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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평점 :

오쿠다 히데오 장편소설 <나오미와 가나코>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이 확정되며 화제가 되었다. 제목은 <당신이 죽였다>. 이 소설은 영화 <델마와 루이스> <내일을 향해 쏴라> 등과 자주 견주어 소개되는데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극한 순간으로 내몰리는 주인공들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책에서는 나오미와 가나코 두 주인공들의 서사가 이어지다가 후반부터 마지막 클라이맥스까지 긴장감이 폭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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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VIP 고객을 전담하는 외판부 직원 28살 독신 나오미와, 은행원인 남편 다쓰로의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전업주부 가나코는 지방 출신의 같은 대학 친구. 나오미는 어릴 적 자신의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하는 삶을 알기에 비참하고 무기력한 친구 가나코를 지키기 위해 결심한다. ”차라리 둘이서 죽여버릴까? 네 남편“ 나오미의 집요한 계획과 막상 실행에 옮기자 대범해진 가나코는 완전범죄에 성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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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쓰로의 여동생 커리어 우먼 요코가 흥신소까지 고용해 집요하게 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점점 가나코를 조여오고 나오미와 두 사람은 극한까지 내몰리게 되는데..
요코는 자신의 오빠가 원래 그런 사람이었고 가나코를 폭행해 온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해 오다가 오빠의 행방을 끝까지 밝혀파헤치는 인물. 모든 증거를 모아 경찰에 제출한 뒤 가나코를 찾아온 그녀는가나코에게 목을 매든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든 죽어버리라며 자살을 종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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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모욕을 당하느니 죽는 편이 낫지 않을까?“그녀는 재판에서 오빠의 폭력 등이 드러나면 안되니까 제발 죽어달라 부탁하러 온 것이었다. 명분이나 명예를 중요시하는 사생관. 크레용 신짱의 영화판 < 雲黒斎の野望>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少しでもほこりがあるなら恥じて死ね! 조금이라도 자부심이 있다면 부끄러움을 알고 죽어버려! “ 아이들이 보는 영화 장면에서도 이런 무사도의 사생관이 등장해서 놀란 적이 있었다. 그녀는 또 ”왜 너같이 변변한 경력도 없는 여자 때문에 내 인생에 오점을 남겨야 하는데?“라며 울부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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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에서는 다양한 여성이 등장한다. 백화점 우수고객 판촉행사에서 고급시계를 훔치고도 당당하고 뻔뻔한 중국인 여성 아케미. 나오미가 그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친해진 그녀는 나오미가 친구의 사정을 상담하자 죽여버리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백화점의 우수고객이면서 치매가 의심되는 사이토 부인은 병원장이던 남편이 죽기 전 그의 이기심과 병간호에 지쳐 약을 먹여 죽이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은퇴한 남편에게 여전히 폭행을 당하는 나오미의 어머니는 이혼해 버리라는 딸에게 혼자서는 살아갈 자신이 없다고 하소연만 하는 무기력한 여성이다. 나오미의 언니는 그런 엄마가 이혼 후 자신에게 의지하며 기댈까 봐 두려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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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폭력과 마주할 때마다 ”지금의 나는 가짜 인생을 살고 있다. 진짜 내 인생은 다른 곳에 있다.“라며 마음속에 대피 장소를 만들게 되었다는 가나코의 말이 처연하다. 나라와 국경은 달라도 여전히 저질러지는 남성성의 만행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여성들이 존재한다. 살인이나 생명존중의 문제와는 별개로 나오미와 가나코를 응원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주인공의 생존을 향한 연대와 마지막까지 펼쳐지는 숨막히는 도망과 추격.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한 소설이었다. 2025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당신이 죽였다>의 티저예고편이 공개 되었다. ’죽이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살인을 결심한 두 여자가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위즈덤하우스 위뷰1기 도서협찬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