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데리다 & 들뢰즈 : 의미와 무의미의 경계에서 - 데리다 들뢰즈 지식인마을 33
박영욱 지음 / 김영사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우치다 타츠루는 여러 책에서 배움에 관해 이야기한다. 배움은 타자를 만나는 것을 통해 일어난다. 타자를 만난다는 것은 내가 가진 도량형으로 측정할 수 없는 어마무시한 상대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 선생으로부터는 대수학을 배울 수 있어가 아니라, 아직 잘 모르겠지만 우리 선생님은 대단해! 하는 태도이다.
데리다와 들뢰즈도 같은 방향의 이야기를 한다. 내가 가진 개념으로 세상을 재단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나는 사물의 일부만을 도려내서 볼 뿐이며 물자체에는 내가 파악하지 못한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다.
나만 옳다는 독선에 빠질 때가 있다. ..빠질 때가 있다기보다는 늘 그런 독선에 빠져 있고 가끔 그런 상태임을 자각한다는 게 훨씬 정확한 이야기이다.
지난 3년간 유별난 상사를 모시면서 심리학책을 몇 권 들여다 보았다.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상대를 이해하고 싶었다. 장악하고 싶었다. 그분을 정신분석학의 심리유형에 맞추어 이해하려고 애썼다. 자기애성성격장애인 것 같다가도 연극성성격장애인 것도 같았다. 그분을 이해하면 숨통이 좀 트일 것도 같았다.
결국 그분을 이해하기는 커녕 나 자신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대체가 딱 들어 맞는 유형 따위는 없었고, 설령 딱 들어맞는 유형이 있다 하더라도 나는 그분을 장악할 깜이 없었다.
그래, 세상에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있는 거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주아주 적다. 받아들여야 한다. 겸허하게.
내 가족과 동료, 나의 학생들을 단정하고 싶은 욕망이 불쑥불쑥 튀어나오지 않도록 겸허한 마음을 유지하고 살아야지.

들뢰즈가 보기에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차이 자체‘를 지니고 있으며, 그 차이는 틀에 박힌 개념이나 표상의 틀에서 깨어날 때 드러난다. 그때야 비로소 세상은 개념이 만들어낸 진부한, 너무나도 진부한 동일성의 틀로부터 깨어날 수 있다는 것이 들뢰즈의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틀리지 않는 법 - 수학적 사고의 힘
조던 앨런버그 지음, 김명남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학은 어떤 일이 행해지는 다른 방식이 전혀 없기 때문에 특정 방식으로만 일어난다는 점을 배우는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 종교 이야기 -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믿음과 분쟁의 역사
홍익희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헬렐은 유대 율법의 모체인 <모세오경> 즉 <토라>가 무엇인지 짤막하게 이야기해 달라는 질문에 "네가 싫어하는 것을 너의 이웃에게 하지 마라. 이것이 <토라>의 전부다. 나머지는 모두 부연 설명이다."하고 대답한 것으로 유명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4세 아이를 가진 부모들에게
우치다 타츠루, 나코시 야스후미 지음, 박동섭 옮김 / 에듀니티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1. 한 중학생이 같은 반 아이의 목을 졸라 잠시 기절시켰다. 목격담에 따르면 기절한 아이는 눈이 뒤집혔고 거품을 물었으며 깨어난 이후 자신이 왜 기절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기절시킨 아이의 어머니는 자기 아이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항변하며 아이의 각종 수상 내역을 담임에게 내밀었다.

2. 한 중학생이 복도에서 뛰고 있는 아이를 때리려고 시도했다. 달리던 아이는 그것을 피하려다 벽에 머리를 부딪히고 머리가 찢어졌다. 뼈가 드러났고 피를 철철 흘렸다. 수십 바늘을 꿰맸고 꽤 오랜 기간 동안 치료를 받아야 한다. 때리려고 시도한 아이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했고 직후 다른 학생의 머리를 때리며 장난을 쳤다.

