <프랑켄슈타인>은 오늘날의 신화로 자리 잡았고, 우리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대단히 중요한 작품으로 우뚝 섰다.
그리고 SF로서 최초의 위대한 작품이자 우리가 앞으로
계속해서 직면하게 될 경고의 메시지기도 하다.
무엇보다 <프랑켄슈타인>은 죽음을 정복하는 판타지다.
한 시대 또는 여러 다양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처럼
메리가 빠져들었던 판타지 이야기다.
이 작품에서 그녀가 만들어낸 비극적 영웅은
수천 년에 걸쳐 신에게만 허락됐던 권능에 대한 도전을
그리고 "죽음이 분명하게도 부패하게 만들었던 생명을
새롭게 되살리는"도전을 자극하고 있다.
다시 말해, 죽은자를 부활시키는 영감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 P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