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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디츠 - 나치 포로수용소를 뒤흔든 집요한 탈출과 생존의 기록
벤 매킨타이어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9월
평점 :

<콜디츠>는 독일 중세 시대에 지어진 웅장한 성의 이름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 성은 IV-C라는 이름의 연합군 장교 포로들의 수용소로 사용되었다. 구조가 복잡하고 비밀스러운 공간이 많아서 탈출 불가능한 성이라고 불렸지만 창의적이고도 대담한 탈출이 끝도 없이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영국 출신의 <더 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벤 매킨타이어로 역사 자료와 참고문헌, 사진 등을 토대로 1940년부터 미군이 승리해 진입할 때까지 수많은 연합군 장교들이 포로수용소에서 벌인 탈출과 그들의 생존을 생생히 기록했다.
처음에 이 책을 받았을 때는 두려움이 앞섰다. 500페이지가 넘는 페이지 때문이 아니었다. 잔인한 나치 수용소를 연상하며 괴로울 생각에 지레 겁을 먹은 탓이었다. 막상 페이지를 열자마자 재밌어서 정신없이 읽어 내려갔다. 콜디츠 수용소는 제네바협약에 의해 포로들이 보호받았고 적십자회를 통해 음식이 보급되며 편지 등도 자유로웠다.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 다양한 나라의 장교들이 모인 곳이어서 전쟁 중임에도 사회의 축소판이기도 했다.
이곳을 통솔하던 독일군 에거스 경위는 포로들을 '적'이라기 보다 '너희도 신사고 우리는 신사를 대우한다'는 식이었다. 마치 기숙학교 교장 같은 면모로 필사적으로 탈출 시도를 막으면서도 신사적 게임처럼 받아들였다. 영국 귀족 등 상류층 출신 장교들은 당번병을 하인처럼 두고 탈출 위원회를 두어 정보를 나누며 비밀 터널, 위장 변신, 심지어는 글라이더 프로젝트같이 각국의 명예를 건 기상천외하거나 무모하고 어이없는 탈출을 이어가고 에거스는 끝까지 추적해 잡아내 전리품처럼 그들의 증거품들을 모아 콜디츠 박물관에 모았다.
책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중에 단연 독특했던 사람은 인도 출신 영국인 의사 마줌다르였다. 그는 인도가 영국의 지배를 받자 독일의 도움으로 독립운동을 벌이던 시기, 영국 장교로 전쟁에 나가 포로가 되었다. 끝없는 회유에도 끝까지 영국 장교로서의 명예를 택한 그는 양쪽 진영으로부터 끝없는 멸시를 당했음에도 굽히지 않았다. '왕에게 충성 맹세한 영국 장교'라는 이유였다. 싱클레어는 7번의 탈출 실패에도 도전을 이어가다 어이없는 최후를 맞이하는데 그가 스스로 택한 것인지도 몰랐다. 본국에 송환되기 위해 미친 척 한 유대인 치과의사 줄리어스 그린은 포로들의 치과치료를 도왔고 먼저 탈출한 리브나 르레이 등도 포로들의 탈출을 도왔다.
콜디츠와 가까운 외곽 수용소에서는 헝가리 유대인들이 처참한 노예노동을 강요당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나치는 전세가 기울자 점점 잔혹해지고 물자가 고갈된 콜디츠 성안에는 5년간의 감금에 지친 포로들이, 성 밖에는 히틀러에 포섭당한 10대를 막 벗어난 SS 부대의 유겐트가 마지막 저항을 하고 있었다. 마지막에는 포로들이 오히려 성을 지켜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몰리고 나치에 환멸을 느낀 주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전쟁을 승리로 이끈 미군이 수용소로 입성한다.
독일의 고성인 콜디츠에서 벌어지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도 다양했다. 그 안에 동료애 전우애 계급 명예 인종차별 동성애 문제 배신 회유 예술이 공존했다. 마치 유럽의 기숙학교 같은 남자들의 세계인 콜디츠에서는 올림픽 대회 같은 스포츠 경기는 물론 극장도 있어 무도회 발레 난센스 크리스마스 공연 등이 열렸다. 전쟁의 혼돈의 시기 여성들의 활약도 있었다. 탈출한 군인을 도왔던 M 부인, 나치에 반대해 연합군 스파이를 자처한 독일 여성 베로니케, 20세기 최고의 여성 미국 종군기자 리 카슨 등이다.
그들의 필사적 탈출은 자유를 향한 열망이었다. <콜디츠>는 전쟁과 군인들의 전쟁사이자 시대의 연대기, 각 개인들의 인간사가 펼쳐지는 역사서이기도 하다. 탈출에 성공하지 못하고 남은 포로들이 하늘을 날아서라도 성을 탈출하고 싶어 필사적으로 매달린 글라이더 제작. 이 모든 이야기는 하나의 열망으로 수렴한다. 자유와 희망을 향한 간절한 몸부림이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붙잡고 버틴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만큼 생생하게 보여주는 책이 또 있을까. 영화보다 재밌는 현실판 리얼다큐, 지금의 현실에서 희망을 꿈꾸고 있고 용기가 필요하다면 읽어 볼 책이다.
*샤바시 샤바시!
#도서협찬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하였습니다.
어두워진 빛 속에서 깨어난 영혼은 길을 구한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나 마음이 어지러워서 생각한다 무엇을 해야하나 그러다 동료의 필요성을 깨닫는다 그런 사랑을 어디서 찾을까 그런 존재는 너무나 귀한데 결국 그는 그런 사람을 찾아달라고 신들에게 간청한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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