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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컴퓨터와 인터넷이 인간의 기억 방식과 정체성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에 관해 암울한 전망을 다룬다. 타자기, 시계, 지도 등 기술이 인간에게 유용성을 주었지만 그로 인해 인간은 긴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 스스로 시간을 운용하는 법, 공간지각력 등을 잃었다. 그리고 컴퓨터와 인터넷은 외뇌로써 인간의 기억을 확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에게서 깊게 사고하는 능력, 공감하는 능력 등 인간을 인간 답게 만드는 핵심을 앗아간다고 경고한다.
사용하지 않는 근육이 약해지고 자주 사용하는 근육이 강해지듯 인터넷 세계에서 과도한 정보를 접하게 된 인간은 훑어보고 유용성을 판단하는 능력은 강화되었으나 사색하고 깊게 생각하는 능력은 약해진다는 것이다.
마치 노래방의 등장 이후 노랫말을 외우지 않게 된 것과 같다.
어제는 잠을 설쳤다. 엠넷에서 방영 중인 프로듀스 101을 즐겨본다. 매주 금요일 밤 11시에 방영하는 이 프로그램을 끝까지 보면 새벽 1시가 된다. 프로그램의 비인간적인 성격에 눈살이 찌푸려지다가도 경쟁과 미묘한 질투, 참가자가 미션을 잘 해내길 바라는 마음과 남이 망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은밀한 욕망이 범벅되어 버린다. 이상하게 이 프로그램을 다 보고나면 잠이 잘 오지 않는다. 괜히 관련 기사를 검색하고 커뮤니티에 들락거리기를 한참하다 결국 새벽 3시에 눈을 붙였다.
인터넷에서 이 프로그램에 관한 읽을 만한 글을 찾아 보는 것도 아니다. 아무 목적도 없이 빠르게 업데이트되는 글의 목록을 훑어보고 의미 없이 제목을 클릭하기를 반복한다. 딱히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닌 행위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반복한다.
이건 페이스북도 비슷하다. 페이스북에 글을 쓰는 편은 아닌데 수시로 접속해서 새로 뜬 글을 훑어본다. 이건.. 중독과 같다.
반면 책을 제대로 읽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이 책을 읽는 것도 힘이 들었다. 자꾸 핸드폰을 만지고 싶고, 끝까지 몇 페이지나 남았나를 확인했다. 긴 문장을 읽는 게 힘이 들었고, 가장 싫은 현상은 문장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별로 거슬려하지 않고 그냥 쓱 넘어간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도 저자는 커녕 제목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글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을 손글씨로 옮겨적겠노라 하던 다짐도 얼마 가지 못하고 지금은 거의 흐지부지한 상태이다. 텅 빈 껍데기만 남은 느낌이다.