요즘 근무하는 학교의 풍경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학교가 아니라 병원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 아닌가. 아니면 교도소이거나. 교복을 거부하는 아이가 교육청에 신고를 하겠다고 나서질 않나, 짙은 화장을 해야 춤을 잘 출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아이만 화장을 허락해 주어야 한다고 나서는 부모가 있질 않나. 오오 혼돈의 카오스.

축구 심판이 개인적으로 '오프사이드 제도가 없으면 축구가 더 재미있어질 거야'하고 생각하더라도 경기 중에는 오프사이드를 선언해야 한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화장을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더라도 교칙이 살아 있는 이상 지도해야 한다. 규정에 대한 개정을 논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면 된다. 요즘 자기 마음대로 오프사이드를 선언하지 않는 교사가 너무 많다. 경기가 엉망진창이다.

세금을 투입하는 공교육은 공공의 성격을 띄어야 한다. 공동체를 지킬 수 있는 인재를 키워야 하고 아이를 성장시켜야 한다. 개인의 출세와 영달은 사교육의 영역이다. 어른답지 못한 선생과 학부모가 아이를 망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컴퓨터와 인터넷이 인간의 기억 방식과 정체성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에 관해 암울한 전망을 다룬다. 타자기, 시계, 지도 등 기술이 인간에게 유용성을 주었지만 그로 인해 인간은 긴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 스스로 시간을 운용하는 법, 공간지각력 등을 잃었다. 그리고 컴퓨터와 인터넷은 외뇌로써 인간의 기억을 확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에게서 깊게 사고하는 능력, 공감하는 능력 등 인간을 인간 답게 만드는 핵심을 앗아간다고 경고한다.

 

사용하지 않는 근육이 약해지고 자주 사용하는 근육이 강해지듯 인터넷 세계에서 과도한 정보를 접하게 된 인간은 훑어보고 유용성을 판단하는 능력은 강화되었으나 사색하고 깊게 생각하는 능력은 약해진다는 것이다.

 

마치 노래방의 등장 이후 노랫말을 외우지 않게 된 것과 같다.

 

 

어제는 잠을 설쳤다. 엠넷에서 방영 중인 프로듀스 101을 즐겨본다. 매주 금요일 밤 11시에 방영하는 이 프로그램을 끝까지 보면 새벽 1시가 된다. 프로그램의 비인간적인 성격에 눈살이 찌푸려지다가도 경쟁과 미묘한 질투, 참가자가 미션을 잘 해내길 바라는 마음과 남이 망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은밀한 욕망이 범벅되어 버린다. 이상하게 이 프로그램을 다 보고나면 잠이 잘 오지 않는다. 괜히 관련 기사를 검색하고 커뮤니티에 들락거리기를 한참하다 결국 새벽 3시에 눈을 붙였다.

 

인터넷에서 이 프로그램에 관한 읽을 만한 글을 찾아 보는 것도 아니다. 아무 목적도 없이 빠르게 업데이트되는 글의 목록을 훑어보고 의미 없이 제목을 클릭하기를 반복한다. 딱히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닌 행위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반복한다.

 

이건 페이스북도 비슷하다. 페이스북에 글을 쓰는 편은 아닌데 수시로 접속해서 새로 뜬 글을 훑어본다. 이건.. 중독과 같다.

 

반면 책을 제대로 읽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이 책을 읽는 것도 힘이 들었다. 자꾸 핸드폰을 만지고 싶고, 끝까지 몇 페이지나 남았나를 확인했다. 긴 문장을 읽는 게 힘이 들었고, 가장 싫은 현상은 문장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별로 거슬려하지 않고 그냥 쓱 넘어간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도 저자는 커녕 제목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글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을 손글씨로 옮겨적겠노라 하던 다짐도 얼마 가지 못하고 지금은 거의 흐지부지한 상태이다. 텅 빈 껍데기만 남은 느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